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좋은 투수지만 안 데려온다"…마운드 무너진 NC, 이호준 감독이 영입 포기한 이유 '이재학 의리'
출처:NC 다이노스(MHN 정철우 기자) 투수가 부족하다. 선발도 불안하고 불펜은 더 심각하다. 당장 마운드를 보강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NC 다이노스는 새로운 투수를 영입하는 대신 기존 선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그것도 올 시즌 7경기 등판에 그쳤던 베테랑 투수...

(MHN 정철우 기자) 투수가 부족하다. 선발도 불안하고 불펜은 더 심각하다. 당장 마운드를 보강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NC 다이노스는 새로운 투수를 영입하는 대신 기존 선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그것도 올 시즌 7경기 등판에 그쳤던 베테랑 투수에게 다시 기대를 걸기로 했다. 이호준 NC 감독이 SSG 랜더스와 결별한 박종훈(35) 영입에 선을 그은 이유다. 그 중심에는 이재학을 향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박종훈은 최근 SSG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한때 리그를 대표했던 언더핸드 투수로, 최근 몇 년간 부진에 시달렸지만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회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발 경험이 풍부하고 불펜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운드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자원이다. NC 역시 영입 가능성이 있는 구단 중 하나로 거론됐다.
이유는 분명했다. NC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4.79에 그쳤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5.22로 리그 8위였다. 경기 후반을 안정적으로 책임질 투수가 부족했고, 선발진 역시 확실한 계산이 서는 투수들이 많지 않았다. 선발과 불펜을 모두 경험한 박종훈이라면 적어도 마운드 운영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했다.

하지만 이호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박종훈의 능력을 낮게 평가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여전히 1군에서 경쟁할 수 있는 투수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NC에는 박종훈보다 먼저 기회를 줘야 할 선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박종훈은 좋은 투수다. 여전히 1군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팀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영입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 팀엔 비슷한 유형의 이재학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이드암스로와 언더핸드스로의 차이는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우린 이재학에게 좀 더 기회를 줘야 한다. 이재학을 살리려면 비슷한 유형의 투수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시즌엔 이재학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의 발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재학을 살리려면'이라는 표현이다. 단순히 비슷한 유형의 투수가 이미 있기 때문에 추가 영입이 필요 없다는 뜻만은 아니다. 이재학에게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새로운 선수를 데려와 경쟁시키는 대신 기존 선수에게 충분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성적만 놓고 보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이재학은 올 시즌 7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6.11을 기록했다. 1군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수치다. NC의 마운드 사정이 좋지 않았음에도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 역시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반면 박종훈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 21경기에서 1승4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물론 퓨처스리그 성적을 1군 기록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투수가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했다. 박종훈은 투구폼을 다시 정통 언더핸드로 정리하는 등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왔다.
성실함에서도 두 선수는 닮은 점이 많다. 박종훈은 SSG 관계자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하는 선수일 것이라는 평가까지 받았을 정도로 훈련량이 많은 선수다. 이재학 역시 꾸준하고 성실한 준비 자세를 인정받아 온 베테랑이다.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에서 두 선수 모두 다시 기회를 받을 만한 이유가 있다.
결국 이 감독은 외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보다 내부에서 이미 알고 있는 가능성을 다시 끌어내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여기에는 지도자로서의 의리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학이 지금까지 보여준 노력과 준비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만큼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단순히 과거에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라는 이유로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뜻과는 다르다. 여전히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다만 이 감독의 선택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프로는 결국 성적으로 평가받는 무대다. 이재학이 내년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외부 보강 기회를 포기한 결정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 8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팀이라면 전력 보강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이 이재학을 선택한 데에는 나름의 야구적인 판단이 담겨 있다. 박종훈과 이재학은 정확히 같은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박종훈은 정통 언더핸드, 이재학은 사이드암 투수다. 릴리스 포인트와 공의 궤적, 구종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오버핸드 투수들과 다른 각도에서 승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감독은 두 선수의 역할이 일정 부분 겹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1군 엔트리에서 비슷한 유형의 투수를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이재학을 다시 살려내겠다는 계획이 있다면 새로운 베테랑을 영입하는 것이 오히려 출전 기회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감독은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 박종훈 영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적응이라는 변수도 있다. ABS 도입 이후 언더핸드와 사이드암 투수들은 기존과 다른 스트라이크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낮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출발하는 공의 궤적이 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승부 방식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물론 언더핸드와 사이드암 투수들의 부진을 모두 ABS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투수마다 구위와 제구력, 구종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ABS 시행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투수들이 유리한 코스와 공의 궤적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이런 적응이 실제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언더핸드와 사이드암 투수들의 반등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이재학 역시 그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다. 오랜 기간 자신만의 투구 방식으로 1군에서 경쟁해 온 경험이 있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변화를 시도할 시간도 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동안 준비한 내용이 실전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느냐다.
이 감독이 내년 시즌 이재학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은 의미가 크다. 단순히 스프링캠프에서 경쟁 기회를 주겠다는 수준을 넘어 실제 1군 전력으로 활용할 계획이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재학으로서는 자신을 향한 감독의 믿음에 결과로 답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을 무조건 감성적인 의리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지도자가 선수의 현재 성적뿐 아니라 준비 과정과 회복 가능성까지 평가하는 것은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오랜 부진을 겪은 베테랑에게는 자신을 믿고 기다려 주는 지도자의 존재가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이재학은 이제 그 믿음을 증명해야 한다. 감독이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외부 영입보다 재도전의 기회를 선택했다면 선수 역시 달라진 모습으로 보답해야 한다. 지난 시즌 7경기, 평균자책점 6.11이라는 성적표로는 충분하지 않다. 내년에는 더 많은 경기에 등판해 실질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박종훈에게는 아쉬운 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NC가 현재 영입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 박종훈의 경쟁력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이 감독은 오히려 박종훈이 여전히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다른 구단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박종훈이 필요 없는 투수라는 데 있지 않다. 이재학을 다시 살리는 일이 NC에는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에 있다.
성적만 따지면 이재학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 그러나 이호준 감독은 그 모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준비해 온 선수라면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받아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제 공은 이재학에게 넘어갔다. 감독의 의리가 선수의 부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의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은 만들어 줄 수 있다.
박종훈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포기하면서까지 지키려 한 이재학. 이호준 감독의 믿음이 내년 NC 마운드에서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