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에게 배운 건 도전과 경영” 사업가 강욱순의 두 번째 골프 인생 [인터뷰]
강욱순 프로. ⓒ 오상민 작가[경기 안산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한국 남자골프의 한 시대를 풍미한 강욱순은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도 골프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정상급 선수로 이름을 날렸고, 삼성가의 골프 코치로 16년을 보냈으며, 지금은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화려한 성적만으로 설...

[경기 안산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한국 남자골프의 한 시대를 풍미한 강욱순은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도 골프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정상급 선수로 이름을 날렸고, 삼성가의 골프 코치로 16년을 보냈으며, 지금은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화려한 성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의 인생에는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시행착오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며 겪은 고민이 녹아 있다. 최근 자전 에세이 ‘강욱순답게, 강욱순처럼’을 펴낸 것도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골프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책에는 선수로서 겪은 도전과 좌절, 이건희 삼성 회장과의 인연, 사업가로 변신한 이후의 경험이 담겨있다. 특히 골프와 사업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관통하는 정직함과 인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그가 오랜 시간 지켜온 가치다.
강욱순은 선수와 사업가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성공의 조건과 한국 남자골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강욱순골프아카데미’에서 강욱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Q : 이번에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강욱순답게, 강욱순처럼’이라는 제목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
강욱순 : 솔직히 내 나이에 자서전을 쓴다는 것 자체를 많이 고민했다. 책에서 보듯 내 인생은 골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 생활을 돌아보니 정상에 오르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고, 정상에 선 뒤에도 여러 일이 있었다. 그런 과정을 하나씩 풀어내다 보니 책이 됐다. 함께 작업한 오상민 작가가 나의 경험을 잘 정리해줘서 읽기 편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완성된 것 같다.
Q : 선수로서 정상에 올랐고 삼성가의 코치를 거쳐 지금은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지금의 강욱순을 가장 잘 설명하는 ‘강욱순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강욱순 : 후배들로부터 내가 롤모델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선수로 성공한 뒤 같은 골프 분야에서 사업가로도 자리 잡은 사례이기 때문에 후배들이 그런 길을 밟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사업이 참 어렵다. 선수로 살아오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근로자에 대한 인식이나 사업자로서의 책임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
선수의 길과 사업가의 길은 다르다. 겉으로 보이는 성과뿐 아니라 그 뒤에서 감당해야 하는 책임과 어려움도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조금씩 내 자신을 알아가고 있다.
Q : 삼성가와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나.
강욱순 :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왔고, 그 가운데서도 이건희 회장님은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책에도 썼다.
회장님은 자신의 이익보다 남과 국민, 나라를 위한 일을 강조하셨다. 회사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자주 말씀하셨다. 그런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지금도 깊이 남아 있다. 삼성이 오늘날과 같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그런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Q : 책에 나오지 않은 삼성가 골프 레슨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강욱순 : 홍라희 여사님과 하와이에서 훈련했던 일이 기억난다. 당시 15일 동안 함께 골프를 쳤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셨다. 마지막에는 하루만 더 치고 가면 안 되겠느냐고 하실 정도였다. 그만큼 골프를 재미있어하셨다.
여사님은 60대 나이에 내게 레슨을 받으셨다. 이전에는 70타대 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하셨는데, 하와이 훈련을 다녀온 뒤 안양에서 75타를 치셨다. 나이를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였다.
Q : 삼성가의 코치로 16년을 보내면서 골프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법과 조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배운 점이 있었을 것 같다.
강욱순 : 하와이에 있을 때 이건희 회장님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주로 사업 이야기를 하셨다. 삼성의료원장이나 대학 총장, 임원 등 그룹을 이끄는 분들과 함께하는 자리였는데, 식사하며 한두 시간 나눈 이야기를 회장님이 모두 기억하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때부터 사업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어떤 부분에 소질이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회장님에게 배운 경영 철학 중 지금도 실천하려고 하는 것은 ‘일단 해보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어떤 일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무조건 나무라지 않는다. 실패했다면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실패를 이유로 질책하면 직원들은 다음부터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실패의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내가 조절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 선수 강욱순과 사업가 강욱순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강욱순 : 골프와 사업은 완전히 다르다. 골프는 그날그날 결과가 나온다.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가 바로 드러난다. 반면 사업은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 지금 잘 되는지, 안 되는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그래서 골프보다 훨씬 더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업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적성만 놓고 보면 여전히 골프가 더 잘 맞는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늘과 내일이 크게 다르지 않게 꾸준히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Q : 후배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부분 외에 반드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강욱순 : 선수들은 단기적인 성과에만 매달리기보다 2~3년 뒤를 내다보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 프로가 됐다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 것인지, 언제 정상에 도전할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다.
골프는 기술 하나만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나는 건강과 기술, 인간관계라는 세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선수라면 당연히 갖춰야 한다. 여기에 체력과 건강이 뒷받침돼야 하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능력도 필요하다. 공을 잘 치더라도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지도할 때도 부모님들에게 기술은 내가 책임질 테니 건강과 인성은 함께 챙겨달라고 말씀드린다. 선수의 성공은 스윙이나 성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Q : 책 말미에서 한국 남자골프의 현실을 짚었다. 최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는 대회 수가 줄고 선수들의 후원 확보도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강욱순 : 한국 남자골프는 협회장이 누구냐에 따라 투어 운영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협회는 누가 회장을 맡더라도 일정한 체계에 따라 투어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회장이 바뀌면 대회가 늘었다가 줄어드는 식으로 변화가 크다. 조직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케팅을 비롯해 투어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쓰더라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나 역시 협회 부회장으로 일할 당시 이런 문제를 느꼈다.
남자골프 투어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특정 인물의 의지에 의존하기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체계가 부족하면 불필요한 잡음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Q : 책에서 첫 우승을 한 뒤 ‘우승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고 했다. 자신만의 계산법이 있으면 현재 위치와 방향을 알 수 있다는 의미였는데, 지금의 강욱순은 어떤 길을 가고 있나.
강욱순 : 선수 시절에는 우승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 정상에 오르기 위한 여건을 미리 만들어놓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사업은 다르다. 골프처럼 계산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사업에서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골프를 하면서 지켜온 정직함을 사업에서도 지키려고 한다. 법을 지키면서 돈을 벌려면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사업을 하는 분들 가운데는 법대로만 하면 밥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법을 지키고 정직하게 사업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밥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골프와 관련된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 다른 분야로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는 내가 잘 알고 오랫동안 몸담아온 골프 분야에서 지금의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 강욱순은 누구?
1966년생 1989년 KPGA 투어 입회
주요 경력 및 수상
- KPGA 투어 통산 12승, 아시안 투어 통산 6승 - KPGA 상금왕 2회(1999년, 2002년) - KPGA 덕춘상(최저타수상) 4회(1999년~2002년, 4년 연속) - 아시안 투어 상금왕 2회 (1996년, 1998년)
전 KPGA 이사 및 부회장 현 강욱순골프아카데미 대표
출처: 데일리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