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힌 좌절감...이해는 되지만 역사 앞에 오점 남긴 사실까지 지워지진 않는다

최원준,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힌 좌절감...이해는 되지만 역사 앞에 오점 남긴 사실까지 지워지진 않는다

출처:KT 위즈(MHN 정철우 기자)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바라봐야 했던 살리에르의 심정은 살리에르가 돼 보지 않고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도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했고, 평생을 바쳐 노력했으며, 남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천재가 눈앞에 있다면 어떤 심정이...

출처: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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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정철우 기자)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바라봐야 했던 살리에르의 심정은 살리에르가 돼 보지 않고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도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했고, 평생을 바쳐 노력했으며, 남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천재가 눈앞에 있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 영화 속 살리에르가 느꼈던 좌절과 질투는 단순히 남을 시기하는 감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신의 한계를 확인해야 하는 고통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KT 위즈 최원준이 처한 상황도 어쩌면 비슷했을지 모른다.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국내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한 시즌 200안타 고지를 밟았고, 서건창이 2014년 세웠던 국내 선수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까지 넘어섰다. 이미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런데도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하고 있다. 바로 앞에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라는 거대한 벽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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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이 아무리 달려도 레이예스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최원준이 안타를 추가하면 레이예스는 그보다 더 많은 안타를 때려내며 달아났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도 상대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 그 과정에서 느꼈을 좌절감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좌절감이 크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최원준은 그 경계를 넘고 말았다. 자신의 기록을 향한 욕심이 팀을 위한 플레이보다 앞서 있다는 인상을 남겼고, 그 과정에서 경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했다. 이미 위대한 기록을 세운 선수가 스스로 자신의 영광에 흠집을 낸 것이다.

문제가 된 장면은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나왔다. 최원준은 3회초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충분히 좋은 결과였다. 출루에 성공했고, 팀 공격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최원준에게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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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루로 향하기 전 방망이를 거칠게 내던졌다. 장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볼보이 앞에 보호대를 던지는 모습까지 중계 화면에 잡혔다. 삼성 포수 강민호가 최원준을 불렀지만 별다른 반응 없이 1루로 향했다. 이후 후라도가 강한 견제구를 연이어 던지는 등 그라운드에는 불편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이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최원준이 처했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원준은 지난 7일 삼성전에서 3안타를 추가하며 시즌 204안타를 기록했다.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새롭게 쓰는 순간이었다. 국내 선수로는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올라섰다. 그만큼 대단한 성과였다.

그러나 KT가 경기를 치르지 않는 동안 레이예스가 다시 추격에 나섰다. 10일 LG전에서 시즌 205번째 안타를 기록하며 최원준을 앞질렀다. 두 선수 모두 2경기씩 남겨 놓은 상황에서 격차는 단 1개였다. 마지막까지 최다 안타 타이틀의 주인공을 알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최원준으로서는 안타 하나가 절실했을 것이다. 이미 국내 선수 최다 안타 기록을 넘어섰지만 눈앞에는 전체 1위라는 더 큰 목표가 있었다. 더구나 경쟁 상대는 2024년에도 202안타를 기록하며 당시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던 레이예스였다. 올 시즌까지 3년 연속 최다 안타 타이틀을 노리는, 말 그대로 안타 생산 능력에서 특별한 경지에 오른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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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도 놀라운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그보다 더 놀라웠다. 최원준이 한계를 넘어설 때마다 레이예스는 또 다른 기록으로 응답했다. 평범한 선수였다면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을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경쟁 상대가 너무 뛰어나다는 이유로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경쟁은 선수에게 엄청난 동기를 부여하지만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시즌 마지막까지 단 한 개의 안타를 놓고 순위가 바뀌는 상황이라면 매 타석의 무게는 평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최원준이 볼넷을 얻고도 만족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이런 압박과 무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팀에는 도움이 되는 출루였지만 자신의 안타 기록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안타를 하나 더 만들어 내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그 절박함이 순간적인 감정 표출로 이어졌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여지가 있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경쟁하는 프로 선수가 느끼는 좌절감까지 가볍게 평가할 수는 없다. 누구나 최선을 다했음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대를 만났을 때 느끼는 무력감은 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전혀 다른 문제다.

야구는 개인 기록을 겨루는 종목이 아니다. 팀이 승리하기 위해 아홉 명의 선수가 힘을 모으는 스포츠다. 타자는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볼넷을 얻어 출루하면 자신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특히 KT는 올 시즌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팀이다.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보다 팀 전체의 목표를 먼저 생각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출처: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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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원준은 볼넷을 얻고도 방망이를 내던졌다. 안타를 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팀에 도움이 되는 출루의 가치보다 크게 드러난 것이다. 이 장면이 비판받는 핵심적인 이유다. 단순히 장비를 거칠게 다뤘다는 문제를 넘어 개인 기록에 대한 집착이 팀 플레이의 의미를 가려버린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더욱 아쉬운 대목은 볼보이 앞에서 보호대를 던진 행동이다. 볼보이는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사람이다. 최원준의 최다 안타 경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무리 감정이 격해졌더라도 자신의 불만을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프로 선수라면 자신의 감정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결국 KT 주장 장성우까지 나서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장성우는 다음 이닝 선수들을 모아 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확히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상황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웠다는 점은 분명했다.

최원준은 이후 다시 타석에 들어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었지만 앞선 타석과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여섯 번째 타석에서 마침내 안타를 추가하며 시즌 205안타를 완성했다.

그러나 레이예스는 또 달아났다. 같은 날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시즌 207안타까지 도달했다. 최원준이 힘겹게 한 걸음을 내디딘 사이 레이예스는 두 걸음을 앞서간 셈이다. 이제 두 선수에게 남은 경기는 단 한 경기뿐이다. 최원준이 느꼈을 좌절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좌절감을 이해하는 것과 잘못된 행동을 용인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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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은 경기 후 아내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불쾌감과 실망을 느끼셨을 야구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었으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저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또한 자신의 행동으로 불편함을 겪은 당사자들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밝히며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곧바로 사과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과했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원준은 올 시즌 누구보다 많은 박수를 받아야 할 선수 중 하나였다. 국내 선수로는 2014년 서건창 이후 12년 만에 200안타를 넘어섰다. 서건창의 기록까지 뛰어넘으며 국내 선수 단일 시즌 최다 안타의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한국 야구 역사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성과다.

그런데 정작 시즌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기록을 향한 지나친 욕심으로 비판받는 상황을 만들었다. 200안타를 넘어서기까지 쌓아 온 수많은 노력과 성취가 단 한 번의 행동으로 가려지고 말았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이번 행동이 최원준이라는 선수에 대한 평가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뛰어난 안타 생산 능력과 꾸준한 타격으로 인정받았다면 이제는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을 앞세워 팀 플레이의 가치를 잊은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물론 한 번의 실수로 선수의 모든 인격과 야구 인생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그 선수의 평가에 오래 남을 수 있다. 특히 최원준처럼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선수라면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

출처: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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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번 일로 잃은 것은 단순히 좋은 이미지 하나가 아니다. 역사적인 시즌을 온전히 축하받을 기회, 팬들이 자신의 기록에 보내던 순수한 박수, 그리고 개인의 성취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라는 믿음까지 적지 않은 부분이 흔들리게 됐다.

더 안타까운 것은 굳이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최원준의 시즌은 충분히 위대했다는 사실이다. 레이예스를 넘어서지 못하더라도 국내 선수 역대 두 번째 200안타라는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205안타라는 숫자만으로도 한국 야구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최원준은 가장 빛나야 할 순간에 스스로 그림자를 만들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상대를 만났다는 좌절감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됐고, 그 결과 자신의 성취마저 온전히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살리에르의 좌절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그의 모든 선택까지 정당화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쟁 상대가 너무 뛰어나다는 사실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느냐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최원준은 이미 역사를 썼다. 이제 그 역사에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지는 앞으로의 행동에 달려 있다. 이번 실수로 생긴 오점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겠지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팀을 위한 플레이로 신뢰를 회복할 기회는 남아 있다.

한순간의 감정이 너무 많은 것을 앗아갔다. 레이예스를 넘어서지 못한 아쉬움보다 더 큰 상처는 자신이 쌓아 올린 위대한 기록에 스스로 흠집을 냈다는 사실일지 모른다.

넘지 못한 레이예스의 벽은 최원준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그 벽 앞에서 방망이를 내던진 것은 분명 자신의 선택이었다. 역사적인 205안타보다 그 장면이 더 오래 기억된다면 최원준에게 그보다 뼈아픈 결과는 없을 것이다.

출처: MHN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