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의 와일드카드 잔혹사가 또...” 2년 전 1이닝 만에 무너진 곽빈은 이번엔 최강 에이스답게 던졌지만, ‘식물 타선’은 2년 전과 똑같았다 [WC 1차전]

“곽빈의 와일드카드 잔혹사가 또...” 2년 전 1이닝 만에 무너진 곽빈은 이번엔 최강 에이스답게 던졌지만, ‘식물 타선’은 2년 전과 똑같았다 [WC 1차전]

[잠실=남정훈 기자]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4년 10월2일. 정규리그 4위 두산과 5위 KT의 2024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열렸다. 당시 두산의 사령탑이었던 이승엽 감독은 1차전 선발로 곽빈을 냈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해 곽빈은 평균자책점은 4.24로 다소 높긴 했지만, 15승(9패)을...

[잠실=남정훈 기자]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4년 10월2일. 정규리그 4위 두산과 5위 KT의 2024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열렸다. 당시 두산의 사령탑이었던 이승엽 감독은 1차전 선발로 곽빈을 냈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해 곽빈은 평균자책점은 4.24로 다소 높긴 했지만, 15승(9패)을 거둬 원태인(삼성)과 공동 다승왕에 오른 토종에이스였다. 아울러 그해 KT를 상대로 6경기에 등판해 5승무패 평균자책점 1.51을 기록한 ‘KT 킬러’였다. 곽빈의 1차전 선발 등판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역투하는 두산 곽빈. 연합뉴스

그러나 곽빈은 1회에만 피안타 5개, 볼넷 1개를 내주며 4실점했다. 2회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자 이승엽 감독은 곧바로 곽빈을 내렸다. 그렇게 1회 4실점으로 인해 두산은 1차전을 0-4로 내줬고, 2차전도 0-1로 패해 2015년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 사상 처음으로 4위팀이 5위팀에 패하는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2년이 흐른 2026년 10월14일. 두산은 5위로 가을야구 막차를 탔고, 4위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두산 김원형 감독의 1차전 선발 카드는 곽빈이었다. 이 역시 당연한 선택이었다. 2년 전과 비교해 곽빈은 신분(?) 자체가 달라졌다. 2년 전엔 리그 토종 에이스 중 정상급 중 하나였다면, 올 시즌엔 11승7패 평균자책점 2.24 탈삼진 197개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을 석권한 현시점 KBO리그 토종, 외인을 통틀어 ‘1황’의 슈퍼에이스. 2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두산이지만, 곽빈의 존재 덕분에 두산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더 유리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지난 6일 롯데전 선발 등판 이후 8일간 푹 쉬었기에 힘도 넘칠 게 분명했다.

그러나 1회 실투 하나가 옥에 티가 됐다. 1회 첫 타자 홍창기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곽빈은 후속타자 박해민을 1루 땅볼로 처리했다. 1루수 세베리노가 2루로 뛰던 홍창기를 잡아내 1사 1루.

LG 오스틴. 뉴스1

이어 타석에 들어선 건 KBO리그 4년차인 올 시즌 타율 0.331(4위), 41홈런(3위), 127타점(3위), 출루율 0.427(4위), 장타율 0.635(2위), 안타 180개(3위)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경신한 오스틴. 홈런왕은 놓쳤지만, 2020년 라모스가 세운 LG 타자 한 시즌 최다홈런(38홈런)도 경신했다.

곽빈은 2B-1S에서 4구를 156km짜리 포심을 한 가운데로 던져 오스틴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5구째 157km짜리 포심은 ABS존 상단을 한참 벗어났지만, 오스틴은 파울을 만들어냈다. 분명 곽빈의 리그 최강 대포알 포심에 오스틴은 타이밍이 늦고있었다. 그러나 곽빈의 6구 선택은 포심이 아닌 128km짜리 커브였다. 몸쪽 높은 코스로 ABS존에 걸릴 듯하게 들어온 이 커브를 오스틴은 놓치지 않았다. 크게 받아쳤고, 완만한 호를 그리며 119m를 날아가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포가 됐다. 곽빈에겐 통한의 피홈런이었다.

그래도 2년 전 곽빈과는 이날 곽빈은 확실히 달랐다. 2회 무사 1,2루 위기를 맞이했고, 희생번트를 고의 낙구해 병살처리하려던 3루수 안재석의 3루 송구가 크게 빗나가 1사 2,3루 혹은 1사 1,2루가 될 상황이 무사 만루로 변했다. 자칫 적시타 한 방이면 경기 전체가 넘어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그러나 곽빈은 홍창기와 박해민, 오스틴을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마치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면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르니 야수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투구였다. 1회 투런포를 맞은 오스틴을 ABS존을 한참 벗어나는 하이 코스의 158km짜리 포심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곽빈은 포효했다.

그렇게 정상 궤도를 되찾은 곽빈은 3회부터 6회까지 4이닝을 1피안타 1볼넷으로 틀어막으며 이날 경기를 6이닝 3피안타 4사구 4개 10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끝냈다. 1회 맞은 투런포만 아니었다면 더없이 완벽했을 투구였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 SOL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1대4로 패배하며 준PO 진출에 실패한 두산 선수들이 아쉬워하며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두산 타선은 또 한 번 곽빈을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전투수로 만들었다. 카라스코의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운 관록투에 연신 빗맞은 타구만 양산했다. 곽빈이 내려가기 전까지 한 점도 만들어내지 못한 타선은 7회 무사 2,3루를 만들며 동점을 기대케했다. 그러나 김민석이 존 케네디에게 3구 삼진, 양석환의 잘 맞은 우중간을 가를 듯한 타구는 ‘트중박’ 박해민의 슈퍼 캐치에 잡혀 희생플라이에 그쳤다. 대타 박지훈이 2루 땅볼로 물러나며 단 한 점에 그쳤다. 8회 1사 1,2루 기회도 세베리노와 류승민이 좌완 불펜 이우찬에게 연속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식물타선’이었던 셈이다.

수비 실책과 주루사, 공격의 활로를 좀처럼 뚫어내지 못하는 타선으로 인해 단 1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끝낸 김원형 감독도 경기 뒤 선수단의 분발을 촉구하며 강한 멘트를 내놓았다. 그는 “일년 내내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공격 쪽에서 활로가 막히는 부분들이 오늘도 여실히 드러났다”라면서 “작은 실수들이 많이 나왔다. 누구라고 거론하면 안 되지만, 상황마다 타자 주자가 누구인지, 누상에 누가 있는지, 어떤 포메이션인지 등을 생각하면서 플레이해야 하는데, 그런 작은 디테일들이 순간순간 부족했다. 감독 입장에서 창피한 경기였다”라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출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