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하현승, 16억만 베끼면 오타니가 나오나…키움이 진짜 훔쳐야 할 닛폰햄의 비밀

[오피셜]하현승, 16억만 베끼면 오타니가 나오나…키움이 진짜 훔쳐야 할 닛폰햄의 비밀

출처:키움 히어로즈(MHN 정철우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하현승에게 16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계약금을 안겼다. KBO리그 신인 계약금 역대 최고액으로, 2006년 KIA 한기주의 10억원을 6억원이나 넘어섰다.키움은 계약금 산정 과정에서 오타니 쇼헤이의 사례도 참고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재능을 보인 하현승이 메이저리그...

출처:키움 히어로즈
출처:키움 히어로즈

(MHN 정철우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하현승에게 16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계약금을 안겼다. KBO리그 신인 계약금 역대 최고액으로, 2006년 KIA 한기주의 10억원을 6억원이나 넘어섰다.

키움은 계약금 산정 과정에서 오타니 쇼헤이의 사례도 참고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재능을 보인 하현승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에도 KBO리그를 선택하자, 오타니가 고교 졸업 후 닛폰햄 파이터스와 계약할 당시의 조건까지 살펴본 것이다.

좋은 벤치마킹이다. 최고의 재능에는 최고의 대우가 필요하다. 하지만 오타니에게서 가져올 것이 몸값뿐이라면 절반짜리에 그친다. 키움이 따라가야 할 것은 계약금이 아니라 닛폰햄이 18세의 원석을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시킨 육성 설계다.

오타니를 오타니로 만든 것은 계약금보다 체계적인 장기 프로젝트였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오타니는 고교 졸업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직행을 선언했지만, 닛폰햄은 그를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뒤 단순히 일본에 남아 달라고 설득하지 않았다. 오타니와 가족에게 ‘오타니 쇼헤이군 꿈으로 가는 이정표(大谷翔平君 夢への道しるべ)’라는 26쪽 자료를 제시해 미국 직행과 일본에서 성장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길을 비교하고, 그가 원하는 미래부터 파악했다.

또한 투수와 타자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지 않고 둘 다 하도록 했다. 중요한 것은 이도류를 허락한 데 있지 않았다. 두 재능이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도록 별도의 육성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1년 차에 타자로서 가능성과 방향을 확인하고, 2년 차에 투수의 틀을 만든 뒤, 3년 차에 투타를 융합하고 4년 차에 능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하루빨리 완성품을 만들기보다 몇 년에 걸쳐 고졸 선수를 완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신체를 만드는 방식도 달랐다. 닛폰햄은 오타니의 큰 체격만 믿고 곧바로 몸집을 키우지 않았다. 이때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인물이 나카가키 세이이치로(中垣征一郎) 트레이닝 코치였다. 과거 닛폰햄에서 다르빗슈 유의 신체 관리와 훈련을 담당했던 인물로, 오타니의 프로 입단 이후에도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깊이 관여했다.

나카가키 코치는 단순히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리는 것보다 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에 집중했다. 체간 훈련을 통해 몸의 중심을 안정시키고, 투구와 타격에 공통으로 필요한 체중 이동과 신체 움직임을 익히도록 했다. 메디신볼과 봉 등을 활용한 반복 훈련도 이런 목적에서 이뤄졌다. 투수와 타자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기본적인 움직임부터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특히 나카가키 코치가 중시한 것은 몸을 크게 만드는 것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었다. 투구와 타격 모두 하체에서 만들어진 힘을 몸통을 거쳐 상체로 전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무작정 근육을 키우기보다 이러한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신체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닛폰햄이 구상한 장기 육성 프로젝트에서 신체 훈련이 중요한 축을 차지했던 이유다. 구단 내부에서는 4년에 걸친 육성 구상을 '파이터스 대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투수 육성에는 다르빗슈의 고졸 신인 시절 데이터도 활용했다. 주목한 것은 구속이 아니라 투구 수와 등판 간격이었다. 다르빗슈는 첫해 2군에서 약 일주일 간격으로 등판하며 투구 수를 늘렸고, 100구 안팎을 소화할 준비가 된 뒤 1군 선발로 올라왔다. 닛폰햄은 오타니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 160㎞를 던질 수 있다고 곧바로 1군에서 100구를 던지게 하지 않았다. 선발투수로 몸이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 부하를 단계적으로 높였다.

오타니가 타자로 1군 경쟁력을 보인 첫 시즌에도 투수 육성은 서두르지 않았다. 구리야마 감독은 몸 상태와 야수 출전에 따른 피로를 고려해 6일 턴을 고집하지 않고 7일 턴이나 10일 턴까지 등판 간격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다. 정해진 프로그램에 선수를 맞춘 것이 아니라 몸의 반응에 따라 프로그램을 바꾸고, 축적된 데이터를 다음 단계에 반영한 것이다.

2013년 가을 피닉스리그에서는 오타니를 투수에 집중시키며 6일 턴으로 등판시켰다. 성적보다 등판과 회복, 다음 준비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몸에 익히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단순히 공을 던지는 것뿐 아니라 등판 다음 날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언제부터 다시 강도 높은 훈련을 할 수 있는지, 다음 등판을 앞두고 어느 정도의 회복이 이뤄지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 실험을 거쳐 2014년부터 본격적인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이도류 출전 패턴도 신체의 총부하를 기준으로 설계했다. 6일 턴 선발 로테이션을 중심에 두고 등판 직후와 다음 등판 전에는 회복에 집중했으며, 그 사이에 타자로 출전시켰다. 닛폰햄은 ‘투수 오타니’와 ‘타자 오타니’를 따로 관리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일주일 동안 감당할 총부하를 계산해 두 역할을 배치했다.

여기에는 나카가키 코치를 비롯한 트레이닝 파트의 역할도 중요했다. 투수로 등판한 날의 피로가 타격 훈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타자로 출전하면서 누적된 피로가 다음 선발 등판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도류는 투수코치와 타격코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수의 몸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트레이닝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도전이었다.

그 결과 오타니는 2014년 투수로 11승, 타자로 10홈런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장기 육성의 완성 단계로 설정한 2016년에는 투수로 10승과 평균자책점 1점대, 타자로 3할대 타율과 22홈런을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MVP에 올랐다.

닛폰햄의 육성법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두 가지를 많이 시킨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모두 잘할 수 있도록 하나의 몸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이제 키움의 숙제가 시작된다.

하현승에게 16억원을 줬다는 것은 그를 평범한 고졸 신인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육성 방식도 평범해서는 안 된다. 첫해 몇 승을 거둘지보다 3년 뒤 어떤 투수가 될지를 먼저 계산하고, 최고 구속보다 프로 선발 로테이션을 견딜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투타 겸업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더욱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선발 등판 전후 타격을 제한할 기간, 투구일과 타격일의 웨이트 프로그램, 시즌 전체 투구 이닝과 타석 수, 피로도가 높아졌을 때 우선적으로 쉬게 할 역할까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투수코치와 타격코치가 각자의 영역만 보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트레이닝과 데이터 분석 파트가 함께 움직이는 ‘하현승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특히 나카가키 코치가 오타니에게 적용했던 신체 훈련 방식은 키움이 눈여겨볼 만하다. 고졸 신인의 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과 그 공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은 별개다. 근육량을 늘리고 구속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자신의 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부터 익히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에 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출처:키움 히어로즈
출처:키움 히어로즈

무엇보다 기다려야 한다. 16억원을 받은 선수라는 이유로 첫해부터 10승과 150㎞대 후반의 공을 요구하면 역대 최고 계약금은 훈장이 아니라 짐이 된다. 몇 경기 잘 던졌다고 투구 수를 급격히 늘리거나, 부진하다고 육성 방향을 바꾸는 일도 피해야 한다.

닛폰햄은 오타니에게 시간을 줬다. 다르빗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구 수와 등판 간격을 설계하고, 다르빗슈를 지도했던 나카가키 코치를 통해 신체 훈련의 기반을 다졌으며, 가을에는 6일 턴 선발 로테이션을 시험했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몸의 반응을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특별한 재능을 뽑았다면 육성법도 특별해야 한다.

키움이 하현승에게 16억원을 투자한 것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하지만 16억원은 육성의 결승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오타니를 벤치마킹하려면 계약서의 숫자가 아니라 18세의 재능을 당장의 전력으로 소비하지 않고 몇 년 뒤 최고의 선수로 만들기 위해 설계한 닛폰햄의 시간표를 따라야 한다.

오타니에게는 4년짜리 육성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제 하현승에게도 키움만의 시간표가 필요하다.

출처: MHN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