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2인자가 되기는 싫었나?” 아무리 최다안타왕 타이틀이 간절해도… KT 최원준의 볼넷 후 방망이 내동댕이는 비매너의 극치였다
A: 타율 0.301(479타수 144안타) 56홈런 144타점 115득점 출루율 0.428 장타율 0.699 OPS 1.127 B: 타율 0.335(460타수 154안타) 53홈런 142타점 110득점 출루율 0.478 장타율 0.720 OPS 1.198 여러분이 MVP를 선정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표를 던지겠는...

A: 타율 0.301(479타수 144안타) 56홈런 144타점 115득점 출루율 0.428 장타율 0.699 OPS 1.127
B: 타율 0.335(460타수 154안타) 53홈런 142타점 110득점 출루율 0.478 장타율 0.720 OPS 1.198
여러분이 MVP를 선정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표를 던지겠는가. A가 홈런을 3개 더 때려내긴 했지만, 모든 비율스탯에서 B의 우위다. 지금 시대였다면 B가 탈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러나 MVP는 A가 차지했다. A의 56홈런이 당시 왕정치의 55홈런을 넘어선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이란 이유였다. 이쯤이면 야구 매니아라면 저 기록이 언제 나왔는지, A,B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2003년, A는 이승엽, B는 심정수였다. 심정수의 2003년은 KBO리그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타격 생산력을 보여줬음에도 MVP를 수상하지 못했다. 이승엽 전 감독이 56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야구란 그렇다.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려도 ‘위대한 2인자’는 잘 기억되지 않는다. 훗날 기억되기 위해선 어떻게든 1인자가 되어야 하는 게 야구다.

2026 KBO리그에서도 최다안타 경쟁이 역대급으로 치러지고 있다. 2024년 KBO리그에 처음 입성해 202안타를 때려내며 2014년 서건창(당시 넥센)의 201안타를 넘어선 신기록을 세웠던 롯데 레이예스와 지난겨울 4년 최대 48억원이라는 계약 조건에 KT로 FA 이적하면서 ‘오버페이’, ‘패닉 바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최원준이 그 주인공이다. 11일까지 레이예스는 207안타, 최원준은 205안타를 때려내며 둘 다 종전 기록이었던 2024년 레이예스의 202안타는 넘어섰다. 경쟁에서의 승자가 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의 주인공이 되고, 패자는 역대 단일시즌 최다안타 2위로 기억되게 된다.
10일까지는 레이예스가 205안타, 최원준이 204안타로 1개 차이였다. 두 선수가 남겨놓은 잔여경기 딱 2경기. 여기에서 승부가 갈리는 상황이었다.
‘위대한 2인자’로는 기억되기 싫어서였을까. 최원준의 조급함이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그것도 비매너에 볼보이에 대한 화풀이까지 최악의 형태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 1번 타자로 나선 최원준은 첫 타석에서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3회 선두타자로 나선 최원준은 삼성 선발 후라도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직구가 몸쪽 낮은 곳에 들어온 것을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했다. 평소라면 기분 좋은 출루였겠지만,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게 분했을까. 아니면 공 6개를 모두 직구로 던진 후라도가 정면 승부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최원준은 화가 난 듯 방망이를 힘껏 그라운드에 내동댕이쳤다. 1루에서 나가서도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이미 정규리그 1위가 확정돼 승패가 상관이 없는 경기였다고 해도, 개인 기록을 위해 경기에 출전한 것이라고 해도, 너무나 노골적인 불안이자 비매너였다. 게다가 최원준은 보호 장비를 볼보이에게 던지듯이 주고 1루로 향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팀 후배의 이런 행동에 KT 주장 장성우도 뿔이 났다. 장성우는 3회초 공격을 마친 뒤 야수들을 집합시켰다. “자기 기록 채우려고 경기에 나왔나. 행동 똑바로 하라”는 내용의 질책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막판에는 최원준이 장성우와 대화를 하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최원준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좀처럼 유망주의 껍질을 깨어나오지 못하던 최원준은 지난 시즌 데뷔 후 10년 간 뛰었던 KIA에서 NC로 트레이드됐다. 지난겨울 FA 시장에서도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KT로 둥지를 옮겼다. 그러나 올 시즌 약점이었던 수비는 대폭 향상됐고, 방망이도 대폭발했다. 한번도 규정타석을 채워서 3할을 넘겨본 적이 없는데, 올 시즌 타율은 무려 0.354에 달하고, 단일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도 눈앞인 상황이다. 최원준도 사람인데, 왜 기록 욕심이 나지 않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그라운드 위에서는 매너를 지켜야 했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있다. 게다가 중계를 통해 지켜볼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도 있다. 후라도가 고의4구로 거른 것도 아니고,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은 것이다. 후라도가 일부러 최원준에게 안타를 맞지 않기 위해 볼넷을 내줬다는 증거도 없다. 최원준의 행동은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잘못이었다. 최원준의 이러한 행동에 이미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KIA 시절 수비 후 볼보이에게 공을 내동댕이 치며 던지는 영상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이 행동 하나로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올라선 최원준의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 다행히 최원준은 경기 후 당시 장비를 주우러 나왔던 볼보이를 찾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준은 경기를 끝까지 뛰었고, 결국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이날 2안타를 때려낸 레이예스가 207안타, 최원준이 205안타로 두 개차이다. 이제 12일 최종전에서 최다안타왕이 가려진다. 과연 최원준은 비매너 논란을 딛고 최다안타왕에 등극할 수 있을까. 최종전에서 레이예스보다 안타를 3개 더 때려서 그 자리에 오른다 한들 11일 보인 행동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게 생겼다.
출처: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