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350m 월드컵 경기장’ 결국 접나…사우디, 네옴 스타디움 보류

‘지상 350m 월드컵 경기장’ 결국 접나…사우디, 네옴 스타디움 보류

네옴 스타디움 모형이 지난 2024년 12월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34 월드컵 유치 홍보 전시회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위해 추진하던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 스타디움’ 건설 계획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로이...

네옴 스타디움 모형이 지난 2024년 12월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34 월드컵 유치 홍보 전시회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옴 스타디움 모형이 지난 2024년 12월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34 월드컵 유치 홍보 전시회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위해 추진하던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 스타디움’ 건설 계획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4일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네옴 스타디움 건설 계획을 무기한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네옴 스타디움은 사우디 북서부에 건설 중인 미래형 도시 ‘더 라인’ 내부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길이 약 160㎞에 이르는 초대형 직선 도시 위에 경기장을 띄우는 독특한 설계로 2034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대표적인 상징물 가운데 하나로 소개됐다.

계획상 수용 인원은 약 4만6000명이다. 두바이의 건설시장 정보업체 MEED는 사업비를 약 25억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현재 사업 상태를 ‘보류(on hold)’로 분류했다. 완공 예정 시점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네옴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구조를 바꾸겠다는 목표 아래 수천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진행돼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네옴의 소유주인 국부펀드(PIF)의 야시르 알루마얀 총재는 지난 4월 더 라인이 더 이상 최우선 사업이 아니며, 당초 목표였던 2030년 이전 완공 역시 필수적이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사업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는 경기장 계획까지 사실상 멈춰선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정부와 네옴 측은 네옴 스타디움 건설 여부에 대한 로이터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2034 월드컵 조직을 담당하는 당국도 다른 경기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네옴 스타디움의 향후 계획과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네옴 스타디움 모형이 지난 2024년 12월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34 월드컵 유치 홍보 전시회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옴 스타디움 모형이 지난 2024년 12월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34 월드컵 유치 홍보 전시회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는 2034 월드컵을 위해 5개 도시에서 모두 15개 경기장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할 계획이다. 훈련시설까지 포함하면 전체 관련 사업 규모는 MEED 추산 약 227억달러에 이른다.

2034 월드컵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뒤 처음으로 한 국가가 단독 개최하는 대회다. 사우디는 월드컵을 스포츠 산업 확대와 국가 이미지 변화의 핵심 사업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대규모 개발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해부터 PIF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기가 프로젝트’ 중심 투자에서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보도해왔다.

지난 1월에는 수도 리야드의 ‘뉴 무라바’ 개발사업 핵심인 초대형 큐브형 건축물 ‘무카브’ 공사가 중단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더 라인을 비롯해 일부 대형 프로젝트 역시 규모가 축소되거나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 악화도 부담이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에너지 수송이 차질을 빚고 주요 기반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사우디 경제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재정적자가 기존 전망보다 확대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월드컵 경기장 사업이 멈춘 것은 아니다.

동부 알코바르에 건설 중인 아람코 스타디움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1월 첫 경기가 예정돼 있다. 다른 경기장 역시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월드컵 유치 당시 가장 미래지향적인 경기장으로 내세웠던 네옴 스타디움의 차질은 상징성이 크다.

160㎞ 길이 미래도시 위에 세워질 예정이던 경기장이 사실상 보류되면서 사우디가 2034 월드컵과 비전 2030을 위해 내세웠던 초대형 개발 청사진도 현실적인 비용과 일정에 맞춰 조정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