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새역사 쓴 날, 쓴 눈물 삼킨 셋 “왜?”

손 새역사 쓴 날, 쓴 눈물 삼킨 셋 “왜?”

황인범평가전 끝나고 주저앉아 운 황인범 김민재·황희찬과 ‘96라인’ 대표팀 깜짝 은퇴설 부인했지만 기념사진 찍고…전력강화위원장 면담도 계속된 잡음에도 “바뀌는게 없다”토로 SON, ‘A매치 최다골 新’ 해냈지만 주장 리더십 둘러싼 물음표승리의 기쁨보다 눈물이 오래 남았다. 그 눈물은 대표팀을 뒤흔드는 거대한 논란으로 번졌...

황인범
황인범

평가전 끝나고 주저앉아 운 황인범 김민재·황희찬과 ‘96라인’ 대표팀 깜짝 은퇴설 부인했지만 기념사진 찍고…전력강화위원장 면담도 계속된 잡음에도 “바뀌는게 없다”토로 SON, ‘A매치 최다골 新’ 해냈지만 주장 리더십 둘러싼 물음표

승리의 기쁨보다 눈물이 오래 남았다. 그 눈물은 대표팀을 뒤흔드는 거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6일 밤 용인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손흥민(LAFC)과 오세훈(시미즈)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은 A매치 59호골로 차범근 전 감독을 넘어 한국 남자축구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됐다. 9~10월 A매치 4연전도 2승1무1패로 마무리했다.

황희찬
황희찬
김민재
김민재

경기 후 축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포르투), 황희찬(샬케04) 등 1996년생 동갑내기 3명이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숭숭해졌다. 이유로는 ‘바뀌는 게 없어서’라는 말까지 전해졌다.

징조는 있었다. 경기 종료 직후 황인범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시울을 붉혔다. 라커룸으로 들어갔던 황인범은 황희찬, 김민재와 함께 다시 그라운드로 나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 선수는 서로 어깨동무하며 격려했다.

세 선수가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A매치 평가전이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 용인 | 박찬기 기자
세 선수가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A매치 평가전이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 용인 | 박찬기 기자

황인범은 은퇴설에 선을 그었다. “대표팀에 오면 항상 이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들면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은퇴 준비는 늘 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잘 내려놓는 것도 현명한 사람”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더욱 묘한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인터뷰 후 경기장을 떠나는 듯 했던 황인범과 황희찬이 김민재와 함께 다시 라커룸에 모였다. 세 선수는 경기 후 다시 라커룸에 모여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자정이 넘어서야 면담이 끝났다. 김민재가 가장 먼저 나왔고, 황인범과 황희찬이 뒤따랐다.

현 위원장은 “선수들이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을 많이 얘기했다”며 “이전에도 한 번 대화한 적이 있다. 함께 힘을 내자고 했다”고 밝혔다. 은퇴와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황인범 역시 경기장을 떠나면서 은퇴 여부를 다시 묻는 취재진에게 “아니, 아니요”라고 답했다.

선수도, 협회도 은퇴설을 부인했다. 그래도 대표팀의 핵심 선수 세 명이 심야까지 협회 관계자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대표팀 내부를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북중미 월드컵 당시 일부 취재진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촉발된 인터뷰 거부 문제를 놓고 선수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과 이재성(마인츠)이 인터뷰 거부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반면 김민재와 황인범 같은 선수들은 동의하지 않았다는 말들이 나왔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충격 이후 대표팀에서는 불편한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고, 이는 이번 A매치 기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김민재는 지난 2일 베네수엘라전 이후 “수비수들이 불쌍하다.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황인범 역시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하며 울먹였다.

선수들의 발언이 누구를 겨냥했는지는 분명하지는 않으나, 다수 관계자들은 주장인 손흥민과 1996년생 선수들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고 있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선수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주장으로써의 리더십은 의문부호가 붙었다. 2024년 아시안컵 때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싸운 것은 물론이고,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인터뷰 보이콧 논란, 그리고 이후 대처 등으로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손흥민은 오랫동안 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왔다. 선수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생기거나 내부의 불만이 쌓였을 때 이를 조율해야 할 책임이 크다. 월드컵 당시 불거진 세대 간 이견부터 이번 은퇴설까지, 대표팀을 둘러싼 잡음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주장이 책임을 비켜갈 수 없다.

대표팀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11월 원정에서 열린 두 차례 평가전 이후 곧바로 1월 아시안컵에 나선다. 감독도 나서야 하지만, 손흥민을 비롯한 최고참 선수들도 팀의 결속을 위해 답을 내놔야 한다.

윤은용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