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창의 한국, 질서의 일본, 참여의 대만 '야구 삼국지'[김도균의 스포츠 경제학]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한 폭의 ‘삼국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수 싸움과 혈전이 야구장에서 펼쳐졌다. 단순한 야구 종목을 넘어, 찰나의 순간에 천하의 패권이 갈리는 현대판 전장이 야구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재현되었다. 타석에 선 타자들의 한방 역시 적토마를 탄 장수가 진격하는 기세를 연상케 한다. 투구의 고요함을...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한 폭의 ‘삼국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수 싸움과 혈전이 야구장에서 펼쳐졌다. 단순한 야구 종목을 넘어, 찰나의 순간에 천하의 패권이 갈리는 현대판 전장이 야구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재현되었다.
타석에 선 타자들의 한방 역시 적토마를 탄 장수가 진격하는 기세를 연상케 한다. 투구의 고요함을 깨고 담장을 넘기는 장외 홈런은 상대 벤치의 기세를 한숨에 무너뜨리는 비수가 된다. 마운드를 쥔 에이스 투수 역시 아홉 명의 타자를 호령하며 삼진이라는 날 선 칼날을 그라운드에서 휘두르고 있다.
9회 말 1.2루 찬스라는 거대한 회오리 속에서 벤치가 고심 끝에 꺼내 드는 '전략'은 군주의 묘책과도 같다. 때가 이르렀을 때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어 승부의 쐐기를 박는 감독의 지략은, 난세에 영웅이 군사를 움직이는 형국과 완벽히 오버 랩이 된다.
초록빛 그라운드라는 거대한 전장. 공 하나, 방망이 한 자루에 천하의 운명이 엇갈리는 야구의 세계에서, 야구 영웅들의 눈부신 서사가 새롭게 쓰였다.
비가 내리는 야구장. 금메달을 향한 열정은 한국이 일본을 꺾고 아시안 게임 5연패의 업적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같은 야구지만 서로 다른 야구팀 구성
한국 일본 대만은 유일하게 프로야구팀을 가지고 있으며,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서 자리를 잡아 단단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이들 3국 가가 금·은·동을 차지하며 경기를 마무리하였다.
각기 다른 3개국의 야구 문화는 같은 야구를 하지만 서로 다른 대표팀 구성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야구라는 콘텐츠는 같지만 3개국은 각기 다른 선택으로 선수를 구성하고, 참여 동기가 다르며, 경기를 향한 동기부여가 다르고, 아시안 게임 대회 성과가 달랐다. 3개국의 아시안 게임 대표팀 선수 구성과 출전 전략을 비교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 전원 KBO 1군 프로 선수로 구성이 되고, 일본은 전원 실업팀 선수로, 대만은 프로야구와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이 된다. 참가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한국은 병역 혜택이 주어짐에 따라 온 힘을 다해 참가하고, 일본은 소속팀의 명예와 프로팀에 가기 위한 드래프트에 선택을 받기 위해 하고 대만은 국위 선양과 해외파 선수 소개의 장이 되기도 한다.
같은 대회에 참가하면서도 다른 구성과 참가하는 동기가 다르다 보니 성적이 갈라진다. 이러다 보니 대한민국은 승리를 하기 위한 경기몰입이 최고이고, 일본은 실업팀을 구성으로 한 전통을 유지하며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대만을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야구를 추구한다.
한국은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 출전할 때 '병역 혜택'이라는 강력한 외적 동기부여가 작동하다 보니 젊은 프로 선수들에게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지만, 동시에 "프로가 실업팀을 상대로 지면 안 된다"라는 거대한 부담감이 금메달의 큰 원동력이 되었다.
◆ 응원이 역시나 최고의 승리 원동력
경기장은 한국 홈 경기처럼 1루 전석과 외야석을 한국 응원단이 차지하였다. 응원복은 각자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고유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였으며, 일본은 치어리더와 응원단을 동원하여 조직적인 응원을 펼쳤다.

이들 3국의 응원문화를 비교하여 보면 한국은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축제형 응원이고, 일본은 전통의 조직적 응원 그리고 대만은 치어리더 중심의 참여형 응원을 펼친다.

이처럼 각기 다른 응원문화를 가진 3국은 야구를 통해 지역과 팀이 하나가 되는 거대한 열성 팬 조직 공동체를 형성하여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다.
◆ 방식은 다르지만 즐기고 노는 응원문화
일본 응원팀은 외야석에 자리 잡아 사설 응원단(오엔단)이 주도하는 바텀 업(Bottom-up) 방식으로 수십 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열성 팬 조직이 자발적으로 모여 응원을 치어리더가 몇 명 분위기를 돋우고 구호를 외친다. 볼카운트, 투수 교체 등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깊은 관여도로 응원하고 치어리더의 화려한 율동보다는 경기의 흐름에 맞춘 팬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중시하여 합창으로 응원하는 충성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반면 한국은 KBO 리그의 역동적인 앰프 응원을 그대로 하여 경기장의 분위기 텐션을 높이고, 앰프 스피커를 활용해 EDM이나 K-Pop 기반의 중독성 있는 응원가를 틀었다. 선수마다 고유의 노래로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한목소리로 '떼창'을 하고 북을 치고 손바닥을 치며 응원 분위기를 리드 하였다.
남성 팬들보다 여성 팬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선수 유니폼을 입은 한국 팀은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오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응원을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 금메달의 성과와 KBO 비즈니스의 상관관계
한국 프로야구 산업은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에 관중 동원력과 스폰서십 가치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경향이 크다.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 동메달(일명 '도하 참사') 직후 KBO 리그는 흥행에 큰 타격을 입었으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관중 증가와 중계권료 상승을 이뤄냈다.

여기다가 국제대회 참사는 곧바로 모기업의 홍보 효과 축소와 구단의 상업적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KBO와 10개 구단은 리그 흥행을 방어하기 위해서 아시안 게임 금메달은 최적의 마케팅이 되기도 하다.
가장 강력한 우승의 원동력은 '병역 특례'라는 제도적 인센티브이다. 프로 선수에게 20대 초중반의 공백기는 개인의 누적 연봉과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 등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막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통한 병역 혜택은 선수들의 커리어 단절을 막고 시장 가치를 보존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에, 출전 선수들에게 타 국가대표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절박함과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하였다.
◆ 승리는 열쇠는 한투 한방에서
슈퍼라운드의 뼈아픈 패배라는 난세를 딛고, 결승전이라는 적진 한복판에서 "9회 말 2아웃, 투스트라이크의 절체절명"을 이겨낸 대표팀의 승리는 마치 삼국지의 명장들이 펼친 묘책과도 같다. 곽빈의 묵직한 역투, 김도영의 천금 같은 적시타, 그리고 박영현이 마운드에서 내리꽂은 마지막 공은 차가운 경제 지표를 넘어 아시아 제패라는 찬란한 열매를 맺게 했다.
한국 야구는 2010년 광저우 대회를 시작으로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2년 항저우에 이어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까지 5회 연속으로 시상대 정상에 오르는 대업을 달성했다. 이는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 야구의 장기적인 지배력을 증명한 셈이다.
그리고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넘어선 스포츠 산업적·제도적 구조의 탄탄함을 이번 아시안 게임 3국지를 통해 느낀다.

김도균 교수(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출처: 마이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