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결승전 투수’ 걱정 없다···리그 최고로 성장한 곽빈이 책임진다
곽빈이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3회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짧은 야구 대회에서 에이스 한 명의 존재감은 크다. 특히 아시안게임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처럼 투구 수 제한이 없어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확실한 선발 카드의 가치는 더...

짧은 야구 대회에서 에이스 한 명의 존재감은 크다. 특히 아시안게임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처럼 투구 수 제한이 없어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확실한 선발 카드의 가치는 더 커진다.
한국 야구도 아시안게임 결승전마다 에이스의 힘을 빌렸다. 2023 항저우 대회에서는 문동주가 결승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금메달을 이끌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양현종이 결승전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5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대표팀에는 이번에도 믿을 만한 선발 투수가 있다. 올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올라선 두산 곽빈이다.
대표팀은 대회를 앞두고 문보경과 김도영 등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변수를 맞았다. 타선에는 불안 요소가 생겼지만, 적어도 중요한 경기에서 마운드를 맡길 투수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다.
곽빈의 최근 컨디션은 좋다. 아시안게임 전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9일 SSG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앞서 3일 LG전에서도 7이닝 동안 1점만 내줬다.
올 시즌 성적은 리그 정상급이다. 26차례 선발 등판해 155이닝을 던지며 11승, 평균자책 2.26, 186탈삼진을 기록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는 평가를 넘어 확실한 결과까지 만들어내는 선발 투수로 성장했다.
변화의 출발점은 2024시즌이 끝난 뒤였다. 공동 다승왕에 오른 곽빈은 오히려 투구 폼 수정에 들어갔다. 팔 스윙을 포함해 전체 동작을 간결하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좋은 성적을 낸 직후 자신의 투구 방식을 바꾸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나 곽빈은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폼이 곧바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곽빈은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이 돼서야 수정한 투구 폼이 완전히 몸에 익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효과는 올 시즌 나타났다. 구속은 더 빨라졌다. 곽빈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53.7㎞로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 KBO리그 전체 1위다. 지난달 29일에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시속 160㎞도 찍었다.
구속만 오른 것도 아니다. 제구가 안정됐고 커터를 추가하면서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도 늘었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는 모습도 줄었다. 빠른 공과 변화구, 제구에 경기 운영 능력까지 더해지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국제대회 경험도 적지 않다. 곽빈은 꾸준히 국가대표로 뽑혔고 2023년과 올해 3월 두 차례 WBC를 경험했다. 대표팀을 다녀온 뒤에는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3년에는 시즌 평균자책을 2점대로 낮췄고, 올해는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 투수로 올라섰다.
다만 국가대표 무대에서 아직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남기지는 못했다. 2023 WBC에서는 2경기 2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올해 WBC에서는 3.2이닝 1실점이었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에서는 3타자 연속 볼넷을 내준 뒤 밀어내기로 실점했다. 리그에서 보여준 안정감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은 장면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기억은 더 쓰다. 당시 문동주와 함께 대표팀의 원투펀치로 기대를 모았지만 대회 직전 담 증세와 몸살이 겹쳐 한 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금메달을 따냈지만 곽빈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는 그래서 곽빈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3년 전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대표팀을 책임져야 하는 에이스로 대회를 맞는다.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5연패 여부도 결국 중요한 경기에서 마운드를 지키는 투수의 손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그 역할을 맡을 가장 유력한 투수가 곽빈이다. 국제대회를 거치며 성장해 온 곽빈이 이제 대표팀의 ‘결승전 투수’라는 무게까지 감당할 차례다.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