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주장 내려놓고 96년생도 주장 욕심 버려라

손흥민 주장 내려놓고 96년생도 주장 욕심 버려라

손흥민, 이강인. 대한축구협회[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몇 년 전부터 대표팀 안팎에서 거론돼온 1992년생과 1996년생 주축 선수들 사이 갈등은 최근 여러 발언과 행동을 거치며 최근 충격적인 사실로 드러났다. 지금은 손흥민 황인범 황희찬 김민재를 넘어 이강인 등 그동안 대표팀에서 오래 뛰어온 선수들에게도 무분별한 비난이...

손흥민, 이강인. 대한축구협회
손흥민, 이강인. 대한축구협회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몇 년 전부터 대표팀 안팎에서 거론돼온 1992년생과 1996년생 주축 선수들 사이 갈등은 최근 여러 발언과 행동을 거치며 최근 충격적인 사실로 드러났다. 지금은 손흥민 황인범 황희찬 김민재를 넘어 이강인 등 그동안 대표팀에서 오래 뛰어온 선수들에게도 무분별한 비난이 쏟아지는 등 사정이 겉잡을 수 없다.

손흥민과 이재성은 1992년생이다.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은 1996년생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한국 대표팀 중심을 지켜왔다. 그들의 공로를 모르는 팬은 없다.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넣은 골과 보여준 헌신, 김민재가 세계 정상급 수비수로 성장해 태극마크를 달고 싸운 시간, 황인범과 황희찬, 이재성이 중요한 순간마다 보여준 기여를 팬들은 기억한다. 이들을 좋아하고, 오래 보고 싶어 하고, 마지막까지 중심에 서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대표팀은 11월 소집돼 중동에서 두차례 A매치를 치른다. 지금 상태에서 92년생과 96년생을 함께 뽑는다면 단결력을 어느 정도 보일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한쪽을 빼거나 양측 모두 대표팀에서 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하는 일은 무엇일까.

팬이 좋아하는 선수를 더 보고 싶어 하는 마음과 대표팀에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는 다른 문제다. 아무리 아끼는 스타라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대표팀에 도움이 안된다면 한발 물러나는 것이 맞다. 대표팀은 특정 선수의 명예를 지켜주는 무대가 아니라 한국 축구가 가장 강한 팀을 만드는 곳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특정 선수의 성공이 아니다. 대표팀의 성공이다. 국가대표팀보다 더 큰 선수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아무리 많은 골을 넣었고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다고 해도 예외는 없다.

손흥민은 이미 두 차례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찼다. 그 기간 성과도 있었지만 문제도 적지 않았다. 이른바 ‘2701호 사건’, 이강인과 싸움, 인터뷰 거부 사태 등이 잇따랐다. 손흥민은 월드컵 2회 연속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북중미월드컵에서는 손흥민 개인의 경기력도 예전만 못했고 대표팀 플레이도 형편없었다. 이 모든 책임을 손흥민 한 사람에게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과거의 공로만으로 또다시 주장 완장을 맡겨야 할 이유도 없다.

황인범 김민재 황희찬.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인범 김민재 황희찬. 대한축구협회 제공

34세가 된 손흥민에게 중요한 것은 완장이 아니라 남은 경기력을 얼마나 유지하느냐다. 다음 아시안컵에서도 또 주장으로 세우는 것이 대표팀에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손흥민을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대표팀이 더 좋아지기 위해 완장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면 팬도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96년생에게 완장을 넘기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것도 말이 안 된다.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은 최근 대표팀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오해를 키울 만한 발언과 행동으로 혼란을 더했다.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말이 나왔다가 다시 부인하는 과정도 있었다. 본인들이 사과까지 했다. 세 선수 가운데 한 명에게 주장 완장을 넘긴다면 팬들이 그것을 새로운 리더십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들이 주장이 될 경우 손흥민과 관계가 지금보다 좋아질지, 서로 진심으로 대할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둘 다 한발 물러서야 한다. 92년생 리더십은 이미 생명을 다했고 96년생 리더십은 기대를 스스로 깎아먹었다.

조금씩 떨어지는 폼을 관리하고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 후배들이 선배 눈치를 보지 않고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자신보다 뛰어난 후배가 나오면 자리를 내주는 것. 더 어린 선수가 주장이 되면 그 선수를 도와주는 것이다. 그게 고참의 역할이다.

팬들도 이제 선택해야 한다. 좋아하는 선수를 끝까지 중심에 세워두는 것과 대표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스타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 간직하되,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변화라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팀이 강해지는 것이다. 그 목표 앞에서는 개인의 자존심도, 경력도, 주장 완장도 중요하지 않다. 대표팀보다 큰 선수는 없다. 그건 손흥민도, 황희찬도, 김민재도, 황인범도, 심지어 리오넬 메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아니다.

자신들의 시대를 연장하려 하지 말고 다음 시대가 시작되도록 비켜주는 것. 그게 지금 베테랑들에게 필요한 마지막 역할이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