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41.7세 '오락실 세대' 아재들, 일본 꺾고 e스포츠 금메달

평균 41.7세 '오락실 세대' 아재들, 일본 꺾고 e스포츠 금메달

▲ 대한민국 대전 격투 대표팀 배재민(왼쪽), 이광노(가운데), 연제길ⓒ 한국e스포츠협회평균 연령 41.7세.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e스포츠 무대에서 오히려 경험으로 무장한 베테랑들이 일본을 꺾고 한국에 금빛 메달을 안겼다.연제길(39, 스트리트 파이터6), 배재민(41, 철권8), 이광노(45, 더 킹 오브 파이터즈...

▲ 대한민국 대전 격투 대표팀 배재민(왼쪽), 이광노(가운데), 연제길

ⓒ 한국e스포츠협회

평균 연령 41.7세.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e스포츠 무대에서 오히려 경험으로 무장한 베테랑들이 일본을 꺾고 한국에 금빛 메달을 안겼다.

연제길(39, 스트리트 파이터6), 배재민(41, 철권8), 이광노(45,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V)로 구성된 한국 e스포츠 대전격투 대표팀은 26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전격투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을 5-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 e스포츠에서 한국이 따낸 첫 금메달이다. 앞서 그란투리스모7에서 김영찬이 동메달, 뿌요뿌요 챔피언스에서 강동신이 은메달을 따낸 가운데 대전격투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대전격투는 스트리트 파이터6, 철권8,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V 등 세 종목을 하나의 팀전으로 묶어 승부를 가리는 방식이다. 결승은 최대 9세트 가운데 먼저 5승을 거두는 팀이 우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출발은 한국이 불안했다. 첫 번째 세트 스트리트 파이터6에 나선 연제길이 일본의 히구치 코지에게 1-2로 패했다. 두 번째 세트에서는 이광노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V에서 사와다 아키히토를 2-1로 꺾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세 번째 세트에서 다시 일본에 주도권을 내줬다. 철권8에 출전한 배재민이 나카야마 다이치에게 1-2로 패하면서 한국은 세트 스코어 1-2로 끌려갔다.

▲ '철권8'의 '무릎' 배재민

ⓒ 한국e스포츠협회

오락실 세대 아재들의 저력…이광노가 균형, 배재민·연제길이 역전

다시 등장한 선수는 이광노였다. 이광노는 네 번째 세트에서 사와다와 재대결을 펼쳐 2-0으로 승리했다. 앞선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데 이어 두 번째 대결에서도 상대를 제압하며 팀에 귀중한 동점을 안겼다. 세트 스코어는 2-2가 됐다.

이광노의 두 번째 승리는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개인전과 달리 팀전에서는 한 번의 패배가 다음 경기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경기 스타일을 파악하고 같은 선수와 다시 맞붙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은 다섯 번째 세트부터 처음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철권8에서 배재민이 다시 나카야마와 맞붙었다. 첫 대결에서 1-2로 패했던 상대였지만 이번에는 배재민이 2-1로 승리했다. 한국이 세트 스코어 3-2로 역전하면서 결승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여섯 번째 세트에서는 연제길이 나섰다. 상대는 첫 세트에서 자신을 꺾었던 히구치였다. 이번에는 연제길이 달랐다. 스트리트 파이터6 첫 게임에서 상대에게 한 대도 맞지 않는 퍼펙트 KO를 만들어내며 기선을 제압했고, 이어진 게임에서도 승리를 가져왔다. 첫 경기에서 당한 패배를 결승 무대에서 바로 설욕하면서 한국은 4-2까지 달아났다.

이제 한 번만 더 이기면 금메달이었다. 마지막 승부는 다시 철권8이었다. 배재민이 나카야마와 세 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이미 서로 한 차례씩 승리를 나눠 가진 상황에서 맞은 최종 승부였다.

배재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두 게임을 연달아 가져가며 2-0으로 승리했고, 한국의 5-2 우승을 확정했다. 1-2로 뒤졌던 한국이 이후 네 세트를 모두 가져가는 역전승이었다.

▲ 초반 흔들리던 상황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준 이광노

ⓒ 한국e스포츠협회

베테랑들의 경험, 젊은 e스포츠 무대에서 빛났다

이번 금메달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세 선수의 나이다. 연제길은 39세, 배재민은 41세, 이광노는 45세다. 평균 연령은 41.7세다. 흔히 e스포츠를 젊은 세대의 종목으로 생각하지만, 대전격투에서는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상대를 읽는 능력이 경기력으로 직결될 수 있다.

이번 결승도 그랬다. 배재민은 첫 경기에서 패한 상대를 다시 만나 승리를 거뒀고, 연제길 역시 첫 세트 패배 이후 같은 상대를 상대로 반격했다. 이광노는 두 차례 출전해 모두 승리하며 팀이 1-2의 열세에서 균형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세 선수는 대회를 앞두고 약 한 달 동안 부산에서 함께 훈련하며 팀전을 준비했다. 개인 종목처럼 자신의 경기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경기 영상을 분석하고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단체전에서 필요한 대응 능력을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 대전격투 단체전은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메달 종목으로 치러졌다. 한국은 그 초대 챔피언이 됐다. 한국 e스포츠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대전격투 금메달이 처음은 아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김관우가 스트리트 파이터 V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한국은 초반 스코어에서 밀리며 분위기를 내주는가 싶었지만 이광노가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균형을 만들었고, 배재민과 연제길이 앞선 패배를 차례로 만회했다. 마지막에는 다시 배재민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평균 41.7세의 세 베테랑은 나이를 숫자로만 남기지 않았다. 일본 안방에서 열린 진검승부에서 경험과 집중력을 앞세워 역전승을 완성하며 한국 e스포츠에 또 하나의 금메달을 안겼다. 오락실 세대 아재들의 저력이 빛난 결승전이었다.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