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미국 야구, 틀리지 않았다"...고우석 '좌승사자'가 되어 돌아 왔다
출처:LG 트윈스(MHN 정철우 기자) 고우석의 ‘평균자책점 0’보다 더 주목해야 할 숫자는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143이다. 오른손 투수가 좌타자를 상대할 때 불리하다는 야구의 오래된 상식을 고우석은 정반대로 뒤집고 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보다 더 까다로운 투수가 돼 돌아왔다는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록이...

(MHN 정철우 기자) 고우석의 ‘평균자책점 0’보다 더 주목해야 할 숫자는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143이다. 오른손 투수가 좌타자를 상대할 때 불리하다는 야구의 오래된 상식을 고우석은 정반대로 뒤집고 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보다 더 까다로운 투수가 돼 돌아왔다는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에서 한 단계 가다듬은 포크볼과 커터가 있다.
고우석은 LG 복귀 이후 아직 자책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9일 대전 한화전에서 1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던 것을 제외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흐름이다. 단순히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것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진출 이전 고우석을 대표했던 강력한 패스트볼에 변화구의 완성도가 더해지면서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 자체가 다양해졌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할 때 그 변화가 두드러진다.

올 시즌 고우석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43에 불과하다. LG 마무리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2022년에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00이었다. 아직 복귀 이후 표본이 크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결과만 보면 전성기 시절보다 좌타자를 훨씬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타구의 질이다. 좌타자를 상대로 땅볼/뜬공 비율이 3.00에 이른다. 삼진으로 끝내지 못하더라도 공을 땅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병살타로 위기를 한꺼번에 지울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불펜 투수에게 상당히 가치 있는 변화다.
비결은 변화구에 있다. 미국에 가기 전 고우석은 강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타자를 찍어 누르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돌아온 고우석은 힘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포크볼과 커터라는 확실한 무기를 더하면서 좌타자가 노려야 할 공간 자체를 넓혀 놓았다. 패스트볼 하나를 기준으로 타이밍을 잡고 들어갔다가는 전혀 다른 궤적의 두 변화구에 당할 수 있다.

포크볼부터 위력적이다. 최고 시속 144㎞까지 나올 정도로 빠르다. 웬만한 투수의 패스트볼과 맞먹는 속도로 홈 플레이트를 향해 날아오다가 마지막 순간 크게 떨어진다. 타자는 빠른 공을 생각하고 배트를 내야 하지만 실제 공은 그 궤도에서 사라진다. 특히 좌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은 헛스윙뿐 아니라 땅볼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좌타자 상대 땅볼 비율이 높아진 배경을 변화구의 발전과 연결해 볼 수 있는 이유다.
커터는 또 다른 방향에서 좌타자를 괴롭힌다. 특히 바깥쪽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백도어 커터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좌타자 입장에서는 처음 공을 봤을 때 볼이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마지막 순간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든다. 반대로 프런트도어 형태로 몸쪽을 공략하는 커터까지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다면 타자가 대응해야 할 범위는 훨씬 넓어진다. 몸쪽 아래로 빠르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의식하면서 동시에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커터까지 생각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A팀 전력분석팀장도 고우석의 변화구를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그는 “고우석이 미국을 다녀온 뒤 포크볼과 커터의 위력이 더욱 좋아졌다. 포크볼은 구속이 올라갔다. 매우 빠르게 들어오다 떨어지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렵다. 커터도 프런트도어와 백도어 모두 안정감 있게 제구하고 있다. 쉽게 공략할 수 없는 공을 던진다. 미국에서 변화구가 확실히 좋아져서 왔다”고 분석했다.

결과도 강렬하다. 고우석은 복귀 이후 포크볼과 커터를 각각 10% 안팎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두 구종 모두 아직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표본이 많지 않아 이 수치가 시즌 끝까지 유지된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단순한 ‘무피안타’보다 중요한 것은 타자가 두 구종을 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패스트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포크볼과 좌우로 움직이는 커터까지 더해졌다. 고우석을 상대하는 타자의 선택지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아졌다.
특히 좌타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우투수는 좌타자를 상대할 때 공이 상대적으로 잘 보이고 바깥쪽 승부가 많아지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안는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 좌타자가 등장하면 좌완 불펜을 붙이는 것이 오랫동안 정석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현재 고우석에게는 그런 공식이 크게 의미가 없다. 좌타자 피안타율 0.143이 이를 보여준다. 힘으로 좌타자를 이겨내는 데 그치지 않고 포크볼로 아래를 지우고 커터로 좌우를 흔들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매치업 자체를 없애고 있다. 지금의 성적만 놓고 보면 ‘좌승사자’라는 표현도 지나치지 않다.
이 변화는 LG에도 중요하다. 마무리든 셋업맨이든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투수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상대가 대타를 활용해 유리한 매치업을 만들어낼 때다. 그러나 좌우를 크게 가리지 않는 투수라면 벤치의 계산은 간단해진다. 여기에 땅볼 유도 능력까지 갖추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투입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 고우석의 좌타자 상대 땅볼/뜬공 비율 3.00은 그래서 단순한 세부 지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우석의 미국 도전은 결과만 놓고 보면 바라던 길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간을 실패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기에는 돌아온 고우석의 공이 달라졌다. 가장 강했던 시절보다 낮은 좌타자 피안타율, 더 빨라진 포크볼, 정교해진 커터가 그 시간을 설명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정착하지 못했어도 더 높은 수준의 야구를 경험하며 자신의 공을 다시 설계한 흔적은 남았다.
평균자책점 ‘0’은 언젠가 깨질 수 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143도 표본이 쌓이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져온 포크볼과 커터의 완성도는 단순한 숫자 하나보다 오래 남을 수 있다. 고우석에게 지난 3년은 돌아오기 위해 허비한 시간이 아니었다. 좌타자가 더 이상 약점이 아닌 투수로 돌아왔다는 것, 그것이 지금 고우석이 ‘0’이라는 숫자보다 더 강하게 보여주고 있는 변화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