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쳐서도, 불펜 탓도 아니다, 징크스는 더더욱 아니다”…박세웅 지독한 대전 무승, 실력이 문제다
출처:롯데 자이언츠(MHN 정철우 기자) 박세웅에게 대전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2015년 1군에 데뷔해 어느덧 12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대전에서만큼은 아직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두 번의 불운이라면 징크스라는 말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쌓이고 등판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MHN 정철우 기자) 박세웅에게 대전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2015년 1군에 데뷔해 어느덧 12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대전에서만큼은 아직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두 번의 불운이라면 징크스라는 말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쌓이고 등판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제 박세웅의 대전 무승을 단순한 징크스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2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전도 마찬가지였다. 박세웅은 5⅓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았고 홈런도 2개를 허용했다. 2사사구 4탈삼진 4실점. 롯데 타선과 불펜이 버텨주면서 패전투수가 되는 것은 피했지만 대전 첫 승을 만들 만한 투구는 아니었다. 롯데는 결국 9-5로 역전승했지만 박세웅은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은 이겼지만 에이스에게 남은 숙제는 그대로였다.
더 뼈아픈 것은 대전에서의 부진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한밭구장 시절 박세웅은 10경기에 등판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8패,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한화 상대 약세가 워낙 두드러지다 보니 과거에는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 대전 등판을 피했던 적까지 있었다.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에는 달라졌다. 에이스라면 특정 팀이나 특정 구장을 피해갈 수 없다는 원칙 아래 정면 돌파를 택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구장이 바뀌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새 대전구장에서도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23일 경기까지 더하면 새 구장 3경기에서 무승 1패, 평균자책점 5.65다. 한밭구장 시절의 처참했던 숫자보다는 나아졌지만 에이스에게 기대하는 성적과는 거리가 있다. 장소가 바뀌었는데도 같은 도시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져볼 필요가 있다. 박세웅은 정말 승운이 없어서 대전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것일까.
선발승은 투수 혼자 만들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아무리 잘 던져도 타선이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길 수 없고, 승리 요건을 갖추고 내려와도 불펜이 무너지면 승리가 사라진다. 때문에 무승 기록만 놓고 투수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박세웅 역시 대전에서 타선과 불펜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경기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2년이라는 시간을 놓고 보면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롯데 타선이 대전에서 항상 침묵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팀 타율 0.233, 2023년 0.244, 2024년 0.209, 2025년 0.227로 크게 고전한 시즌도 있었지만 그 외 상당수 시즌에는 2할7푼 이상의 팀 타율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대전에서 팀 타율이 0.330에 이를 정도로 방망이가 힘을 냈다. 실제 23일에도 박세웅이 4점을 내줬지만 타선은 끝까지 추격해 경기를 뒤집었다.

불펜도 마찬가지다. 롯데 불펜이 지난 12년 동안 리그를 지배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전에서만큼은 박세웅의 승리를 번번이 날려버렸다고 단정할 정도로 나빴던 것도 아니다. 2015년 이후 대전에서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지 못한 시즌은 네 차례뿐이었다. 나머지 시즌에는 3점대 이하를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2.79까지 내려왔다.
결국 숫자를 하나씩 걷어내고 나면 가장 불편한 결론과 마주하게 된다. 박세웅의 대전 무승은 타선이 못 쳐서 만들어진 기록만도, 불펜이 승리를 지켜주지 못해서 생긴 기록만도 아니다.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박세웅 자신의 투구다.
특히 평균자책점이 이를 말해준다. 승리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 만들 수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기본적으로 투수가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다. 한밭구장 10경기 평균자책점 9.00이라는 숫자는 승운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새 구장에서의 평균자책점 5.65 역시 마찬가지다. 23일에도 타선은 박세웅이 내준 점수보다 많은 점수를 뽑았고 불펜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만큼은 적어도 동료들의 지원을 탓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23일에는 피홈런 2개가 치명적이었다. 홈런은 수비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타구다. 실책이나 애매한 수비 때문에 만들어진 실점과도 성격이 다르다. 에이스가 자신의 공으로 막아내야 할 영역에서 장타를 허용했다. 박세웅이 대전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외부에서 찾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특정 구장과 유난히 궁합이 맞지 않는 투수는 존재한다. 마운드의 느낌이나 시야, 타자 친화적인 환경 등 투수에게 영향을 미칠 요소도 많다. 과거의 좋지 않았던 기억이 쌓이면 심리적인 부담까지 더해질 수 있다. 박세웅에게 대전이 편안한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에이스에게는 그것까지 이겨내는 것이 실력이다.
박세웅은 롯데 마운드에서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투수다. 특정 팀을 피하거나 특정 구장을 건너뛰면서 시즌을 치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실제 김태형 감독도 과거 박세웅의 대전 약세를 두고 선발투수라면 로테이션을 돌아야 한다는 취지로 정면 돌파를 주문한 바 있다.
그래서 이제 필요한 것은 ‘대전 징크스’라는 설명이 아니다. 징크스라는 말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운이 반복될 때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10경기, 12경기를 넘어 같은 문제가 이어지고 평균자책점까지 크게 치솟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타선과 불펜이 어느 정도 뒷받침했던 시즌까지 있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23일 경기는 역설적으로 박세웅에게 답을 보여줬다. 롯데 타선은 9점을 뽑았고 불펜은 역전된 리드를 지켰다. 동료들은 할 일을 했다. 하지만 박세웅은 또 대전에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대전 첫 승을 가로막고 있는 마지막 벽을 이제 다른 곳에서 찾기는 어렵다.

박세웅 스스로 넘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볼 필요도 없다. 타선이 몇 점을 내줄지, 불펜이 승리를 지켜줄지를 먼저 생각할 이유도 없다. 자신이 가진 공을 제대로 던져 상대 타선을 누르면 된다. 대전에서 유독 일이 꼬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12년 동안 이어진 결과까지 모두 운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징크스는 기다린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실력으로 깨야 한다. 롯데의 토종 에이스 박세웅에게 대전은 이제 단순히 첫 승을 따내야 하는 구장이 아니다. 자신을 오랫동안 붙잡아 온 약점을 자신의 공으로 지워내야 하는 시험대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