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쓰러진 뒤 역할 정하면 늦다”…구르차란 싱이 강조한 ‘의료진 세트피스’

“선수가 쓰러진 뒤 역할 정하면 늦다”…구르차란 싱이 강조한 ‘의료진 세트피스’

구르차란 싱 아시아축구연맹(AFC) 의무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가 개최한 스포츠 의학 세미나에서 의료진이 성공적으로 대응한 크리스티안 에릭센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축구 경기 도중 선수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 의료진이 그제야 누가 무엇을 할지 논의해서는 안 된다. 경기...

구르차란 싱 아시아축구연맹(AFC) 의무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가 개최한 스포츠 의학 세미나에서 의료진이 성공적으로 대응한 크리스티안 에릭센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구르차란 싱 아시아축구연맹(AFC) 의무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가 개최한 스포츠 의학 세미나에서 의료진이 성공적으로 대응한 크리스티안 에릭센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축구 경기 도중 선수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 의료진이 그제야 누가 무엇을 할지 논의해서는 안 된다. 경기 전에 역할과 동선, 이송 병원까지 모두 정해 놓고 반복해서 훈련해야 한다는 게 국제축구계가 강조하는 응급 의료 대응 원칙이다.

구르차란 싱 아시아축구연맹(AFC) 의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2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가 개최한 스포츠 의학 세미나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장 응급대응계획(Emergency Action Plan·EAP)을 소개하며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싱 위원장은 “응급상황이 발생한 뒤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 전에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모두 정해 놔야 한다”고 말했다.

FIFA는 경기 전 의료진이 응급 상황에 대비하는 ‘Pre-Match Emergency Action Plan’을 운용한다. 경기장 위치와 인근 병원, 병원 연락처, 구급차 호출 방법 등을 미리 확인하고 의료진마다 역할을 나눈다.

싱 위원장은 “누가 팀을 이끌 것인지, 누가 머리와 목을 잡을 것인지, 누가 가슴과 호흡을 확인할 것인지, 누가 장비를 준비할 것인지가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한다”며 “선수가 쓰러졌을 때 그 자리에서 역할을 나누기 시작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식을 잃고 쓰러진 선수에 대해서는 급성 심정지 가능성을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가 반응 없이 쓰러졌다면 심정지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이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싱이 반복해서 강조한 개념은 ‘Medical Set Piece’였다. 축구에서 프리킥과 코너킥 때 선수들이 약속된 움직임을 반복 훈련하는 것처럼 의료진도 응급상황을 하나의 세트피스처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싱 위원장은 “축구 선수들이 세트피스를 훈련하는 것과 같다. 의료진도 각자가 어디에 서고, 무엇을 해야 할지 반복해서 훈련해야 한다”며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생각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훈련한 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역할 분담도 구체적이다. 전체 상황을 지휘하는 리더를 중심으로 머리와 목, 가슴, 골반, 다리 등을 담당하는 인력과 AED, 산소, 응급가방, 들것 등 장비를 맡는 인력을 구분한다. 싱 위원장은 “여러 명이 동시에 달려간다고 좋은 대응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 방해하지 않고 빠르게 선수를 처치하고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르차란 싱 아시아축구연맹(AFC) 의무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은 지난 12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가 개최한 스포츠 의학 세미나에서 토론에 참여해 답변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구르차란 싱 아시아축구연맹(AFC) 의무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은 지난 12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가 개최한 스포츠 의학 세미나에서 토론에 참여해 답변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실제 국제대회에서도 이 같은 응급 대응 훈련은 반복적으로 실시된다. 싱 위원장은 “경기장에서 의료진이 여러 차례 훈련한다. 월드컵을 앞두고도 많은 시뮬레이션을 한다”며 “한 팀이 함께 움직이면서 실제 상황처럼 반복해서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만명의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에서도 의료진이 집중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경기장에는 많은 관중이 있고 응급상황이 벌어지면 주변이 매우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그럴 때일수록 의료진은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경기장에서 반복해서 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 위원장이 강조한 것은 ‘즉흥적인 판단’이 아니라 ‘준비된 대응’이었다. 그는 “응급상황에서는 시간이 중요하다”며 “누가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하고 반복해서 훈련해 놓으면 실제 상황에서도 하나의 팀처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팀 닥터 등 스포츠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무조건 겸손해야한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모든 일을 행하고 지도자 등 팀 관계자들과 소통해야만 임무를 완만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