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왜 하필 일본전에 다시 1번?”…4타수 무안타 김도영, 준비 안 된 톱타자 실험의 처참한 결말

[아시안게임]“왜 하필 일본전에 다시 1번?”…4타수 무안타 김도영, 준비 안 된 톱타자 실험의 처참한 결말

출처:MHN(MHN 정철우 기자) 믿었던 선발 소형준이 흔들렸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마무리 조병현과 박영현도 일본 타선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공격만 놓고 보면 가장 뼈아픈 장면은 따로 있었다. 한국이 가장 믿었던 타자 김도영의 방망이가 끝내 터지지 않았다.김도영은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출처:MHN
출처:MHN

(MHN 정철우 기자) 믿었던 선발 소형준이 흔들렸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마무리 조병현과 박영현도 일본 타선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공격만 놓고 보면 가장 뼈아픈 장면은 따로 있었다. 한국이 가장 믿었던 타자 김도영의 방망이가 끝내 터지지 않았다.

김도영은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1차전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첫 타석에서는 초구를 공략해 뜬공으로 물러났고 이후 두 타석에서는 연속 삼진을 당했다.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국이 일본 마운드에 단 한 점도 뽑지 못한 채 0-5로 패하면서 김도영의 침묵은 더욱 크게 남았다.

단순히 김도영이 안타를 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설명할 문제는 아니다. 이날 다시 확인된 것은 '1번 김도영'이라는 카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도영에게 톱타자는 익숙한 자리가 아니다. KIA에서는 중심타선, 특히 3번에서 자신의 공격력을 발휘해왔다. 2024년 40홈런-40도루에 도전할 당시 시즌 막판 1번으로 전진 배치되기도 했지만 그것도 톱타자로서의 적성을 확인하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한 타석이라도 더 기회를 주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당시 이범호 감독도 3번보다 1번에 배치하면 한 타석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이유를 설명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번 대표팀에서 김도영을 1번으로 선택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김도영은 한 번의 스윙으로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고 출루하면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 수 있다. 하위 타선이 기회를 만들었을 때는 해결사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기존의 출루형 톱타자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기 시작부터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다.

문제는 좋은 구상과 실제 경기에서의 수행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김도영은 이날 세 번째 타석까지 모두 이닝의 선두타자로 들어섰다. 류 감독이 기대했던 '1번 김도영'의 첫 번째 역할을 그대로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김도영이 장타를 터뜨리거나 출루해 공격의 문을 열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세 타석 모두 출루 실패였다. 첫 타석에서는 초구부터 승부를 걸었고 이후 두 타석에서는 삼진을 당했다. 한국이 필요했던 공격의 출발점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또 하나 기대했던 그림도 나오지 않았다. 8번 박재현과 9번 김지찬이 출루해 김도영 앞에 주자를 쌓으면 톱타자이면서 동시에 해결사 역할까지 맡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박재현과 김지찬, 이후 투입된 정준재까지 하위 타선이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김도영은 찬스를 해결하는 중심타자의 장점도, 공격의 문을 여는 톱타자의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

여기서 아쉬움이 남는다. 김도영에게 톱타자를 맡길 생각이었다면 왜 그 역할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김도영은 지난 21일 대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표팀 톱타자로 출전했다. 당시에도 첫 세 타석에서는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만들지 못했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장타와 적극적인 주루로 자신의 장점을 보여줬다. 처음 맡아보는 역할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가능성은 확인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 과정은 반복이어야 했다. 마침 한국에는 홍콩과 태국이라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조별리그 일정이 남아 있었다.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은 경기에서 김도영을 계속 1번에 세우며 톱타자의 리듬을 익히게 할 수 있었다. 첫 회 선두타자로 들어서는 방법, 주자가 없을 때의 접근, 하위 타선이 출루한 뒤 돌아오는 타석에서 해결사 본능과 출루 의식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등을 실전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은 그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본전에서 다시 김도영을 1번으로 꺼냈다. 대만전 이후 실전에서 톱타자 역할을 반복적으로 익힐 과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강한 일본 투수들을 상대해야 했다.

이날 중계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이대호 SBS 해설위원은 중심타선을 치던 선수가 1번으로 이동하면 공격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타석에서 마음이 급해질 수 있다는 취지로 김도영의 상황을 짚었다. 김도영의 첫 타석 초구 공략 역시 결과적으로 그런 아쉬움을 더욱 크게 남겼다.

물론 홍콩과 태국전에서 김도영을 계속 1번으로 기용했다고 해서 일본전 결과가 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야구에서 몇 경기의 경험이 안타 하나를 보장하지 않는다. 일본 선발 히구치 신의 투구도 좋았다. 그러나 적어도 대표팀이 '김도영 1번'을 중요한 경기에서 사용할 핵심 카드로 판단했다면 그 카드가 익숙해질 시간을 만들어주는 과정은 필요했다.

김도영은 실패했다. 일본전 4타수 무안타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톱타자 김도영' 실험은 완패였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김도영의 방망이에만 돌리기는 어렵다. 평소 3번이 익숙한 타자에게 새로운 역할을 맡겼다면 대표팀 역시 그 역할에 적응할 시간을 마련해줬어야 했다.

대만전에서 가능성을 봤다면 홍콩전과 태국전은 좋은 실험실이 될 수 있었다. 부담이 작은 경기에서 실패도 해보고, 출루도 해보고, 첫 타자로 공격을 시작하는 감각을 몸에 익힌 뒤 일본을 만났다면 적어도 준비의 과정만큼은 달라질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새로운 카드를 꺼내려면 그 전에 충분히 손에 익혀 놓아야 한다. 일본전에서 드러난 '1번 김도영'의 실패보다 더 아쉬웠던 것은, 그 실패를 줄일 수 있었던 두 경기의 시간이 이미 대표팀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출처: MHN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