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신들은 진정한 대한민국의 간성입니까? "이제는 응답하라, 육군사관학교"
지난 8월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는 적지 않은 수의 체육계 관계자와 기자들이 모였다. 대한테니스협회(KTA)가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코트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제목부터 무거웠다.'육사코트 투자 관련 대한테니스협회 손해배상 청구소송 기자회견'.대한테니스협회가 마침내 국가를 상대로 약 30억...

지난 8월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는 적지 않은 수의 체육계 관계자와 기자들이 모였다. 대한테니스협회(KTA)가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코트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제목부터 무거웠다.
'육사코트 투자 관련 대한테니스협회 손해배상 청구소송 기자회견'.
대한테니스협회가 마침내 국가를 상대로 약 3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자리였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전달된 메시지는 단순히 "돈을 돌려달라"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었다.
2015년 대한테니스협회가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시설에 투입한 약 30억 원의 가치를, 육군사관학교는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질문에는 분명한 답이 없다.
그래서 대한테니스협회가 결국 기자들 앞에 섰다. 그리고 이제 법정으로 까지 가게 된 것이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왜 기자회견까지 열었나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테니스협회는 육군사관학교의 요청과 국방부 승인을 바탕으로 약 30억 원의 민간 자본을 투입해 노후한 육사 테니스장 30면을 개·보수하였다. 대한테니스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업은 단순한 시설 공사가 아니었다.
사관생도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한국 테니스 발전을 위한 시설로 활용하고, 협회가 일정 기간 시설을 운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시설이 완공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육사는 2016년 12월 테니스장 기부채납 승인을 취소하고 협약 해지를 통보하였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이후 테니스장 운영에서 배제됐고,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협회는 그동안 육사 측과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계속 시도해 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육사 관계자와 지휘부의 인사이동 등이 반복될 때마다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30억 원이 투입된 문제인데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야 했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가기관과 민간기관 사이의 문제라면 오히려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책임지고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KTA가 요구한 것은 분명했다.
첫째,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개·보수에 투입된 약 30억 원에 대해 합당한 반환 또는 보상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둘째, 금전적인 해결이 어렵다면 대한테니스협회에 실질적인 장기 위탁운영의 기회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셋째, 사관생도의 교육과 훈련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육사 테니스장을 어린 유망주 육성, 각종 테니스대회, 생활체육 동호인과 국민을 위해 폭넓게 활용하자는 요구였다.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회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과거의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테니스인의 선의로 시작된 상생 사업의 취지가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협회 관계자 뿐 아니라 법률대리인도 참석하였다. 박상기 변호사는 법적 절차와 소송의 배경을 설명했고, 협회는 더 이상 내부 협의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더 중요한 것은 이날 목소리를 낸 것이 대한테니스협회 집행부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전국 17개 시·도 테니스협회와 6개 산하 연맹체, 생활체육 단체(KATA, KATO)와 테니스 유관기관도 함께 이름을 올린 성명서가 발표됐다. 즉, 이제 이 문제는 한 사람의 회장이나 특정 집행부의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 테니스계가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를 향해 공식적으로 답변을 요구한 것이다.

30억 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너무 복잡하게 볼 필요는 없다. 수많은 법률적 논점과 과거의 경위를 하나씩 따지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끝없이 길어진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사실 하나가 있다. 대한테니스협회가 약 30억 원의 자금을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시설에 투입했다는 사실이다.
30억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돈이 개인의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테니스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자금이었다. 국가대표와 유망주 육성에 사용할 수도 있었다.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었다. 코트가 부족한 지역에 테니스시설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었다.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출전을 지원할 수도 있었다.
그런 막대한 자금이 육군사관학교의 테니스시설에 투입되었다. 그렇다면 그 가치가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지 육군사관학교는 답해야 한다. 코트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그 시설 속에는 대한테니스협회가 투자한 30억 원의 가치도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돈이 콘크리트와 코트 바닥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것이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30억 원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답을 해야 하는데 답을 하지 않는 것이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육군사관학교 교장도 바뀌었을 것이고, 국방부 관계자도 바뀌었을 것이며, 대한테니스협회의 집행부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러나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문제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때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이 바뀌어도 책임과 약속은 조직 안에 남아 있어야 한다.
특히 육군사관학교 같은 국가기관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당시 담당자가 아니다."
"오래전의 일이다."
"현재의 지휘부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이런 논리가 국가기관에서 통용되어서는 안 된다.
30억 원이라는 자금이 실제로 투입되었다면 그 가치에 대해서는 반드시 현재의 조직이 답해야 한다.

지금 육군사관학교는 자신의 '전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육군사관학교는 바로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지켜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통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각 사관학교 출신 동문들과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가 쌓아온 역사와 전통이 있고, 각 군이 가진 특수성이 있으며, 단순한 행정적 논리로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 주장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글에서 사관학교 통합의 찬반을 논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질문은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과 명예를 지켜달라고 국가와 국민에게 요구하는 조직이라면, 스스로도 다른 사람과의 약속과 신뢰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육군사관학교가 자신들의 전통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먼저 그 전통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은 오래된 건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가나 제복만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조직이 오랫동안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행동해 왔는가 가 바로 전통이다.
책임을 지키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 신뢰를 지키는 것.
그리고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전통이어야 한다.

정의로운 조직은 작은 약속에서 시작된다
육군사관학교는 대한민국 육군의 장교를 양성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생도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것을 배운다. 명예를 배운다. 책임을 배운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장교가 되어야 한다고 배운다.
그렇다면 육군사관학교라는 조직 역시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국가를 지키는 거대한 사명을 말하기 전에 자신들과 관계를 맺었던 한 민간 체육단체의 30억 원에 먼저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의로운 조직이라는 것은 거창한 순간에만 정의로운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 약속에서도 정의로워야 한다.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상대를 대할 때도 정의로워야 한다. 자신에게 불편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도 정의로워야 한다.
그것이 진짜 명예이고 책임이다.
오히려, 현재 군에서 복무하고 있는 수많은 육사 출신 장교들과 현재의 육사 생도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2015년 대한테니스협회가 약 30억 원을 투자해 학교의 테니스코트 30면을 개·보수하였다. 그런데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그 투자 가치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협회는 계속 문제 해결을 요청하였다. 결국 전 테니스인들이 들고 일어나서 성명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였다. 이 이야기를 생도들에게 그대로 설명하고 묻고 싶다.
"여러분이 이 문제를 책임지는 지휘관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생도와 육사 출신 지휘관은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할 것이다. 약속이 있었다면 그것을 확인하고, 누군가의 재산과 노력이 투입되어 있다면 그것에 합당하게 응답하겠다고 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배우고 있는 군인의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문제의 전모를 제대로 알게 된다면 육사 내부에서 먼저 "이제는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30억 원은 한국 테니스의 시간이기도 했다
더구나 이 30억 원은 단순한 회계상의 숫자가 아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육사 테니스장 사업을 위해 당시 미디어윌에서 30억 원을 차입했고, 이후 채무 문제는 협회에 오랫동안 심각한 재정적 부담으로 남았다. 한때 원금과 이자 등을 합친 채무가 70억 원을 넘어섰고, 이 문제는 이후 협회의 정상적인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번 기자회견은 단순히 오래된 채권 문제를 다시 들춰낸 자리가 아니다. 10년 동안 답을 받지 못한 한국 테니스가 이제 공식적으로 "답하라"고 요구한 자리였다.
그리고 결국 법적 절차까지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육군사관학교가 답할 차례다. 답은 반드시 대한테니스협회가 원하는 형태로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
답을 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답이 될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육군사관학교가 자신들의 역사와 명예와 전통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제 육군사관학교가 이야기할 차례다. 대한테니스협회가 육사 테니스시설에 투입한 약 30억 원의 가치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답해야 한다. 그 가치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그리고 왜 지금까지 아무런 실질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도 국민과 테니스인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육군사관학교가 자신들의 존립과 전통을 지켜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신뢰이고 약속이며, 책임이다.
그것이 지켜질 때 비로소 명예라는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시 묻는다. "이제는 응답하라, 육군사관학교."
글/최준(테니스코리아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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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테니스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