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아시아 정상…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

8년 만의 아시아 정상…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

▲ 아시아 야구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청소년 국가대표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프로 입성을 목전에 둔 '아우들'이 제대로 일을 냈다.그동안 프로무대에서 활약해온 '형님'들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비롯한 성인 국제무대에서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자존심을 구겼다....

▲ 아시아 야구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청소년 국가대표팀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프로 입성을 목전에 둔 '아우들'이 제대로 일을 냈다.

그동안 프로무대에서 활약해온 '형님'들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비롯한 성인 국제무대에서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자존심을 구겼다. 청소년 대표팀 역시 세계무대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2026년은 달랐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대만과 일본을 연달아 꺾고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오랜만에 한국 야구가 아시아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자존심을 세운 것이다.

이번 우승은 일본에서 열린 2018년 대회 이후 8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코로나19와 세계대회 일정 등의 영향으로 그동안 아시아 청소년선수권이 두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의미가 큰 성과다.

대회를 앞두고 올해 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전력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특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엄준상(덕수고)을 과감하게 선발하는 등 기존의 선수 선발 기준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선택이 결국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름값'보다 '가능성'에 무게를 둔 선택이 통했다.

국제대회 우승, 끝이 아닌 시작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프로야구 드래프트를 앞둔 지금, 국제대회 우승의 기쁨을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교야구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사실과 프로에서 성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2018년 우승 멤버들이다.

▲ 2018년 대회 당시 일본 심장부에서 선제 쐐기 3점포를 날린 김대한(현 두산)의 고교시절 모습

ⓒ 김현희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그야말로 '황금세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야수진에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간판으로 성장한 김대한(두산)을 비롯해 3루수 노시환(한화), 유격수 김창평(SSG), 2루수 윤수녕(롯데) 등이 포진했다.

마운드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한일전 킬러'로 이름을 날린 좌완 김기훈(KIA)을 비롯해 원태인(삼성), 좌완 이교훈(한화), 투·타 겸업이 가능했던 김현수(KIA)가 있었고, 당시 2학년생이었던 정해영(KIA), 안인산(KT), 정구범(NC)까지 버티고 있었다.

이들의 활약을 앞세워 한국은 일본 원정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 고교야구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장면이었다.

당시 일본은 더욱 뜨거웠다. 고시엔 100회 대회를 맞아 일본 전역에 고교야구 열기가 절정에 달했고, 대회가 열린 미야자키에도 수많은 관중이 몰렸다.

일본 대표팀에는 요시다 코세이(오릭스), 네오 아키라(주니치), 코조노 카이토(히로시마) 등 고시엔을 빛낸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대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당시 일본과의 슈퍼라운드에서 완투승을 거둔 왕옌청(한화)도 대표팀의 주요 멤버였다. 말 그대로 아시아 각국의 최고 유망주들이 한자리에 모인 대회였다.

그런데 8년 뒤, 현실은 달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당시 고교야구를 주름잡았던 선수들이 모두 프로에서도 스타가 된 것은 아니었다.

2018년 대표팀의 최고 스타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대한은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들어 다시 기회를 잡아가고 있다. '한일전 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김기훈 역시 아직 완벽하게 자신의 자리를 굳히지 못했다.

결국 당시 멤버 가운데 현재까지 꾸준히 프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는 선수는 원태인, 노시환, 정해영 정도로 압축된다.

일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대회 최고 스타로 꼽혔던 네오 아키라와 요시다 코세이 등이 기대만큼 프로무대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 반면, 오히려 한일전에서 실책을 범하며 고전했던 코조노 카이토가 성장해 성인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만의 왕옌청 역시 일본 프로무대를 거쳐 아시아 쿼터를 통해 한국 무대를 밟으며 나름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고교 시절의 평가와 프로에서의 성적표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제2의 원태인'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 과정

이번 2026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대회에서 빛났던 선수들이 프로에서도 그대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지금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선수가 프로에서 훨씬 크게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현승(부산고)과 같은 '원석'을 어떻게 다듬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고교야구에서의 성적과 국제대회 우승은 선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 프로에 입단한 순간부터는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

구단의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과 지도자의 역할,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 본인의 마음가짐이 맞물려야 한다. 태극마크는 도착점이 아니다. 오히려 프로야구라는 더 큰 무대로 향하는 출발점이다. 2018년 아우들이 일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8년이 흘렀다.

그리고 2026년, 또 다른 아우들이 대만과 일본을 차례로 꺾고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이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우승 트로피가 아니다. 고교야구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프로야구에서도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

이번 우승이 한국 야구의 미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는, 결국 이들이 프로에서 어떤 선수로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스포르티보미디어에도 실립니다.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