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41.7세 '오락실 아재들' 금메달리스트 됐다

평균 41.7세 '오락실 아재들' 금메달리스트 됐다

e스포츠 대전격투 3인방배재민·이광노·연제길한달간 합숙훈련 하며종주국 日 꺾고 금메달이광노, 배재민, 연제길(왼쪽부터)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코나메 김지한 기자평균 연령 41.7세. 어린 시절 오락실을 드나들며 즐겼던 게임으로 마흔을 넘긴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2026 아이치·나...

e스포츠 대전격투 3인방 배재민·이광노·연제길 한달간 합숙훈련 하며 종주국 日 꺾고 금메달

이광노, 배재민, 연제길(왼쪽부터)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코나메 김지한 기자
이광노, 배재민, 연제길(왼쪽부터)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코나메 김지한 기자

평균 연령 41.7세. 어린 시절 오락실을 드나들며 즐겼던 게임으로 마흔을 넘긴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정상에 오른 배재민(41) 이광노(45) 연제길(39)은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며 활짝 웃었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V' 이광노, '철권 8' 배재민, '스트리트 파이터 6' 연제길로 구성된 한국 e스포츠 대전격투 대표팀은 26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5대2로 꺾고 금메달을 합작했다. 세 게임을 하나로 묶어 치른 이번 대회에서 이광노가 2승, 연제길이 1승1패, 배재민이 2승1패를 거두며 개최국 일본의 추격을 뿌리쳤다.

시상식을 마친 뒤 만난 이들의 얼굴에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통산 100여 차례 우승을 경험한 세계적인 '철권의 전설'이자 '무릎'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배재민은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아시안게임은 무게가 전혀 달랐다"면서 "금메달을 따는 상상을 정말 많이 했는데 실제 애국가를 들으니 가슴이 울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금메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세 선수는 대회를 앞두고 가족과 떨어져 부산에서 한 달가량 합숙하며 하루 대부분을 게임에 쏟았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저녁 8시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에 훈련뿐 아니라 물리치료와 심리 훈련도 병행했다.

배재민은 "군대 이후 이런 생활을 다시 할 줄 몰랐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저녁까지 훈련하고 다음날 또 똑같이 반복했다"며 "하루에 8시간 넘게 게임만 한 것도 거의 처음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한 달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가장 힘든 것은 가족과 떨어져 있는 일이었다. 연제길도 "집에 있는 아이와 아내가 가장 보고 싶었다. 한 달간 합숙할 수 있게 도와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맏형 이광노에게는 체력 관리 자체가 또 하나의 경기였다. 이번 한국 선수단에서도 손꼽히는 최고령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평소에는 소파와 한 몸처럼 지내는데 몇 시간씩 계속 앉아 훈련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웃었다. 이어 "서너 시간 연습하면 물리치료를 받은 뒤 다시 연습하고 또 치료를 받았다. 물리치료 받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컨트롤러를 잡는 순간 나이는 사라졌다. 이광노는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결승에서도 자신의 몫인 2승을 완벽하게 책임졌다. 그는 "내가 이기면 두 동생도 이길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편안하게 경기했다"며 팀원에 대한 신뢰를 금메달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대표팀 막내 연제길도 일본의 젊은 선수들과 맞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결승 상대와 거의 띠동갑 차이가 났지만 그는 "아직도 반사신경이 좋다"며 웃었다.

한국 대전격투는 항저우 대회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 김관우가 금메달을 딴 데 이어 두 대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일본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대전격투 게임들을 놓고 경쟁국 일본을 꺾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했다.

'오락실의 고인물'이라 불리던 베테랑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40대 파워'가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세 선수는 자신들의 금메달이 또래들에게 작은 용기가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재민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내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광노의 메시지는 더 단순하고 분명했다. 그는 "내게는 게임이 1순위였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1순위를 정하고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9세 막내 연제길도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나이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며 거들었다.

[도코나메 김지한 기자]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