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면 그라운드·관중석 물난리…구단 시설 보강도 한계

비오면 그라운드·관중석 물난리…구단 시설 보강도 한계

13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경기장 외관이 페인트가 벗겨진 채 방치되어 있다. 올해로 지어진 지 40년이 된 사직야구장은 심각한 노후화로 선수와 관람객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구조물 녹슬고 안전사고 위험- ‘구도’ 명성 걸맞는 시설 갖춰야- KBO 팀들 잇단 새 보금...

13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경기장 외관이 페인트가 벗겨진 채 방치되어 있다. 올해로 지어진 지 40년이 된 사직야구장은 심각한 노후화로 선수와 관람객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13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경기장 외관이 페인트가 벗겨진 채 방치되어 있다. 올해로 지어진 지 40년이 된 사직야구장은 심각한 노후화로 선수와 관람객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 구조물 녹슬고 안전사고 위험 - ‘구도’ 명성 걸맞는 시설 갖춰야 - KBO 팀들 잇단 새 보금자리 - 티켓 비즈니스보다 팬 우선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안방 ‘사직야구장’ 노후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40년의 역사가 담긴 경기장이기에 건물 외관은 벗겨진 페인트와 녹슨 철제 구조물, 깨진 타일 등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비만 오면 누수 문제도 반복된다. 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사직야구장을 찾는 팬은 매년 늘고 있지만 반면 경기장은 이런 팬들의 애정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

오래된 누수시설이 노출된 모습.
오래된 누수시설이 노출된 모습.

지난달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 트윈스의 경기 도중 게릴라성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그라운드 외야에 물웅덩이가 생겨 경기가 중단됐고, 관중석 통로도 관중의 발목까지 물이 차올랐다. 갑작스러운 물난리에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사람이 뒤엉키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사직야구장 관중석에는 일반 배수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최근 기상 이변에 따른 국지성 호우로 갑자기 비가 쏟아지며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넘기며 ‘물난리’가 벌어지는 날이 늘었다.

장혜정(20·세종시) 씨는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우중 관람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기분 좋게 야구를 보러 왔다 물 폭탄을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까지 사직야구장을 찾을 정도로 많은 이가 몰려오는데 낡은 시설이 그대로 노출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직야구장은 1986년 3월 문을 열었다. 부산시는 1979년 사직야구장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해 1983년 착공했고 2년 뒤인 1985년 완공했다.

사직야구장은 설계 당시 야구 축구 럭비 등 다양한 종목을 소화할 수 있는 다목적 종합경기장으로 지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고교 축구와 대학 미식축구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하지만 1986년부터 부산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 구단 롯데의 홈구장이 됐다. 이전까지 롯데는 구덕야구장과 사직을 번갈아 사용했다. 롯데가 사직야구장에서 연 첫 공식 경기는 1986년 3월 29일 MBC 청룡과의 대결이다.

타일이 부서진 계단.
타일이 부서진 계단.

1990년대 후반부터 아예 야구 전용 경기장으로 사용되면서 시설 개선이 이뤄졌다. 가변식 관중석을 고정식으로 교체하고 조명탑 설치, 글램핑존 조성 등으로 준공 당시 좌석 2만8500석이 2만6800석으로 줄었다. 이후 전광판 교체와 안전 펜스 설치 등으로 현재 좌석은 2만3200석이다.

4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이제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현재 가장 오래된 야구장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사용하기 시작한 서울 잠실야구장이다. 잠실야구장은 서울에 연고를 둔 두산 베어스와 LG의 홈구장인데, 시설 노후화 등의 이유로 재건축이 결정됐다. 이곳은 이번 시즌까지만 경기를 소화한 뒤 새 단장에 들어간다.

이미 KBO리그 홈구장 세대교체는 한창 진행 중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사용하는 경기장 중 가장 오래된 곳은 1964년 개장한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였다. 하지만 2025년 새로 지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61년의 역사도 사라졌다.

다른 구단은 일찌감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2002년 SSG 랜더스, 2014년 KIA 타이거즈, 2015년 키움 히어로즈, 2016년 삼성 라이온즈, 2019년 NC 다이노스가 차례로 새로운 구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1989년 건립된 수원야구장을 쓰던 kt wiz는 2015년 리모델링해 이용하고 있다. 이제 프로야구 구장 중 가장 오래된 곳은 사직야구장의 차지가 됐다.

부산 사직야구장 야간 경기 전경. 롯데 자이언츠 제공
부산 사직야구장 야간 경기 전경. 롯데 자이언츠 제공

▮뜨거운 팬심, 부실한 관중석

사직야구장의 시설 개선은 해묵은 과제이자 뜨거운 이슈였다. ‘야구 도시’라고 불릴 만큼 야구를 향한 부산 시민의 열정은 뜨겁지만, 경기 관람 환경은 관중의 애정과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차례 보수하며 버텼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시·구단·팬들의 판단이다. 사직야구장 재건축 이슈가 나올 때마다 들썩이는 이유도 이런 간절함과 절박함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롯데의 누적 관중은 3202만6602명으로, LG(3605만152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150만7704명이 사직야구장을 찾아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올해도 116만8000여 명(13일 기준)이 찾아 100만 관중을 넘어섰다.

하지만 야구 관람 환경은 전국에서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관중석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벽면과 천장 곳곳이 너덜너덜한 페인트로 보기 흉하다. 외야에 마련된 신식 포토카드 기계와 낡은 벽면이 이질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비가 오면 불편은 가중된다. 경기장 곳곳에 물이 새 바가지와 수건 등으로 물을 받아내기 일쑤고, 전기 시설이 오래돼 전광판이 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정미영(29·동래구) 씨는 “60대인 부모님과 자주 경기를 보러 오는데 계단과 경사가 가파른 곳이 많아 힘들어하셨다”며 “통로와 좌석도 워낙 좁아 매번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경기 운영 면에서도 불편함이 한둘이 아니다. 그라운드 곳곳에 빈 ‘논두렁 잔디’로 경기 진행이 불편해 잔디 교체 작업을 계속 했으나 여전히 비가 오면 물웅덩이가 생긴다.

시와 롯데 구단은 꾸준히 사직야구장 시설을 보강했다. 시는 2006년 10억 원을 들여 인조 잔디를 천연 잔디로 교체했고, 2012년 14억3000만 원을 투입해 내·외야 흙과 전기 시설물을 바꿨다. 2014년에는 39억 원을 들여 전광판 교체 공사를 진행했다.

롯데는 2017년 사직야구장 중앙탁자석을 포함해 의자 일부를 교체했다. 2018년에는 클럽하우스 라커룸 등 선수들을 위한 시설을 고쳤고, 2024년에는 메인게이트 리모델링을 포함해 외관 공사도 했다. 하지만 부분적인 보완에 그칠 뿐 노후화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낡은 시설은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사직야구장은 그동안 시설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2013·2017·2022년)을 받았다. 안전진단 등급은 5단계(A 우수-B 양호-C 보통-D 미흡-E 불량)로 나뉜다. 당장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 D·E등급은 아니지만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로 10년 넘게 버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창원 NC파크에서 벌어진 사고 이후 사직야구장의 안전 문제도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3월 창원 NC파크에서 외벽 일부가 떨어져 관람객 1명이 사망했다. 창원 NC파크의 시설 정밀안전진단 등급은 B였다. 사직야구장보다 안전하다고 진단받은 시설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자 사직야구장의 노후화 문제는 단순한 불편에 그치지 않고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이슈로 떠올랐다. 실제 사직야구장에서 낡은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아 갇히거나 벗겨진 페인트 조각으로 다친 사례는 빈번하다.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전용배(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구도’라 불리는 부산의 야구 전용 사직야구장은 그 수식어와 전혀 맞지 않는 구장으로, 야구장 중 가장 노후화된 곳”이라며 “폭염 폭우 등 기후 변화로 인한 관람 환경 개선 요인은 늘어나는 데 반해 이에 대응한 시설이 전혀 없다”고 짚었다.

이어 “처음 지을 때는 많은 관중을 모으는 것이 우선인 ‘티켓 비즈니스’를 고려했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고 야구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지금이라도 관중을 우선으로 여기는 공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부산 사직야구장 현황

건립1985년 10월

위치부산시 동래구 사직로 45

면적5만301㎡

관람석 수2만3200석

누적 관중 수3202만6602명

※자료=롯데 자이언츠·한국야구위원회 (9월 13일 기준)

출처: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