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시안게임 떠나는 e스포츠, 무엇을 잃나

[기자수첩] 아시안게임 떠나는 e스포츠, 무엇을 잃나

©KeSPA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서 제외된다. 짧은 한 줄의 소식이지만, 그 안에 담긴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까지 e스포츠 선수들의 가슴에 달렸던 태극마크의 무게와 위상이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를 끝으로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서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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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서 제외된다. 짧은 한 줄의 소식이지만, 그 안에 담긴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까지 e스포츠 선수들의 가슴에 달렸던 태극마크의 무게와 위상이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를 끝으로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서 제외하고 별도 종합대회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2027년 쿠웨이트에서 열릴 ‘제1회 아시안 e스포츠·마인드 스포츠 게임’에는 약 4,000명이 참가할 예정이나, 세부 종목과 운영 일정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번 결정이 프로 e스포츠 생태계 자체를 당장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필두로 한 주요 종목들은 게임사가 주도하는 프로리그와 자체 월드 챔피언십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아시안게임 무대가 사라진다고 해서 각 리그의 기반과 구단의 비즈니스 모델이 하루아침에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파폭이 집중되는 지점은 바로 ‘국가대표 e스포츠’의 상징성과 제도적 위상이다.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 선수들이 전통 스포츠 스타들과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 경쟁하는 유일무이한 공인 무대였다. 금메달은 공식 메달 집계에 포함됐고, 선수들은 같은 시상대 위에 섰다. 이를 통해 e스포츠는 일반 대중과 정부, 제도권 체육계 안에서 당당한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결정적 명분을 획득했다.

별도 종합대회에서도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내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름이 지닌 무게까지 아시안게임과 같을 수는 없다. 대표팀 선발 규정, 합숙 훈련과 경기력 지원, 포상 및 사후 관리 체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새로 정립해야 한다. 기존 아시안게임이 제공하던 국가적 지원 체계는 결코 자동 승계되지 않는다.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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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현실은 병역 혜택의 소멸이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은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에 한해서만 예술·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부여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아시안 e스포츠·마인드 스포츠 게임은 이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도가 개정되지 않는 한, 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는 병역의무가 걸린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이 금메달을 통해 대체복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무대가 된다.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더라도 실질적 보상이 사라진다면, 향후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 의지와 출전 판단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최정상급 전력을 꾸릴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아시안게임’이라는 제도적 권위가 있었기에 게임사와 프로구단도 정규 리그 일정을 조정하고 주축 선수 차출에 협조할 명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새 대회가 각 게임의 글로벌 일정이나 월드 챔피언십과 겹친다면, 구단과 선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아시안게임에 준하는 독자적 권위와 유인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태극마크의 명분만으로 프로리그의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뛰어넘기는 어렵다.

대중적 확장성과 스폰서십 가치의 축소 역시 불가피하다. 아시안게임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은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대중과 지상파 뉴스까지 e스포츠를 끌어들이는 창구였다. 별도 분리된 대회는 e스포츠 팬층을 위한 타깃 중계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종합 스포츠 축제 속에서 누렸던 폭발적인 대중적 관심과 외연 확장은 크게 줄어들 공산이 크다.

결국 분리된 무대가 아무리 대규모를 표방하더라도, 그것은 더 이상 아시안게임이 아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보장했던 제도적 효력과 국가대표의 무게감은 새 무대에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정부와 체육계의 제도적 뒷받침, 종목사와 구단의 양보, 최정상급 선수들의 자발적 참가가 온전히 결합해야만 비로소 최소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확정된 사실은 하나다.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의 지위를 잃었다. 반면 새 대회의 종목 구성과 운영 일정, 제도적 지원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얻을 것은 막연하고, 잃은 것은 확실하다.

출처: 인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