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told] '대표팀 갈등설' 범인을 찾으면 한국 축구 문제가 해결되나
[포포투=김아인]범인을 찾으면 한국 축구 문제가 해결될까. 한국 축구를 위해서인지, 누군가가 그저 잘못한 사람으로 밝혀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최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두고 내부 문제로 시끄럽다.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 이후 떠오른 1996년생 대표팀 핵심 동갑내기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의...

[포포투=김아인]
범인을 찾으면 한국 축구 문제가 해결될까. 한국 축구를 위해서인지, 누군가가 그저 잘못한 사람으로 밝혀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최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두고 내부 문제로 시끄럽다.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 이후 떠오른 1996년생 대표팀 핵심 동갑내기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의 동반 은퇴설이 발단이 됐다. 2일 베네수엘라전 이후 김민재는 "다같이 머리 처박고 뛰어야 한다"고 강하게 작심 발언을 했고, 황인범은 울먹이며 복잡한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우즈벡전 이후 세 사람이 눈물을 보이거나 그라운드에서 따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들로 현장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황인범은 취재진 앞에서 의미심장한 심경을 털어놓으면서도, 직접 '은퇴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후폭풍은 거세기만 하다. 세 선수가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자정이 넘도록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표팀 내부 상황을 둘러싼 의문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은 단순한 은퇴설을 넘어 선수단의 갈등 문제로 번졌다.
수만 가지 루머가 생성되는 중이다. 손흥민의 리더십을 문제 삼는 목소리,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의 '96라인' 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강인까지 소환해 '한쪽 편에 서 있다', '왕따를 주동했다'는 확인되지도 않은 주장까지 꼬리를 물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말과 행동, 당사자는 물론 제3자의 과거 인터뷰 발언, 심지어 특정 상황과 얼굴에 잠시 스쳐가는 표정까지 종합해 수많은 추측과 갖가지 의혹이 생산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폭탄이 터진 상황에 혼란은 극심해졌다. 특정 영상을 짜깁기해 불화설을 양산하면서 상업적인 이득까지 챙기거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조롱까지 이어졌다. 자극적인 게시물에 쉽게 반응하면서 선수들의 개인 SNS는 물론 대표팀과 관계 없는 각 소속팀 공식 계정에도 댓글이 도배됐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13일 선수들을 향한 무분별한 억측과 악의적인 비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허위·왜곡 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강인의 소속사 '더블랙레이블' 역시 이강인을 향한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고,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대해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축구 팬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대표팀은 축구라는 스포츠로 온 나라를 한 마음으로 만들어 주고, 국민적인 관심과 응원을 받는 국내 최고의 조직이다. 한국 축구의 황금 세대라 평가받는 핵심 선수들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팬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응원하는 선수가 부당한 비난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대표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자연스럽게 '누구의 잘못인가'에 대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범인'을 찾아내면 한국 축구가 해결되는지 묻고 싶다. 손흥민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면 대표팀이 하나가 될까.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은퇴하면 갈등이 사라질까. 이강인이 누구의 편인지 밝혀내면 한국 축구가 강해질까.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보다 추측을 빠르게 사실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를 향한 비난이 너무 쉽게 쏟아진다.
대표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실제로 갈등이 존재하는지 모두가 걱정하는 일이다.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대한축구협회와 코칭스태프가 관리할 책임이 있고, 이를 바로잡으면서 납득할 만한 설명도 내놓아야 한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장과 정식 감독직이 모두 공석이다 보니, 임시 체제에서 더욱 세심한 대응이 필요해졌다. 선수단 역시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돌아보고, 하나의 팀으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누가 누구를 싫어하고,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까지 하나하나 따져야 하는 걸까. 대표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은 66년간 아시안컵 우승이 없고, 2002 월드컵 이후 24년간 16강 진출이 딱 두 번에 그쳤다. 해결해야 할 축구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선수들 개개인의 관계, 사적인 대화와 감정을 파헤치는 일이 과연 더 중요할까.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목하면 당장의 분노는 해소될지 모른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추측을 더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의혹을 근거로 또 다른 비난을 쏟아내면서 범인을 찾으려 하는 과정이 과연 한국 축구를 위한 길인지, 누구를 위한 일인지는 돌아봐야 한다. 지금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비난할 대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다. 범인을 찾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출처: 포포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