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은 안돼도 ‘공화국’은 가능? 북한 남자 축구 이끄는 리광천 감독
15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리광천 북한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 가리야=김효경 기자 “경기와 무관한 질문 같습니다.” 15일 일본 아이치현 가리야시 가리야 스타디움에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북한 대표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북한 대표팀 간판 수비수 출신인 리광천(41) 감독...

“경기와 무관한 질문 같습니다.” 15일 일본 아이치현 가리야시 가리야 스타디움에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북한 대표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북한 대표팀 간판 수비수 출신인 리광천(41) 감독은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이 어떤가”란 질문에 짧게 답했다.
북한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축구와 역도, 레슬링 등 14개 종목 선수 107명을 파견했다. 지원 인력을 포함한 선수단 규모는 180여 명에 이른다. 북한이 일본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58년 도쿄 대회 때는 아시아경기연맹(아시아올림픽평의회 OCA 전신) 회원이 아니어서 출전하지 못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는 정치적인 문제로 불참했다. 북한은 도쿄에서 열린 두 차례 올림픽(1964년, 2020년)도 참가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선수단을 보낸 건 1985년 고베 유니버시아드다.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당시 국내 기자가 “북측 여자축구가 과거부터 수준이 높다”고 질문하자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이유일 감독은 통역관을 통해 “국호를 바르게 해달라. 저 사람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고 일어나 자리를 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써달라는 주장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기자가 “공화국”이란 표현을 썼을 때, 리광천 감독과 북한 대표팀 관계자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더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북한 남자 축구 대표팀은 16일 중국과 조별리그 D조 첫 경기를 치르고, 20일 아랍에미리트, 23일 이란을 상대한다. 조 2위 안에 들어야만 8강에 진출한다. 한국과 만나기 위해선 두 팀 다 4강에 진출해야 한다.
리광천 감독은 “내일 시작되는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모든 팀들이 목표가 있는 마큼 신중하게 대하고 우리가 준비한 걸 다 펼쳐보이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중국 팀에 대한 질문에는 “연령별 아시아 경기 대회에서 순위권에 입상한 능력 있는 팀이다. 세고 약한 팀이 따로 없으니까 준비해서 잘 보이겠다”고 답했다.
북한 여자 대표팀은 전날 방글라데시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0-0 대승을 거두며 출발했다. 오사카·교토 등의 조선학교 학생들과 재일교포로 구성한 1000여 명의 응원단은 열렬하게 응원했다. 리 감독은 “현지에 도착했을 때 우리 동포들의 열렬한 환호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여자 팀이 응원 열기에 승리한 것처럼 우리 역시 동포들과 한 마음으로 달리고 달려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23세 이하 선수 외에도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했던 골키퍼 강주혁(29)과 베테랑 미드필더 김국범(31) 등 2명의 와일드카드(최대 3명)를 발탁했다. 리광천 감독은 “젊은 세대지만 경험적으로 부족하진 않다. 준비된 것을 자신 있게 펼치기만 하면 된다. 강주혁, 김국범 선수가 팀에서 역할을 잘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리광천 감독은 현역 시절 북한 대표팀 간판 수비수였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열린 조별리그 경기에선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을 상대로 1-0 승리를 이끄는 헤더 결승골을 터트렸다. 태국의 무앙통 유나이티드와 파타야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등 해외 리그 경력도 있다. 당시 북한은 유럽과 아시아 여러 국가에 선수들을 보내 외화를 벌어들였으나, 지금은 경제 제재로 인해 불가능해졌다.
나고야를 비롯해 이번 대회가 열리는 아이치현은 덥고 습하다. 리광천 감독은 “날씨는 괜찮다. 모든 팀들이 메달을 향해서 최선을 다하는데 우리는 정한 목표를 향해서 가겠다.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예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통과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 팀에 대한 질문에는 “특별한 건 없다. 경쟁 대상이니까. 다른 의미는 없다. 만나면 열심히 경기장에서 우리 모습 보여주겠다”고 했다.
출처: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