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기 슬라이딩, 스퀴즈 번트, 홈 보살…가을이 됐나보다, 잠실벌 장악해버린 KIA ‘89 트리오’

묘기 슬라이딩, 스퀴즈 번트, 홈 보살…가을이 됐나보다, 잠실벌 장악해버린 KIA ‘89 트리오’

KIA 김태군이 3일 잠실 LG전에서 2루타를 치고 온몸을 써 태그를 피하며 2루에 세이프 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스포츠경향 잠실 | 김은진 기자] KIA 포수 김태군은 “몸이 살짝 교통사고가 난 것 같다”며 웃었다. 잠실 LG 3연전의 첫날이었던 3일, 수비 중 파울 타구를 잡으려 달려갔다가 등 뒤 포수 장비...

KIA 김태군이 3일 잠실 LG전에서 2루타를 치고 온몸을 써 태그를 피하며 2루에 세이프 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김태군이 3일 잠실 LG전에서 2루타를 치고 온몸을 써 태그를 피하며 2루에 세이프 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스포츠경향 잠실 | 김은진 기자] KIA 포수 김태군은 “몸이 살짝 교통사고가 난 것 같다”며 웃었다. 잠실 LG 3연전의 첫날이었던 3일, 수비 중 파울 타구를 잡으려 달려갔다가 등 뒤 포수 장비 끈이 그물망에 걸려 매달린 ‘사고’ 때문이었다. 30대 후반의 1989년생 포수 김태군은 순간적인 충격에 뻐근해진 몸을 끌고 3연전의 투혼을 펼쳤다.

이날 LG 선발 카를로스 상대로 침묵하던 타선에서 첫 안타를 때린 주인공이 김태군이었다. 좌익선상에 타구를 보낸 김태군은 발이 빠르지 않은 타자지만 2루까지 달렸다. 이범호 KIA 감독도 속으로 “가지 마”라며 아웃을 예감할 정도였지만, 김태군은 몸을 비틀고 손을 뻗으며 그야말로 묘기 같은 슬라이딩으로 태그를 피해 세이프 됐다. 그 뒤 KIA 타선이 터졌고 김태군은 득점, 동점을 만들었다. ‘안 하던 짓’까지 한 김태군은 “너무 이기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다. 김태군은 5-4로 역전한 9회말에는 1루주자 박해민의 도루로 무사 2루가 된 뒤 오지환이 기습번트를 대자 너무도 날렵하게 잡아 1루로 정확하게 송구하며 귀중한 아웃카운트를 2이닝째 던지고 있던 투수 전상현에게 안겼다.

김태군은 KIA가 우승했던 2024년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놓고 경쟁했다. 박빙의 경쟁을 뚫고 MVP를 가져갔던 주인공은 1989년생 동기 김선빈이다.

KIA 김선빈이 3일 잠실 LG전에서 9회 스퀴즈 번트를 대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김선빈이 3일 잠실 LG전에서 9회 스퀴즈 번트를 대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김선빈은 이번 3연전에서 10타수 4안타 3볼넷 1타점 2득점을 올렸다. 3일에는 4-4로 맞선 9회초 1사 1·3루에서 전략적인 세이프티 스퀴즈 번트로 3루주자 김도영을 불러들여 결승 타점을 올렸다. 1루 라인쪽에 절묘하게 잘 댄 이 번트로 KIA가 승리하면서 사실상 3연전의 분위기가 갈라졌다.

김선빈은 4일에는 도루를 2개나 했다. 왕년엔 30도루도 했지만 30대가 훌쩍 넘어선 김선빈은 이제 거의 달리지 않는다. 올해 도루는 1개였다. 2022년(13개)을 마지막으로 4년째 도루 5개를 넘겨본 적이 없다. 김선빈이 한 경기 2도루를 성공한 것은 2022년 9월9일 문학 SSG전 이후 4년 만이다. 김선빈을 두 번이나 달리게 할 정도로 KIA에게 이 잠실 3연전은 올시즌의 승부처였다.

이 둘의 동기생, 나성범은 3연전에서 14타수 5안타를 쳤다. 중심타자이다보니 “타점을 올렸어야 되는데”라며 아쉬워했지만 나성범은 4일 2-3으로 뒤지던 8회초 2사 1·2루에서 LG 마무리 손주영에게서 적시타를 뺏어 아주 귀중한 동점을 만들었다. 덕분에 KIA는 8회말 실점하고도 9회초 따라가 뒤집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우익수 나성범은 5일에는 괴력의 송구를 보여줬다. 3-4로 뒤진 7회말 2사 2루에서 박해민의 우전 안타가 나왔고 2루주자 이주헌이 3루를 돌아 홈까지 달리자 타구를 잡은 나성범은 즉시 홈으로 직송구 했다. 강력하고도 정확하게 닿은 송구를 받은 포수 김태군이 날렵하게 태그하면서 KIA는 실점하지 않았다. 상대의 기운을 빼버리고 분위기를 가져온 나성범의 호수비로 KIA는 9회초 기운을 끌어모아 역전할 수 있었다.

KIA 나성범이 5일 잠실 LG전에서 호수비로 이닝을 끝낸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나성범이 5일 잠실 LG전에서 호수비로 이닝을 끝낸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홈런이 많은 팀이다. 그러나 이번 잠실 3연전에서 홈런은 마지막날의 마지막 타석, 9회초 2사 1·3루의 김도영이 쏜 역전 3점포가 유일했다. 홈런 없이 KIA는 5-4, 6-5의 1점 차 승부를 이겼고 마지막날도 6-4의 역전승을 거뒀다. 요소요소 모두가 최선 다해 가을야구 같았던 승부를 이겼다. 마무리 전상현이 이틀 간 3이닝 투구를 펼쳤고, 좌익수 박재현이 대형 타구를 점프 캐치 했고, 김도영이 전율의 역전 홈런으로 대미를 장식해 주인공이 됐지만, 야수 최고참진인 1989년생 베테랑들의 활약이 그 밑바탕을 깔아줬다.

김태군도, 김선빈도, 그리고 몇 년 사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나성범도 올시즌 많은 굴곡을 겪었지만, 팀의 올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이기는 법을 아는 선배들의 힘을 보여주었다.

KIA는 지금 2년 만에 가을야구로 복귀했다. 아주 중요한 갈 길이 더 남았다. 가을야구 시작 전이지만 마치 단기전 같이 치러야 할 마지막 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집중해야 할 시간, ‘이기는 맛’을 아는 베테랑들의 계절이다.

잠실 | 김은진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