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아르헨티나
메시, 21년 만에 국가대표 은퇴리오넬 메시가 6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모누멘탈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냉과의 국가대표 고별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1골 2도움으로 아르헨티나의 3대0 승리를 이끈 메시는 A매치 통산 208경기 126골로 대표팀 경력을 마무리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7일(한국 시각) 아르헨티...
메시, 21년 만에 국가대표 은퇴

7일(한국 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모누멘탈 스타디움. 아르헨티나와 베냉의 축구 친선전이 한창이던 전반 10분, 주심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잠시 중단시켰다. 그러자 8만5000여 관중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화려한 불꽃이 솟아올라 밤하늘을 수놓았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상징이 된 리오넬 메시(39)의 등번호 ‘10’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순간이었다. 몇 분 뒤 경기는 재개됐지만, 이날만큼은 결과가 중요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90분 내내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월드컵 우승 등 숱한 환희를 안겨준 ‘영원한 10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메시는 베냉전을 끝으로 21년에 걸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생활을 마감했다. 2005년 18세 나이로 성인 대표팀에 데뷔한 그는 자신의 208번째이자 마지막 A매치에서 1골 2도움을 기록, 3대0 승리를 이끌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메시를 떠나보내는 아르헨티나 팬들의 배웅은 특별했다. 대표팀 버스가 훈련장을 떠나 모누멘탈 스타디움으로 향하자 도로 양쪽을 빼곡히 메운 시민들은 아르헨티나 국기를 흔들며 한목소리로 메시의 이름을 외쳤다. 창밖으로 이 모습을 바라보던 메시도 결국 눈물을 훔쳤다. 킥오프를 앞둔 그라운드에는 거대한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이 펼쳐졌다. 메시를 상징하는 숫자 ‘10’과 함께 이름이 들어갈 자리에는 스페인어로 ‘그라시아스(Gracias·고마워요)’라고 적혀 있었다. 아르헨티나 국가가 울려 퍼지자 메시의 눈에는 또다시 눈물이 맺혔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던 리오넬 스칼로니(48) 아르헨티나 감독도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양 팀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3분 특별한 골이 터졌다. 메시가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38세 베테랑 수비수 오타멘디에게도 이날은 국가대표 고별전이었다. 오랜 세월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희로애락을 함께한 두 노장이 마지막 A매치에서 득점을 합작한 것이다. 메시는 후반 16분 니코 파스의 추가 골을 도운 데 이어 후반 26분에는 직접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A매치 통산 126호 골을 터뜨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심판과 양 팀 선수들은 너나없이 메시에게 다가가 포옹을 나누며 전설에게 경의를 표했다.
메시에게 조국 아르헨티나는 늘 따뜻한 곳만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던 메시가 정작 대표팀에서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아르헨티나를 1986 멕시코 월드컵 정상으로 이끈 국민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끊임없이 비교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2015·2016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잇따라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자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메시는 2016 코파 아메리카 칠레와의 결승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뒤 눈물을 쏟으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의 간절한 복귀 요청에 마음을 돌려 대표팀으로 돌아온 메시는 끝내 아르헨티나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2021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브라질을 꺾으며 마침내 성인 대표팀 메이저 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이듬해 카타르에서는 평생 자신을 따라다녔던 마지막 숙제마저 풀었다. 결승에서 프랑스를 꺾고 그토록 바라던 월드컵 트로피를 품에 안은 것이다. 2024년엔 코파 아메리카를 다시 제패하며 아르헨티나의 황금시대를 완성했다.
메시가 대표팀을 떠난 날,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 브라질의 에이스였던 네이마르는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전 세계가 당신이 축구를 위해 해온 모든 일에 감사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메시는 경기 전 공개한 고별 영상을 통해 21년간의 대표팀 여정을 이렇게 정리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이제는 평온한 마음으로 떠납니다.”
출처: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