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 전설 선동열, 한국 야구와 인연 깊은 나고야 [권종오의 IMAGINE 나고야]
1990년대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이 뛰었던 주니치 드래곤즈 홈구장인 반테린 나고야 돔. 권종오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 묘한 향수를 자극한다. 대회 중심 무대인 아이치현 나고야시가 1990년대 후반, 한국 야구의 전설들이 땀과 눈물을 흘린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일본 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 묘한 향수를 자극한다.
대회 중심 무대인 아이치현 나고야시가 1990년대 후반, 한국 야구의 전설들이 땀과 눈물을 흘린 곳이기 때문이다.

■ 2군 수모 딛고 일어난 '나고야의 태양' 선동열
1996년, 한국 야구를 지배했던 ‘국보급 투수’ 선동열이 주니치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으며 나고야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무등산 폭격기’에게도 일본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낯선 환경과 훈련 부족이 겹치며 첫해 5승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5.50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현지 언론과 팬들의 혹독한 비난이 쏟아졌고, 어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선동열은 ‘2군행’이라는 야구 인생 최대의 치욕을 맛봐야 했다.
이때 그의 손을 잡아준 이가 바로 호시노 센이치 감독.
강력한 카리스마로 ‘열혈 남아’로 불린 호시노 감독은 ‘애제자’ 선동열을 굳게 믿었고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선동열은 혹독한 체중 감량과 철저한 자기 관리를 거쳐 이듬해인 1997년 완벽하게 부활했다.
최고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전매특허인 칼날 슬라이더를 앞세워 38세이브, 평균자책점 1.28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패배의 그늘을 걷어내고 팀의 승리를 완벽하게 지켜내는 수호신의 모습에, 나고야 팬들은 그에게 '나고야의 태양(SUN)'이라는 가장 영예로운 별명을 헌정했다.

그럼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이곳 사람들은 ‘나고야의 태양’을 기억하고 있을까?
이번 아시안게임을 현지에서 취재하고 있는 필자는 나고야 돔을 찾았다.
지하철 나고야 돔 마에야다역에서 주니치 드래곤즈의 홈 구장인 반테린 나고야 돔으로가는 지하 통로엔 주니치 드래곤즈의 역사와 유니폼 변천사, 그리고 코칭 스태프와 선수 사진들이 걸려 있다.

지난 2002년 선동열이 은퇴한 뒤 20년 가까이 이 지하철 통로에는 선동열이 역투하는 사진이 분명히 걸려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일본 매체에 따르면 주니치 구단은 지난 3월 ‘드래곤즈 로드’를 전면 개편했다고 했는데 선동열 선수의 사진이 정확히 언제 사라진 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이가 50살이 넘은 올드팬들은 대부분 ‘선동열’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필자가 반테린 나고야 돔으로 가는 지하 통로에서 만난 주니치 팬 나리타 씨는 “마무리 투수로 엄청난 활약을 펼친 선수이다. 특히 슬라이더의 위력이 대단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마무리 투수로는 최고이었고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릴 만큼 유명했다”고 회고했다.
■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탄생
선동열이 영웅으로 등극하자 1998년에는 한국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야구 천재’ 이종범과 ‘야생마’ 이상훈이 차례로 주니치에 합류하며 나고야는 명실상부한 ‘한국 야구의 성지’로 거듭났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이적 초기 특유의 거침없는 주루와 날카로운 타격으로 나고야 팬들을 매료시켰다. 비록 상대 투수의 몸에 맞아 팔꿈치 골절 부상이라는 불운을 겪었지만,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 3총사가 함께 뛴 주니치는 1999년 11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나고야 시절의 빼놓을 수 없는 축복이 바로 메이저리그(MLB)를 누비는 스타 이정후의 탄생이다.
이종범이 주니치 소속이던 1998년 8월, 이정후는 바로 이곳 나고야 돔 근처에서 태어났다.
나고야에서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냈던 ‘바람의 손자’는 아버지의 뒤를 한국 야구 스타가 됐고 빅리그까지 진출했으니, 나고야와 한국 야구의 인연은 실로 깊은 셈이다.
2026년 가을, 나고야에서 한국 야구의 위력을 떨쳤던 선배들의 뒤를 이어 이제 후배들이 새로운 전설을 꿈꾸고 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오는 21일 라이벌 대만전을 시작으로 5회 연속 우승이란 또 하나의 신화에 도전한다.
출처: 경기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