전설의 명장 '3김' 무덤 된 한화…김응룡도 김성근도 김경문도, 결국 투수 때문에 무너졌다
출처:한화 이글스(MHN 정철우 기자)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신화도, 투수 조련의 대가도,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낸 명장도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이름만으로도 한국 야구사를 설명할 수 있는 감독 세 명이 한화 이글스에서 같은 벽에 부딪혔다. 김응룡, 김성근, 김경문 감독이다. 서로 다른 야구 철학을 갖고 있었고 팀을 운...

(MHN 정철우 기자)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신화도, 투수 조련의 대가도,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낸 명장도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이름만으로도 한국 야구사를 설명할 수 있는 감독 세 명이 한화 이글스에서 같은 벽에 부딪혔다. 김응룡, 김성근, 김경문 감독이다. 서로 다른 야구 철학을 갖고 있었고 팀을 운영하는 방식도 달랐다. 그러나 한화에서 맞이한 결말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모두 투수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한화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의 무덤이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김경문 감독마저 한화를 떠난다. 한화는 10일 김 감독이 NC 다이노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계약을 마무리한다고 발표했다. 손혁 단장도 함께 팀을 떠난다. 2024년 중반 3년 총액 20억원에 한화 지휘봉을 잡았던 김 감독은 지난해 팀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는 9일까지 57승4무82패로 9위에 머물렀다. 한국시리즈 진출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자신의 마지막 목표였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지 못한 채 한화를 떠나게 됐다.
김 감독의 퇴진으로 한화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3김 감독'을 모두 경험하고도 끝내 우승이라는 결실을 얻지 못한 팀이 됐다. 세 감독의 이력을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결과다. 김응룡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를 이끌며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10차례 우승했다. 김성근 감독은 SK 와이번스 시절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차례 우승을 이뤄냈다. 김경문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한국 야구에서 이들보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지도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 감독들이 한화에서는 모두 실패를 경험했다.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설명하기에는 공통점이 너무 뚜렷하다. 결국 문제는 마운드였다.
가장 먼저 한화의 재건을 맡았던 김응룡 감독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팀을 지휘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10차례나 경험한 감독이었기에 기대는 대단했다. 특히 김 감독은 강력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승리하는 야구에 익숙한 지도자였다. 해태 왕조 시절부터 좋은 투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한화에서는 그런 야구를 펼칠 수 없었다. 마운드의 기본적인 경쟁력 자체가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화는 김응룡 감독 체제에서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정근우와 이용규를 FA로 한꺼번에 영입하며 테이블세터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했다. 리그 정상급 출루 능력과 주루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공격의 출발점은 확실히 강해졌다. 그러나 야구는 공격만으로 이길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점수를 뽑아도 지켜낼 투수가 부족했다. 선발진이 버텨주지 못했고 불펜 역시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아무리 뛰어난 타자들을 영입해도 투수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김응룡 감독은 결국 한화에서 두 시즌 연속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후 팔순 잔치 자리에서 "난 한화 감독 한 적 없다"는 농담 섞인 말을 했다는 일화까지 전해졌다. 그만큼 한화 시절이 명장에게도 힘겨운 기억으로 남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시리즈에서 10차례나 우승한 감독도 기본적인 투수 전력이 부족한 팀에서는 자신의 야구를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

김응룡 감독의 뒤를 이은 김성근 감독은 더욱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에서 투수 육성 및 운영 능력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지도자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력으로도 투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승리를 만들어내는 데 강점이 있었다. SK 시절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세 차례 정상에 오른 것도 철저한 투수 관리와 치밀한 경기 운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런 김 감독이라면 한화의 허약한 마운드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한화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권혁과 정우람 등 검증된 불펜 투수들을 FA로 영입하며 마운드 보강에 나섰다. 김성근 감독은 기존 투수들의 활용 방식을 바꾸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안영명을 일주일에 세 차례나 선발로 내세워 짧은 이닝을 맡기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운영도 선보였다. 부족한 선발 전력을 어떻게든 메워보려는 시도였다. 기존의 선발 로테이션만 고집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불펜에 좋은 투수를 보강했어도 선발진이 안정되지 않으면 구원 투수들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권혁과 정우람 같은 투수들이 버텨주는 것만으로는 마운드 전체의 약점을 해결할 수 없었다.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혹사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김성근 감독도 한화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지 못했다. 투수를 잘 다루는 능력과 부족한 투수 전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김경문 감독이 등장했다. 김 감독은 앞선 두 감독과 달리 한화에서 분명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며 오랜 가을야구의 갈증을 풀어줬다. 그러나 그 성공의 중심에도 결국 투수가 있었다. 폰세와 와이스라는 역대급 외국인 원투펀치가 선발진을 이끌었고, 한승혁과 김범수 등이 버틴 불펜도 안정적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마운드라는 확실한 무기가 존재했다.
문제는 그 전력이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즌이 끝난 뒤 폰세와 와이스가 모두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불펜에서도 한승혁이 FA 보상선수로 이적했고 김범수는 FA 자격으로 팀을 옮겼다. 선발과 불펜에서 핵심 전력 네 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지난해 한화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승리 공식이 사실상 무너진 것이다. 마운드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충분히 나왔다.
하지만 한화의 선택은 투수보다 타자에 집중됐다. 강백호를 100억원에 영입하며 공격력을 보강했다. 강백호가 뛰어난 타자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수비 포지션 활용에 제약이 있는 거포를 영입한다고 해서 사라진 선발과 불펜의 경쟁력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FA 시장에 확실한 선발 투수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트레이드 등 다른 방법을 통해 마운드를 보강하려는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예상됐던 투수력 약화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
부상과 부진이라는 변수가 겹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핵심 투수들의 이탈은 이미 알고 있었던 문제였다. 예상하지 못한 부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력의 깊이를 확보하는 것이 구단과 현장의 역할이다. 지난해 투수력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공격만 보강하면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 김경문 감독과 손혁 단장의 동반 퇴진은 결국 이런 전력 구성과 운영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는 결과가 됐다.
세 감독의 실패를 모두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다. 김응룡 감독 시절에는 기본적인 투수 전력 자체가 부족했고, 김성근 감독 시절에는 투수 운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강력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성공을 경험했지만 그 전력이 사라진 뒤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시대도 달랐고 선수 구성도 달랐으며 구단의 지원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세 감독 모두 결국 마운드의 한계 앞에서 자신의 야구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점은 같다.

여기서 한화가 반드시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다. 감독의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도 경쟁력 있는 투수 없이 꾸준히 승리하는 팀을 만들기는 어렵다. 특히 긴 정규시즌을 치러야 하는 프로야구에서는 선발과 불펜의 균형이 무너지면 감독의 작전이나 선수 기용만으로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좋은 감독을 데려오는 것보다 그 감독이 자신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주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한화는 이미 한국 야구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가진 감독들을 경험했다. 김응룡 감독에게는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경험이 있었고, 김성근 감독에게는 투수들을 조련해 강팀을 만드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김경문 감독에게는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큰 무대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리더십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능력도 마운드의 구조적인 약점을 완전히 덮어주지는 못했다.
새로운 감독을 선임한다고 해서 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화가 해야 할 일은 또 다른 명장을 찾는 것에 앞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투수진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정 외국인 투수의 압도적인 활약에 의존하지 않고, 주축 투수가 빠져나가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선발과 불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육성 시스템과 외부 전력 보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김응룡 감독은 투수가 없어 실패했고, 김성근 감독은 부족한 투수들을 어떻게든 활용하려다 한계에 부딪혔다. 김경문 감독은 좋은 투수들 덕분에 성공했지만 그들이 떠나자 다시 무너졌다.
한화에서 벌어진 세 명장의 흥망성쇠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투수였다. 감독의 이름값도, 화려한 우승 경력도 마운드의 약점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김경문 감독까지 떠나면서 한화의 '3김 시대'는 모두 막을 내렸다. 세 감독이 남긴 성적표는 서로 다르지만 한화가 받아들여야 할 교훈은 하나다.
명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명장이 자신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마운드가 부족했다. 한화가 또 다른 명장의 무덤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감독보다 투수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