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엄청났던 비난' '자존심' 마저 접고 침묵한 채 문학 택한 김재환, 300홈런으로 보답받다
출처:SSG 랜더스(MHN 정철우 기자) 김재환(38·SSG 랜더스)은 자존심을 접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라는 이름도,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뛰었다는 상징성도 잠시 내려놓았다. 자신의 마지막 불꽃을 어디에서 태워야 할 것인지만 생각했다. 그리고 선택한 곳이 인천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떠나 홈런 타자...

(MHN 정철우 기자) 김재환(38·SSG 랜더스)은 자존심을 접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라는 이름도,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뛰었다는 상징성도 잠시 내려놓았다. 자신의 마지막 불꽃을 어디에서 태워야 할 것인지만 생각했다. 그리고 선택한 곳이 인천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떠나 홈런 타자에게 유리한 SSG랜더스필드로 향했다. 그 선택에는 엄청난 비난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김재환은 말 대신 방망이를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통산 300홈런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김재환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회말 임찬규의 시속 141㎞ 패스트볼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0m의 대형 홈런이었다. 시즌 24호이자 개인 통산 300호. KBO리그 역사상 18번째로 300홈런 고지를 밟은 순간이었다. SSG도 6-5로 승리하며 LG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개인 기록과 팀 승리가 겹쳤다는 점에서 김재환에게는 더 의미 있는 하루였다.

300홈런이라는 숫자는 김재환이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는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지난해까지 통산 27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좌우 100m, 가운데 125m의 잠실은 홈런 타자에게 결코 호락호락한 구장이 아니다. 특히 좌타 거포에게는 잘 맞은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잡히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 276개의 아치를 그렸다는 것만으로도 김재환이 왜 오랫동안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불렸는지 설명이 된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 김재환은 큰 결정을 내렸다. 두산에 자유계약을 요구했고 계약 조건에 따라 이를 받아들여야 했던 두산은 별도의 선수 보상 없이 김재환을 떠나보내야 했다. 2008년 입단 이후 줄곧 두산 유니폼만 입었던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별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김재환이 향한 곳은 SSG였다. 2년 총액 22억원. 자신의 장점인 장타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장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승부를 걸겠다는 선택이었다.

대가는 혹독했다. 김재환을 향해 ‘두산이 어려운 시간을 기다려주고 성장할 기회를 줬는데 결국 팀을 떠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팀을 등졌다는 감정적인 반응까지 더해졌다. 시즌 첫 두산전에서는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한때 잠실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홈런 타자가 친정 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타석에 서야 했다.
그런데 시작마저 좋지 않았다. 김재환은 4월까지 24경기에서 타율 0.110, 2홈런에 그쳤다. 결국 1군 엔트리에서도 빠졌다. 기다렸다는 듯 비판은 더 거세졌다. 새로운 팀을 선택한 결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가 나왔고 일부에서는 비판을 넘어 비아냥까지 이어졌다. 거포로서의 자존심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김재환은 대응하지 않았다. 묵묵히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5월 1군에 돌아온 뒤 조금씩 자신의 타격을 되찾았고 시즌이 흐를수록 장타도 살아났다. 1일 현재 125경기에서 타율 0.226, 24홈런, 70타점, OPS 0.756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만 보면 전성기의 김재환과 거리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두산에서 기록했던 13홈런은 이미 훌쩍 넘어섰다. 적어도 홈런 타자로서 자신이 가진 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하게 보여줬다.

여기서 그의 선택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김재환은 자신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환경을 택했다. 자존심을 앞세워 익숙한 곳에 남는 대신 현실을 받아들였다. 선수 생활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남아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장타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곳에서 다시 승부를 걸었다. 그 선택이 SSG랜더스필드였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통산 300홈런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으로 이어졌다. 잠실에 계속 남았다면 올해 24개의 홈런을 추가할 수 있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김재환이 환경의 변화를 자신의 장점으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300홈런 가운데 276개는 가장 넓은 잠실을 홈으로 쓰며 만들어냈고, 마지막 24개는 더 이상 자신의 힘만을 고집하지 않고 환경까지 활용하는 선택을 통해 채웠다.
그래서 김재환의 300홈런은 단순히 홈런 하나가 더해져 완성된 기록으로만 보기 어렵다. 한때 리그를 대표했던 거포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를 보여준 결과에 가깝다. 친정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난을 감수했고 시즌 초반에는 성적까지 추락하며 선택 자체를 조롱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재환은 자신을 변호하는 대신 다시 홈런을 치는 것으로 답했다.
물론 24홈런이 김재환을 전성기로 되돌려놓은 것은 아니다. 타율 0.226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여전히 분명한 한계도 있다. 그러나 38세의 타자가 지난해보다 홈런을 두 자릿수 이상 늘리며 20홈런 고지를 다시 넘어섰다는 것은 가볍게 볼 결과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능력을 다시 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끝에서 300번째 홈런이 터졌다.
2008년 프로에 입문한 뒤 잠실의 거대한 외야를 상대로 276번이나 담장을 넘겼던 타자. 자신의 마지막 승부를 위해 익숙했던 유니폼과 홈구장을 떠났고 그 과정에서 쏟아진 야유와 비난까지 견뎌야 했던 타자. 시즌 초 타율 1할대의 바닥까지 떨어졌던 김재환은 결국 다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300홈런은 그래서 김재환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자신이 왜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였는지 다시 한번 보여준 증명에 가깝다.
자존심을 접고 작은 구장을 택했다. 비난도 감수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장 김재환다운 방법으로 보답받았다.
홈런이었다. 그것도 300번째 홈런이었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