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1R 성적 '윤이나의 숙제' 3R 성적 구하기…"우승은 좇을 수 없는 것, 올해 내 키워드는 내려놓음"

눈부신 1R 성적 '윤이나의 숙제' 3R 성적 구하기…"우승은 좇을 수 없는 것, 올해 내 키워드는 내려놓음"

테일러메이드어패럴 신상품을 입고 포즈를 위한 윤이나. 사진 최민석[PENN 스튜디오] 작년 'LPGA 루키' 윤이나는 자신의 키워드로 '성장'을 꼽았다. 성장은 성장인데, 아픔이 따르는 그런 성장이었다. 신인왕을 다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신인 랭킹에서는 7위에 머물렀고, 상금 랭킹과 CME 포인트 순위에서도 63위에 그...

테일러메이드어패럴 신상품을 입고 포즈를 위한 윤이나. 사진 최민석[PENN 스튜디오]
테일러메이드어패럴 신상품을 입고 포즈를 위한 윤이나. 사진 최민석[PENN 스튜디오]

작년 'LPGA 루키' 윤이나는 자신의 키워드로 '성장'을 꼽았다. 성장은 성장인데, 아픔이 따르는 그런 성장이었다. 신인왕을 다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신인 랭킹에서는 7위에 머물렀고, 상금 랭킹과 CME 포인트 순위에서도 63위에 그쳤다.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는 컷 라인인 'CME 포인트 60위'와 끝까지 싸웠지만 결국 패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작년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LPGA 2년 차' 윤이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홀 공략을 생각하고 있는 윤이나.
홀 공략을 생각하고 있는 윤이나.

◆'성장'의 해 2025년 vs '내려놓음'의 해 2026년 FM챔피언십까지 치른 올 시즌 LPGA투어에서 현재 윤이나는 상금 랭킹 7위에 올라 있고, CME 포인트 순위도 11위를 달리고 있다. 작년을 관통하는 화두가 성장이었다면, 올해는 과연 어떤 키워드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테일러메이드어패럴 화보 촬영을 위해 잠시 귀국했던 윤이나를 만났다. -작년 키워드는 성장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올해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그래도 성장은 항상 해야 하는 것 같다. 올해는 '받아들임'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기처럼 쓰는 노트를 계속 쓰고 있나? 그렇다면 최근 쓴 것 중 특별한 게 있으면 하나 소개해달라. ▶ '어떻게 하면 넬리처럼 할 수 있을까?' 넬리 코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약간 초연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 같다. 나는 그걸 받아들임으로 결론을 냈다. 잘 안될 때도 막 벗어나려고 크게 발버둥 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그 상황을 인정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넬리도 화가 나면 무너지기도 하고, 그게 표정에 다 드러나기도 했는데, 지금의 넬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어떻게 하면 넬리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멘탈 코칭을 계속 받고 있다고 알고 있다. 도움이 되고 있나?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호흡하는 법을 통해 긴장을 줄여주기도 하고, 그동안 신경 쓰였던 것들을 내려놓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특별한 방법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나? ▶대회 때마다 체크리스트를 활용한다. 내용은 결과와 상관없고, 모두 과정과 관련된 것들이다. 예를 들면 샷 하기 전에 목표를 확실히 정하기, 샷 할 때는 확신을 갖고 치기 등등이다. 보통 세 가지를 정하는데, 그러면 18홀 모두 합쳐 54개 항목이 생기는 거다. 지키면 동그라미, 못 지키면 가위표를 해서 얼마나 잘 지켰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하면서 내 골프가 확실히 좋아졌다.

테일러메이드어패럴 신상품을 입고 포즈를 취한 윤이나. 사진 최민석[PENN 스튜디오]
테일러메이드어패럴 신상품을 입고 포즈를 취한 윤이나. 사진 최민석[PENN 스튜디오]

◆'LPGA 루키' 윤이나 vs 'LPGA 2년 차' 윤이나 윤이나는 올해 기술적인 수치에서 작년에 비해 확실히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이브 거리는 작년 272.9야드(13위)에서 올해 277.1야드(8위)로 조금 늘었고, 그린 적중률도 수치는 나빠졌지만 순위는 오히려 작년 42위(71.45%)에서 28위(70.44%)로 좋아졌다. 무엇보다 퍼팅 이득 타수 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작년 132위(-0.48타)에서 올해 19위(0.60타)로 안정적인 퍼팅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작년에 비해 모든 면에서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 ▶아직 많다. 뭘 꼽아야 할지 너무 어렵다. 그래도 퍼팅은 많이 좋아졌다. 아직도 많이 실수하고 있지만, 작년에 비해 감이라든지 이런 게 훨씬 더 좋아졌다. 가장 부족한 것은 쇼트 게임인 것 같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가 가장 힘들다. 전반적으로 다 살짝 올라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내 경기력에서 제일 떨어지는 건 그게 아닌가 싶다. -드라이브 거리가 작년에 비해 좀 늘었다. 혹시 직접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 늘었나? 전혀 몰랐다. 그런데 한 번씩 세게 치면 멀리 가긴 하더라. -드라이버 샷이 좋아졌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뭐가 좋아졌나? ▶스윙이 훨씬 콤팩트해졌다. 올해 시즌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 작년에는 사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없었다. 운동을 많이 못 하고 갔었다. 하지만 올해는 한 달 동안 진짜 매일 두 번씩 운동했는데, 그러면서 스윙도 좀 간결해지고 몸도 더 좋아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거리가 늘었는지 모르겠다. -작년 잔디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 올해는 달라졌을 텐데, 잔디 종류에 따라 어떤 느낌으로 치는 것인가? ▶약간 빅데이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버뮤다그래스에서도 쳐보고, 페스큐 잔디에서도 쳐보면서 '아, 이런 잔디에서는 이렇게 치는 것이구나' 하는 식으로 감이 생긴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빅데이터가 몸에 쌓여 감으로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더 해야 한다.

그린 공략을 생각하고 있는 윤이나.
그린 공략을 생각하고 있는 윤이나.

-퍼팅 이득 타수가 작년과 비교해 무척 좋아졌다. 알고 있나? ▶정말 그런가. 퍼팅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다. 동계 훈련 때도 연습을 정말 많이 했고, 최종환 프로님과도 시간을 더 많이 가졌다. 미국에도 한 번 오셨고, 한국에 들어갈 때면 주기적으로 만났다. -혹시 특별한 레슨이 있었다면 소개해 줄 수 있나? ▶나는 이걸 해야 퍼팅을 잘할 수 있다는 식으로 포인트를 콕 짚어주는 것보다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어떤 연습을 많이 해서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골프를 너무 수업처럼 접근하려고 했던 것 같다. 골프라는 운동은 감각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가 없는데, 그 부분을 올해 많이 신경 썼던 것 같다. 멘탈 코치도 뭔가를 하려고 퍼팅하는 순간 망친다고 얘기하더라. 그냥 체화한 그대로 퍼팅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보기가 많이 줄었다. 특별히 좋아진 이유가 있나? ▶더블보기는 정말 많이 줄었다. 감정 컨트롤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영어 실력은 많이 늘었나? ▶많이 늘었다. 대화하면서 늘기도 했지만, 요즘 공부도 열심히 한다. 섀도 연습이라는 게 있는데,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면서 따라 하는 거다. 독학으로 이 정도 할 수 있는 건 빠르게 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샷을 준비하고 있는 윤이나.
샷을 준비하고 있는 윤이나.

◆'1라운드' 윤이나 vs '3라운드' 윤이나 작년 윤이나의 평균 타수는 48위(70.98타)였다. 63위에 머문 상금이나 CME 포인트 순위보다는 높았지만, 올해 평균 타수 13위(70.82타)와 비교하면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 비슷한 패턴이 있다. 1·2라운드에 비해 3·4라운드의 평균 타수가 너무 확연하게 나쁘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1라운드 70.63타(29위), 2라운드 70.58타(22위), 3라운드 71.50타(84위), 그리고 4라운드 71.60타(85위)였다. 올해는 1라운드 69.53타(3위), 2라운드 70.93타(21위), 3라운드 71.62타(83위), 그리고 4라운드 71.39타(72위)를 치고 있다. 올해 1라운드와 3라운드 평균 타수 차이는 2.09타나 됐다. 1라운드 성적만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켰고 최근 3위로 내려왔는데, 1위가 69.21타의 김효주이고 2위가 69.43타의 넬리 코르다이다. 윤이나에게는 1라운드와 3라운드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작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나? ▶자신감보다는 어떤 상황에 대한 내려놓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압박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긴 좀 어려워도 작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졌다. -그렇다면 자신의 골프 스타일이 덜 공격적으로 변한 것인가? ▶덜 공격적으로 변했다기보다는 조금 더 위험이 적은 선택을 하고 있다. 공격적이기는 하지만 상황을 더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성공 확률이 어느 정도 될 때 샷을 감행하나? ▶10개를 친다면 6~7개는 성공시킬 수 있을 것 같을 때다. 근데 상황이 좀 다를 수 있다. 만약 우승을 다투는 상황이라면 좀 더 모험을 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건 예전보다는 좀 더 성공 확률이 높을 때 샷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1라운드 평균 타수가 몇 위인지 아는가? ▶지금은 3위로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위였다. 사실 아빠가 맨날 놀리고는 했다. 1라운드만 따지면 세계 1등이라고. -그러면 2·3·4라운드 순위는 알고 있나? ▶순위는 잘 모르지만 3라운드 순위가 많이 나쁜 건 알고 있다. -2라운드는 21위다. 그런데 3라운드는 83위로 확 떨어지고 4라운드도 72위로 좋지 않다. 3라운드에서 너무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좀 약간 부정했다. 심리적인 게 아닐까? 아직 못 버린 거 아닐까?

샷을 준비하고 있는 윤이나.
샷을 준비하고 있는 윤이나.

◆에필로그 윤이나의 1라운드 평균 타수가 한때 1위였다는 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는 의미도 된다. 물론 그걸 이루려면 3·4라운드에서 까먹는 타수를 만회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최근 윤이나는 책 한 권을 구입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제목의 책이다. 일단 영어판(Who Moved My Cheese?)까지 둘 다 샀다고 했다. 번역서와 원본의 느낌이 다를 것 같아서다. 그러면서 막 몰아세우는 책보다 조금은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고 했다. 작년 윤이나가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했던 인터뷰 내용이 생각났다. 당시 윤이나는 한 강사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고 얘기했다. 신은 선물을 줄 때 포장지에 싸서 주는데, 큰 선물일수록 큰 포장지에 싸서 준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포장지가 시련이라는 것이다. 큰 아픔이 있거나 큰 시련이 찾아올수록 더 큰 선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힘이 난다는 얘기였다. 그 얘기는 올해도 윤이나에게 힘을 주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윤이나에게 남은 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 목표에 우승도 있냐는 질문도 덧붙였다. "우승은 내가 좇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승을 목표로 했다가 뭔가 지금 이 순간 느끼고 배워야 하는 것을 많이 놓칠 것 같다. 그래서 그것보다는 아프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완전히 우문이었다. 윤이나는 3·4라운드에서 심각하게 타수를 잃는 것을 만회할 방법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골프다이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