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율예-김영웅에게 홈런 안 맞고 우승했다면, 한화 김경문 감독의 올 시즌 퇴진은 없지 않았을까?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한화는 ‘명장들의 무덤’인가. KBO리그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85) 감독도, ‘야신’ 김성근(84) 감독도 한화를 마지막으로 감독 커리어가 끝났는데, 또 한 명의 명장이 한화를 떠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지만,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내지 못하고 준우승만 5번에 그친 김경문(68) 감...
한화는 ‘명장들의 무덤’인가. KBO리그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85) 감독도, ‘야신’ 김성근(84) 감독도 한화를 마지막으로 감독 커리어가 끝났는데, 또 한 명의 명장이 한화를 떠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지만,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내지 못하고 준우승만 5번에 그친 김경문(68) 감독이다.

한화 구단은 지난 10일 “제14대 김경문 감독이 오늘 NC 다이노스와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계약 만료에 따라 팀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어 “김경문 감독은 재임 기간 중인 2025시즌 팀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KS)로 이끌며 준우승을 거두는 등 한화의 도약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야구에, 그리고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지난해 한화는 분명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결정적인 장면에서 ‘야구의 신’이 한화의 편을 들어줬다면 김경문 감독의 커리어는 올 시즌이 끝이 아닐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그 과정에서 김경문 감독의 아쉬운 선택이 발목을 잡은 것이긴 하지만.
한화는 지난해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1992년 이후 33년 만의 전반기 1위였다. 그러나 LG가 8월 들어 급상승세를 보이고, 김경문 감독의 운영이 어긋나면서 한때 5.5경기 차로 앞서던 격차를 다 까먹어버렸고, 오히려 5.5경기차로 벌어지기까지 했다.

정규리그 막판에도 선두 탈환의 기회는 있었다. 한화와 김경문 감독에게 가장 뼈아픈 장면 첫 번째다. 지난해 10월1일. LG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NC에 3-7로 내주며 스스로 매직넘버 1을 지워내는 데 실패했다. 같은 시각 한화는 인천에서 SSG에 8회까지 5-2로 앞섰다. 이 경기를 잡고, 3일로 예정됐던 KT전을 잡아내면 한화는 LG와 정규리그 1위를 다투는 타이 브레이커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9회 등판한 김서현은 공 2개로 2아웃을 잘 잡아내더니 대타 류효승에게 안타, 대타 현원회에게 투런포를 맞고 5-4로 쫓겼다. ‘믿음의 야구’가 지론인 김경문 감독은 마무리 김서현을 밀어붙였고, 결국 김서현은 정준재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율예에게 끝내기 투런포를 맞았다. 5-6 한화의 패배로 ‘트래직 넘버’가 소멸되는 순간이었다. 그 결과 잠실구장에서 퇴근했던 LG 선수들은 다시 잠실로 돌아와 정규리그 1위 세리머니를 했다. 김경문 감독이 현원회에게 투런을 맞은 이후라도, 아니 정준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이후에라도 투수를 바꿨다면...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은 한화에게 주어질 수도 있었다.

두 번째 장면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으로 간다. 3차전까지 2승1패로 앞선 한화는 4차전에서도 삼성 선발 원태인을 5이닝 4실점으로 쫓아내보내며 5회까지 4-0으로 앞섰다. 폰세와 와이스, 이른바 ‘폰와 듀오’도 불펜 대기 시켰던 김경문 감독이 폰세를 내서 경기를 잠궜다면 무난하게 한국시리즈 진출을 할 수 있었겠지만,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6회 황준서 등판이었고, 황준서는 등판하자마자 안타 2개 볼넷을 내주고 한 점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진 선택은 또 한 번 김서현. 그러나 김서현은 1사 1,3루에서 김영웅에게 동점 쓰리런포를 얻어맞고 말았다. 김영웅은 7회에도 한승혁에게 연타석 쓰리런포를 또 한 번 터뜨리며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폰세, 와이스를 아끼려다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가버린 김경문 감독은 5차전 선발로 폰세를 썼다. 5회까지 7-1로 앞섰으나 4차전 효과일까. 김경문 감독은 6회부터 와이스를 올려 4이닝을 맡기는 선택을 했다. 두 외인 투수를 쓴 끝에 한국시리즈 진출엔 성공했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와이스를 쓸 수 없게 됐고 결국 LG와의 한국시리즈를 1승4패로 패하면서 한화의 26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론 김경문 감독의 커리어 첫 한국시리즈 우승도 물 건너가고 말았다. 폰세와 와이스라고 하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강한 외인 원투펀치를 보유했기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적기였지만, 단기전만 되면 작아지는 김경문 감독의 운영이 또 한 번 일을 그르친 셈이다.
폰세와 와이스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맞은 올 시즌. FA 시장에서 강백호를 영입해 공격력을 키웠지만, 투수력이 문제였다. 폰세와 와이스 대신 마운드에 선 외국인 투수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고, 토종 핵심 선발 문동주의 시즌아웃, 김서현, 정우주 등 젊은 불펜 투수들의 극악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결국 한화는 9위로 2026시즌을 마치고 말았다.

김경문 감독(1078승 958패 39무)은 김응용(1554승 68무 1288패), 김성근(1388승 60무 1203패) 감독과 더불어 KBO리그에서 통산 1000승을 넘긴 세 명의 사령탑 중 하나다. 명장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으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쓰며 지도자로서 최고의 영광을 누렸지만,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 없이 감독 커리어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두산 시절인 2005년과 2007년,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했고, NC를 이끌던 2016년에도 정상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는 등 한국시리즈 진출 5회, 5회 모두 준우승이라는 기록만 남기고 떠나게 됐다.
출처: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