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도심에서 공도 치고 콘서트도 즐기고…네 번째 휠라 화이트오픈, 가을 동화 같은 축제

[김종석의 그라운드] 도심에서 공도 치고 콘서트도 즐기고…네 번째 휠라 화이트오픈, 가을 동화 같은 축제

제4회 화이트오픈서울 현장에서 만난 김지헌 미스토코리아 대표와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오른쪽). 휠라 열기구를 배경으로 엄지를 들어 보인 두 사람은 화이트오픈을 한국을 대표하는 테니스 축제로 키우자는 뜻을 나눴다. JS포토한 사람은 테니스에서 브랜드의 미래를 찾았고, 다른 한 사람은 브랜드가 만든 축제에서 한국 테니스...

제4회 화이트오픈서울 현장에서 만난 김지헌 미스토코리아 대표와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오른쪽). 휠라 열기구를 배경으로 엄지를 들어 보인 두 사람은 화이트오픈을 한국을 대표하는 테니스 축제로 키우자는 뜻을 나눴다. JS포토
제4회 화이트오픈서울 현장에서 만난 김지헌 미스토코리아 대표와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오른쪽). 휠라 열기구를 배경으로 엄지를 들어 보인 두 사람은 화이트오픈을 한국을 대표하는 테니스 축제로 키우자는 뜻을 나눴다. JS포토

한 사람은 테니스에서 브랜드의 미래를 찾았고, 다른 한 사람은 브랜드가 만든 축제에서 한국 테니스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10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개막한 제4회 '화이트오픈서울'. 김지헌 미스토코리아 대표와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의 대화는 1970년대 비에른 보리의 테니스웨어에서 출발해 내년 올림픽공원에서 펼칠 새로운 축제 구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휠라의 오랜 테니스 전통과 한국 테니스의 저변 확대를 고민하는 두 사람의 관심이 흰색 코트 위에서 만났습니다.

화이트오픈은 2023년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해 2024년 올림픽공원, 지난해 한강 예빛섬을 거쳐 올해 여의도공원에 도착했습니다. 해마다 서울의 다른 풍경 속에 코트를 펼쳐온 축제입니다. 이제 이 축제는 기업과 협회의 협력이라는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2023년 광화문광장, 2024년 올림픽공원, 2025년 한강 예빛섬, 그리고 올해 여의도공원. 화이트오픈서울은 해마다 서울의 다른 풍경 속에 흰색 테니스 코트를 펼쳐왔다. 테니스코리아·휠라·JS포토
2023년 광화문광장, 2024년 올림픽공원, 2025년 한강 예빛섬, 그리고 올해 여의도공원. 화이트오픈서울은 해마다 서울의 다른 풍경 속에 흰색 테니스 코트를 펼쳐왔다. 테니스코리아·휠라·JS포토

화이트오픈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김 대표가 먼저 꺼낸 말은 '테니스 DNA'였습니다. 테니스는 휠라가 오랜 시간 브랜드 정체성을 쌓아온 종목이고, 화이트오픈은 그 뿌리를 오늘의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는 문화로 보여주려는 행사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4년 전 첫 행사를 준비하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그때만 해도 국내 테니스 열기가 뜨거워 여러 브랜드가 일제히 뛰어들었습니다. 요즘은 휠라를 빼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휠라는 화이트오픈을 한두 해 하고 끝낼 이벤트로 여기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유행에 기대지 않고 해마다 무대를 옮겨가며 판을 키워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코트에서 공을 치고, 테니스웨어와 용품을 접하고, 음악을 듣는 시간이 하나의 축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 스포츠의 활력에 럭셔리 문화의 감성을 더해 휠라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테니스화를 직접 신고 움직여볼 수 있는 트라이얼존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품을 눈으로 보는 데서 나아가 자신의 발과 움직임으로 기능을 확인하게 했습니다.

주 회장께 휠라는 어떤 테니스 브랜드로 기억됩니까.

주 회장의 기억은 1970년대로 향했습니다. 그에게 휠라는 보리로 상징되는 테니스 브랜드였습니다. 세계적 스타가 입고 코트를 누빈 옷은 선수의 경기력과 스타일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던 휠라 니트는 운동복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자 하나의 스타일로 각인됐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의 프리미엄 전략과 주 회장의 기억은 이 지점에서 맞닿았습니다. 브랜드가 강조하는 품격의 바탕에는 팬들이 이미 기억하는 역사가 있었습니다. 보리를 기억하는 세대와 오늘 처음 테니스화를 신어보는 세대가 같은 공간에 머무는 곳, 화이트오픈입니다.

현역 시절 휠라 트레이닝 재킷을 입은 비에른 보리. 가슴에 휠라 로고와 보리의 이니셜 패치가 나란히 붙어 있다. 페이스북
현역 시절 휠라 트레이닝 재킷을 입은 비에른 보리. 가슴에 휠라 로고와 보리의 이니셜 패치가 나란히 붙어 있다. 페이스북

보리를 한국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을까요.

김 대표는 보리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리는 1975년 휠라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18년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로 다시 손잡아 지금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휠라의 테니스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을 한국 팬들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글로벌 대형 테니스 스타와의 계약도 앞두고 있다고 귀띔했지만 선수 이름과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전설과의 인연을 되살리는 동시에 현역 스타와도 손잡겠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이어온 축제를 해외 도시로 넓히는 구상도 내놨습니다. 도시마다 지닌 공간과 문화에 테니스를 결합해 화이트오픈의 무대를 넓히겠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광장에서 시작한 실험이 글로벌 축제로 자랄 수 있을지 관심을 끕니다.

네 번째 행사는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지난해 약 8000명이 찾은 행사는 올해 1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화의마당을 가득 채운 프로그램을 보면 1만 명 돌파는 무난해 보입니다. 아내,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회사원 박모 씨는 "매년 오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관람객도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인다"며 "한국 최고의 오프라인 테니스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단풍이 물든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 체험 부스 앞에는 관람객이 길게 줄을 섰고, 빈백과 파라솔이 놓인 잔디광장에서는 방문객들이 가을 햇살을 즐겼다. JS포토
단풍이 물든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 체험 부스 앞에는 관람객이 길게 줄을 섰고, 빈백과 파라솔이 놓인 잔디광장에서는 방문객들이 가을 햇살을 즐겼다. JS포토

가장 큰 변화는 직접 공을 칠 공간입니다. 서울시의 협조로 넓은 광장을 활용해 연습 코트를 충분히 조성했습니다. 메인 코트 이벤트를 보는 즐거움에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경험을 더했습니다.

화이트오픈서울 메인 코트에서 참가자가 서브를 넣고 있다. 올해는 연습 코트를 늘려 동호인들이 직접 공을 치며 테니스를 즐길 기회를 넓혔다. JS포토
화이트오픈서울 메인 코트에서 참가자가 서브를 넣고 있다. 올해는 연습 코트를 늘려 동호인들이 직접 공을 치며 테니스를 즐길 기회를 넓혔다. JS포토

코트는 백건 이인섭 대표가 만들었습니다. 2023년 광화문광장부터 4년 연속 화이트오픈 코트를 조성해온 숨은 일꾼입니다. 올해는 메인 코트 1면과 보조 코트 2면 등 정규 규격 기준 3면을 깔았고, 보조 코트는 레슨·체험용으로 나눠 썼습니다.

휠라 측에 따르면 가수 초청료 등을 합한 전체 행사 비용은 10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이 가운데 코트 조성에는 1억8000만 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틀 쓰고 철거하는 임시 시설이지만 새벽부터 밤까지 인력을 집중 투입해 이틀 만에 완성했습니다. 관람객에게는 잠깐 스쳐 가는 흰색 코트지만, 그 뒤에는 촉박한 시간 안에 여러 면을 완성해야 했던 제작진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4년 연속 화이트오픈서울 코트를 조성한 백건 이인섭 대표가 자신이 조성한 해비치 강동 테니스클럽 코트에 섰다. JS포토
4년 연속 화이트오픈서울 코트를 조성한 백건 이인섭 대표가 자신이 조성한 해비치 강동 테니스클럽 코트에 섰다. JS포토

코트에서는 이형택, 임용규 등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와 공을 주고받는 이벤트 게임이 열렸습니다. 한국 테니스의 빛나는 순간을 만든 선수들과 같은 코트에 서는 것만으로도 동호인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입니다.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의 사인회에는 100명 넘는 팬이 몰렸습니다. 직접 공을 치고, 평소 응원하던 선수를 가까이에서 만나는 시간이 한 공간에서 이어졌습니다.

대한테니스협회 홍보대사인 방송인 장성규의 이색 매치는 테니스 스타의 기량과 방송인의 친근함을 함께 보여줬습니다. 드릴 챌린지와 스킬스존, 피클볼, 스탬프 투어도 구력과 관심에 따라 즐길 수 있게 꾸렸습니다.

11일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는 가수 안신애와 청하, 우즈가 출연하는 애프터 콘서트가 이어집니다. 낮에는 공을 치고 저녁에는 음악을 즐기는 여의도의 가을 주말. 김 대표가 말한 테니스와 패션, 문화의 만남이 이틀간의 축제에 담겼습니다.

방송인 장성규(왼쪽)와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JS포토
방송인 장성규(왼쪽)와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JS포토

화이트오픈이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쉬운 대목도 있습니다. 화제성에 비해 홍보는 여전히 약합니다. 사전 보도는 행사 열흘 전 며칠 사이에 몰렸고, 애프터 콘서트 출연진은 '인기 가수'로만 소개됐습니다. 시간표나 참가 방법을 담은 기사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자칫 '그들만의 화이트오픈'에 머무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4년 연속 현장을 빠짐없이 찾은 필자로서는 또 다른 걱정도 있습니다. 연습 코트를 늘리고 공익단체 홍보부스를 새로 마련한 것 말고는, 테니스 셀럽 초청 레슨과 식음료·용품 부스, 인기 가수 콘서트로 막을 내리는 구성이 지난해와 판박이였습니다. 김 대표가 앞세운 테니스화 트라이얼존도 다른 브랜드 행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그 안에 담은 내용물은 어느새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닌지. 부디 기우이기를 바랍니다.

해법의 실마리는 주 회장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 회장은 협회 홍보이사와 삼성 테니스단 감독 시절부터 홍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미디어 노출에 공을 들였습니다. 올해도 다양한 경로로 협회와 선수 홍보에 나섰습니다. 휠라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공익성도 화이트오픈이 더할 수 있는 가치입니다.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주 회장은 휠체어 테니스를 향한 휠라의 관심과 후원을 당부했습니다. 김 대표도 2024년 화이트오픈에서 휠체어 테니스 시범경기를 열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앞으로도 각별히 힘을 보태겠다고 답했습니다.

주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화이트오픈을 '테니스 데이'로 키워 전국적인 행사로 넓히자는 구상도 내놨습니다. 휠라의 기획·운영 경험에 협회의 선수·동호인 기반이 더해지면 참여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휠라가 내년 행사를 협회와 함께 치르기로 한 만큼, 화이트오픈과 '테니스 데이'가 맞물릴 가능성도 한층 커 보입니다.

그 첫 무대는 내년 올림픽공원이 될 전망입니다. 김 대표는 내년 10월 올림픽공원에서 협회와 함께 행사를 여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성사되면 테니스 경기장에서는 이벤트 게임과 레슨 등을 진행하고, 바깥 공간은 다양한 체험·공연 무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공원 테니스시설 재건축 문제도 거론된 만큼 구체적인 일정과 운영 방식은 협의를 거쳐 정할 계획입니다.

이형택도 다섯 번째 행사가 벌써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네 번째 행사장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해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화이트오픈이 쌓아온 기대감을 보여줍니다.

협력의 의미는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축제에서 테니스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실제로 라켓을 잡고 꾸준히 운동할 기회까지 얻는다면, 이틀간의 만남은 종목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기업이 마련한 문화 경험과 협회의 보급 역할을 잇는 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여의도에서 오간 두 사람의 대화에는 서로 다른 시간이 담겨 있었습니다. 주 회장은 보리와 휠라 니트를 기억했고, 김 대표는 다음 세대가 경험할 테니스 문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오래된 기억과 새로운 구상이 흰색 코트 위에서 만났습니다.

광화문에서 시작한 축제가 올림픽공원과 한강을 지나 여의도까지 왔습니다. 내년 다시 올림픽공원으로 향한다면 그 코트에는 휠라의 역사와 한국 테니스의 바람이 함께 놓일 것입니다. 한때 보리의 흰옷을 보며 테니스를 꿈꿨던 소년처럼, 여의도에서 처음 라켓을 잡은 누군가도 자신만의 테니스 이야기를 시작했을지 모릅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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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테니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