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권순우와 8년 만에 다시 한판…46세 파키스탄 테니스협회장이 라켓 든 이유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복식 선수로 출전하는 아이삼 파키스탄 테니스협회 회장.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29)의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첫 상대는 현직 테니스협회장입니다. 파키스탄테니스연맹(PTF) 회장 아이삼 울 하크 쿠레시(Aisam-ul-Haq Qureshi·46)가 무잠밀 무르타자와 짝을 이뤄 28일 권순우-홍성찬...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29)의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첫 상대는 현직 테니스협회장입니다. 파키스탄테니스연맹(PTF) 회장 아이삼 울 하크 쿠레시(Aisam-ul-Haq Qureshi·46)가 무잠밀 무르타자와 짝을 이뤄 28일 권순우-홍성찬 조와 맞붙습니다. 권순우와 홍성찬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동메달을 함께 따낸 파트너입니다.
아이삼 회장과 권순우의 대결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8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데이비스컵에서 아이삼 회장은 아킬 칸과 짝을 이뤄 권순우-임용규 조를 2-0(7-6, 6-4)으로 꺾었습니다. 파키스탄이 한국을 4-0으로 이긴 대결이었습니다. 당시 아이삼 회장은 자국의 테니스 발전을 위해 크리켓에 쏠린 관심만큼 다른 종목에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8년이 흘러 두 선수는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코트를 사이에 두고 다시 만납니다.

프로 무대 은퇴한 협회장이 왜 다시 선수로 나섰을까
아이삼 회장은 2024년 파키스탄테니스연맹 회장 선거에서 8표를 얻어 7표를 받은 상대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로 선수 은퇴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라켓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파키스탄 대표팀 출국 명단에는 그의 이름이 임원이 아닌 선수 6명 가운데 한 명으로 적혀 있습니다.
그는 출전을 앞두고 "아시안게임에서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좋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테니스를 치고 있어 복식에 출전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연습했고, 어린 선수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도 했습니다. 협회장 업무를 맡으면서 국가대표 복식 경기를 준비한 것입니다.
주원홍 회장과 친분, 윤용일 감독과는 옛 경기 인연
한국 테니스계에도 아이삼 회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한테니스협회 한 관계자는 아이삼 회장이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과 친분이 깊다고 전했습니다. 국가대표 출신 윤용일 대한테니스협회 미래국가대표 전임감독(53)은 선수 시절 아이삼 회장과 여러 차례 맞붙었다고 떠올리며 "그 친구 사람 좋아요"라고 했습니다. 복식에서 그를 이긴 적도 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번에는 한국 선수들이 아이삼 회장을 상대로 승부를 펼칩니다.
아이삼 회장이 선수로서 이룬 성취는 뚜렷합니다. 인도의 로한 보판나와 함께 2010년 US오픈 남자복식 결승에 올랐고, 복식 세계 최고 순위 8위를 기록했습니다. ATP 투어 복식에서는 18차례 우승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선수가 한 조를 이룬 두 사람의 활약은 승부를 넘어 관심을 모았습니다.

도하 8강·항저우 16강…아직 남은 아시안게임 메달
세계 무대에서 많은 승리를 거뒀지만 아이삼 회장에게 아시안게임 메달은 아직 없습니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아킬 칸과 남자복식 8강에 올랐으나 인도의 리앤더 페이스·마헤시 부파티 조에 패했습니다. 2010년 광저우 대회는 복식 순위 관리를 위해 출전을 철회했습니다.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는 다시 아킬 칸과 짝을 이뤄 16강에 올랐지만 대만의 쉬위슈·제이슨 정 조에 졌습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밝힌 체력 유지의 바탕은 꾸준한 테니스와 대표팀 선수들과의 훈련입니다. 별도의 식단이나 하루 운동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2022년 테니스 전문 매체 CLAY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헬스장에 간 때가 19세였다고 털어놨습니다. 어린 선수가 근력 운동을 하면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 속에서 체계적인 지도를 늦게 접했다는 것입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14세 이하와 18세 이하 선수들을 위한 연령별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크리켓의 인기가 압도적인 파키스탄에서 테니스를 택한 데는 가족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파키스탄 여자 테니스 정상에 올랐던 선수입니다. 아이삼 회장은 어린 시절 크리켓을 비롯한 여러 운동을 하다가 13세 때 어머니를 따라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고 회상했습니다. 훗날 세계적인 복식 선수가 된 그는 자신이 배울 길을 찾느라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배들은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협회장으로서의 구상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파키스탄 대표팀에 경험과 젊음이 조화를 이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오는 10월 자국에서 10개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빌리진킹컵 대회를 개최하고, 이를 유방암 인식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테니스가 맺어준 관계는 코트 밖에서 이어지지만, 승부가 시작되면 누구도 대신 공을 칠 수 없습니다. 협회장이라는 직함을 잠시 내려놓고 서비스 라인에 서는 아이삼 회장. 그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주려는 모습은 후배들에게 보내는 가장 직접적인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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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테니스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