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일드카드의 이유' 증명한 엄지성, 첫 경기부터 헤트트릭

' 와일드카드의 이유' 증명한 엄지성, 첫 경기부터 헤트트릭

'와일드카드' 엄지성(스완지시티)이 아시안게임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이민성호의 기분 좋은 첫 승을 이끌었다.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카타르에 4대 1 완승을 거뒀다.한국축구는...

'와일드카드' 엄지성(스완지시티)이 아시안게임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이민성호의 기분 좋은 첫 승을 이끌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카타르에 4대 1 완승을 거뒀다.

한국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2023 항저우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4연패에 도전장을 던졌다. 전력상 이번에도 한국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1순위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때보다 우려가 더 많았다. 이민성호 출범 이후 줄곧 저조했던 성적과 경기력, 부족했던 준비기간, 북중미월드컵의 후유증 등으로 누적된 한국축구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또한 카타르와의 1차전에서는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담당 운전기사의 실수로 인한 경기장 지각 해프닝, 우천으로 인한 수중전같은 돌발 변수도 발생했다.

하지만 유럽파 최정예멤버들이 합류한 한국 대표팀의 클래스는 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엄지성을 비롯하여,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 등 A대표팀 멤버들로 구성된 호화 2선의 파괴력은 역시 차원이 달랐다. 유럽 무대와 성인대표팀에서 높은 수준의 경쟁을 경험한 선수들의 '개인 기량' 그 자체가 곧 전술이었다. 활발한 전방 침투로 상대의 집중견제를 무너뜨리고, 탈압박 이후 곧바로 결정적 찬스와 슈팅으로 연결하는 능력에서 확실한 레벨의 차이를 보여줬다.

특히 엄지성은 왼쪽 윙 포워드로 나서서 전반에만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대승의 서막을 열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김지수(브렌트퍼드)가 후방에서 한 번에 올린 긴 패스를 이어받은 엄지성은 왼쪽에서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페널티 지역 안으로 침투하여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20분에는 카타르 진영에서 상대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페널티박스 정면으로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이승원의 패스를 받아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다시 오른발 슈팅으로 세번째 골을 완성한 엄지성은, 헤트트릭을 의미하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한국은 후반에도 공세를 이어가며 21분 공격수 김명준(헹크)의 4번째 골로 승기를 굳혔다. 후반 40분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가 다소 헐거워지며 미르완 하산에게 만회 골을 허용하여 클린시트에 실패한 것은 옥에 티였지만, 더 이상의 위기 없이 3골 차 리드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엄지성은 후반 43분 박승수(뉴캐슬)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면서 관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국은 이로서 아시안게임에서 세 대회 연속으로 조별리그 1차전에서 헤트트릭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황의조(현 알라니아스포르)가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두 번이나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는 정우영(현 유니온 베를린)이 쿠웨이트와 1차전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한국의 9-0 완승을 이끌었다.

당시 황의조는 9골, 정우영은 8골을 각각 기록하며 대회 득점왕에도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는 엄지성이 태극전사 해트트릭의 전통을 이어가며 강력한 AG 득점왕 후보로 떠올랐다. 한국 선수가 AG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황의조, 정우영을 비롯하여 1990년 베이징 대회의 서정원(4골), 1994년 히로시마 대회의 황선홍(11골)까지 총 4명이다.

엄지성은 프로축구 K리그 광주FC 유스를 거쳐 2021년 프로에 데뷔했고, 2024년에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스완지시티 AFC로 이적하며 유럽파의 반열에 올랐다. 비록 2부지만 유럽무대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안착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올해 6월 열린 북중미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도 뽑혀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밟았고 교체선수로 두 경기에 출전하여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표팀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부진 속에서도 그나마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엄지성은 A매치 11경기에서 2골을 기록 중이다.

2026-2027시즌 초반 엄지성은 소속팀 스완지에서 6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유럽 진출 이후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두 시즌간 리그에서 넣은 골이 총 5골에 그치며 공격포인트 생산능력이 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것에 비하면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이민성 감독은 엄지성을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발탁하면서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7번까지 부여할 만큼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민성호의 이번 와일드카드 3인방은 최고참인 주장 이기혁(강원FC)이 불과 26세고, 엄지성과 양현준은 24세 동갑으로 기존 U-23 선수단과는 겨우 한살 차이에 불과하다. 와일드카드가 젊은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경험과 노련미도 중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전 대회에 비하여 와일드카드 선수들이 너무 어리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엄지성은 첫 경기부터 왜 자신이 와일드카드로 뽑힐만 했는지 차원이 다른 경기력으로 입증했다. 엄지성으로서도 앞으로 유럽에서 안정적인 선수경력을 이어가기 위해서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매우 중요하다. 경기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엄지성은 카타르전 대승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잔디, 날씨 등 환경적인 부분에서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득점이 빨리 나오면서 저희 템포를 찾아갈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가 저를 뽑은 이유도 득점, 크로스 등 공격적인 상황에서의 역할을 원하셨고, 제가 보여드릴수 있는 부분을 잘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저희 선수단 분위기가 좋고 준비가 잘 되어있어서 그런 자신감이 경기력으로 나온 것 같다.

소속팀에서는 항상 많은 관중들의 환호성 앞에서 경기를 뛰어왔는데, 여기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보니(관중이 많지않아서) 오히려 부담없이 연습경기처럼 편안하게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항저우 대회에서는 아쉽게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던 엄지성은, 당시의 아픔을 딛고 더욱 성장하면서 3년만에 아시안게임 출전의 한을 풀었다. 엄지성은 또래 해외파 유망주들 중에서도 큰 기복이나 슬럼프없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선수로 꼽힌다.

"저는 먼 미래나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눈앞의 상황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에게 더 좋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난 것 같다. 항상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엄지성은 아시안게임 4연패 도전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고 더 발전된 경기력과 금메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흥민 선수처럼 7번을 달고 뛰고 있다는 것, 와일드카드로서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세 번 연속 우승했다는(연속 우승을 이어가야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다. 다행히 첫 경기에서 초반부터 좋은 결과가 나왔다. 다음 경기인 사우디전에서는 첫 경기에서 잘한 부분은 끝까지 가져가면서, 비디오 미팅을 통하여 어떤 점을 보완해야할지 분석하겠다.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눈이 즐거울 수 있는 축구를 보여드리도록 잘 준비하겠다."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