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앞둔 타이완 야구 대표팀, 한국의 반면교사인 이유 [경기장의 안과 밖]
2023년 10월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과 경기 중인 타이완 야구 대표팀. Ⓒ연합뉴스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9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5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최대 라이벌은 타이완(대만). 9월21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표팀이 맞이할 상대이기도 하다. 일본은 홈...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9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5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최대 라이벌은 타이완(대만). 9월21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표팀이 맞이할 상대이기도 하다. 일본은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있지만 ‘일본 프로야구(NPB) 드래프트에 참가할 의사가 없는’ 사회인 선수로만 대표팀을 구성해 객관적 전력이 떨어진다. 지난 항저우 대회 때 한국은 타이완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예선에선 패했다. 타이완 야구에는 ‘한국을 꼭 이기고 싶다(好想贏韓國)’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한국을 꺾었지만 2라운드 출전권은 한국에 내준 뼈아픈 기억도 있다. 그런데 그 타이완 대표팀이 삐걱대고 있다.
타이완 행정원 산하 부처인 운동부가 7월14일 발표한 아시안게임 24명 로스터는 해외파 8명, CPBL(타이완 프로야구리그) 5명, 사회인 11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항저우 대회 때는 9:8:7 비율이었다. 해외파와 CPBL 소속 선수가 줄고, 사회인 야구는 늘었다. 해외파 8명 가운데 7명이 투수라는 게 타이완의 최대 강점이다. 한국이나 일본 대표팀에는 외국 프로야구 소속 선수가 없다.
면면은 화려하다. 항저우 대회 결승전 선발투수였던 린위민(애리조나 AAA)이 다시 왼손 에이스 역할을 맡는다. ‘넘버 투’ 왼손은 KBO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왕옌청이다. 올해 아시아 쿼터로 한화에 입단했지만 모든 외국인 투수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활약을 하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CPBL을 평정하고 NPB에 진출한 구린루이양과 쉬뤄시가 포진한다. 니혼햄 소속인 구린루이양은 2년 차인 올해 3월 시범경기에서 시속 160㎞를 던졌다. 쉬뤄시는 지난해 12월 소프트뱅크가 3년 15억 엔(약 130억원)이라는 거액 계약을 안긴 ‘골든 루키’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조지마 겐지 구단 이사는 그의 영입을 두고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극찬했다.
구린루이양과 같은 니혼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우완 쑨이레이는 타이완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NPB에 입단했다. 2년 차인 지난해 1군에 데뷔했고 올해는 12경기(선발 2회)에서 평균자책점 2.70으로 호투 중이다. 지난해 포심 평균 구속이 시속 148.8㎞였지만 올해는 시속 153.9㎞로 크게 향상됐다. 좡천중아오와 판원후이는 미국파 우완이다. 애슬레틱스 소속 좡천중아오는 린위민, 구린루이양, 쉬뤄시와 함께 3월 WBC 대표로 뛰었다. 올해 처음으로 AAA로 승격했다. 2023년 필라델피아에 입단한 판원후이는 올해 A, A+를 거쳐 AA까지 올라왔다. 미국에선 시속 99마일(159.3㎞)까지 던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린위민은 올해 강속구가 사라졌다. 8월23일 마이너리그 등판에서 포심 평균 구속은 시속 145.9㎞에 그쳤다. 올해 투구 폼을 바꾼 게 구위 저하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까지는 소속 팀 애리조나에서 뛰어난 유망주로 꼽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린위민과 함께 타이완 대표팀에서 두 명뿐인 AAA 리거인 좡천중아오는 올해 5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7월29일 등판에서 포심 평균 구속은 시속 142.4㎞. 3월 WBC 체코전에선 평균 시속 149.0㎞였다. 두 투수 모두 올해 성적이 좋지 않다.
구린루이양은 지난해 NPB 데뷔 뒤 세 번째 경기에서 9이닝 2피안타 완봉승을 해냈다. 하지만 두 번이나 복사근 부상을 당해 1군 32와 3분의 1이닝 투구에 그쳤다. 올해는 12이닝 10실점이 1군 성적의 전부다. 2군에서도 평균자책점 4.62로 고전 중이다. 쉬뤄시는 올해 1군 6경기에서 네 번 6이닝 이상 2실점 이하로 호투했다. 그런데 6월 말 요통 증세를 겪고 7월 추간판 적출 수술을 받았다. 8월 말에야 불펜 피칭을 재개해 대표팀 합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타이완 대표팀은 소프트뱅크 육성 선수 신분이던(8월21일 정식 선수 등록) 장쥔웨이를 대체 선수로 발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소프트뱅크 구단과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그래서 쉬뤄시가 아직 로스터에 남아 있다.
결국 해외파 투수 7명 중 7월 로스터 발표 당시 정상 컨디션이었던 투수는 세 명만 남는다. 이 가운데 판원후이와 쑨이레이는 본업이 구원투수다. 선발투수는 한국 대표팀이 익숙한 왕옌청뿐이다. 왕옌청도 8월 하순 폐렴 증세를 겪었다.
타이완 타선의 핵은 팀 내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내야수 정쭝저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해 올해는 보스턴에서 14경기에 출장했다. 문제는 그의 대표팀 승선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메이저리그 선수의 시즌 중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고 있다. 타이완 대표팀은 “선발 당시 정쭝저는 40인 로스터 선수가 아니었다. 부상 외 이유로는 차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합의가 3자 사이에 있다”는 입장이지만 불발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정쭝저뿐만이 아니다. 소속 팀으로부터 대회 출전 승인을 받은 해외파 선수는 왕옌청과 판원후이 두 명에 불과하다. 부상 문제가 없더라도 팀 내 입지가 약하거나, 갓 인정을 받기 시작한 선수라면 시즌 중 대표팀 차출은 부담스럽다. 타이완은 독특한 병역특례제도를 운영한다. 국제대회 성과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선수는 5년 동안 국가대표 소집에 응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이번 대표팀 해외파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타이완 야구팬 사이에서도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정쭝저의 합류가 무산되면 타이완 대표팀 선발 야수 아홉 자리 중 네 자리는 사회인 선수가 맡아야 한다. 해외파 4명과 CPBL 선수 6명이 포진한 지난 항저우 대회 타선보다 크게 약화됐다. 이번 대회 CPBL 소속 야수 5명 중 포수 장샹은 소속 팀 퉁이에서도 주전이 아니다. 내야수 류지훙과 황웨이성은 수비가 좋지만 타격은 리그 평균 이하다. 외야수 두 명은 타격이 좋지만 불안 요소가 있다. 천천웨이는 올해 WBC 대표였지만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 주자언은 2020년 1군에 데뷔했지만 올해가 첫 주전 시즌이다. 성인 대표팀 경력도 이번이 처음이다.
왜 이런 혼란이 빚어졌을까.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아마추어를 관장하는 타이완 봉구협회가 운영한다. 협회는 당초 이번 아시안게임을 사회인과 대학 선수 위주로 치른다는 구상이었다. 여기에 정규 시즌이 진행 중인 CPBL 6개 구단에서 선수 1명씩을 받기로 했고, 합류가 가능한 해외파를 추가할 예정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비슷한 구성이다. 당시 타이완은 CPBL 5명, 사회인 17명으로 대표팀 로스터를 짰다. 거의 WBC급 대표팀을 구성한 지난 항저우 대회는 다름 아닌 중국 본토에서 열리는 특수성이 있었다. 이런 구상 아래 지난해 3월 탕덩카이 감독을 일찌감치 선임했고, 그해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를 리허설 삼아 차근차근 전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올해 6월11일 한국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타이완 대표팀 감독은 타이완 언론 TSNA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팀의 전력이 강하다.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밀릴 수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해외파를 투수 위주로 대거 영입하기로 방침을 선회했다는 설명이다. 원래 7월1일로 예정된 타이완 대표팀 명단 발표가 2주 미뤄진 배경이기도 했다.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CPBL 구단과 협의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목표했던 자국 프로선수 6명이 5명으로 줄어들었다. 퉁이 소속 선수 두 명이 포함돼 ‘구단당 1명’이라는 원칙도 깨졌다. 2개 구단에선 대표선수가 뽑히지 않아 나머지 4개 구단의 반발을 샀다. 푸방 주전 포수 다이페이펑과 타이강 주전 유격수 청쯔유는 협회가 차출을 희망했지만 소속 구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프로를 관장하는 CPBL과의 조율은 없었다. 7월14일 명단 발표 뒤 차이치창 CPBL 회장이 “기사를 보고 소집 사실을 알았다”라며 유감을 표명할 정도였다.
타이완 대표팀 구성을 둘러싼 난맥상이 워낙 이례적이다 보니 여러 해석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구중량 봉구협회 전 회장이 치적을 위해 무리한 선수 선발을 강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타이완 금융계의 거물인 구 회장은 경제범죄 세 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출국금지 상태에서도 협회 회장 업무를 이유로 검찰 허가를 얻어 해외 출장을 다니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8월 회장 선거에서 측근이 당선된 뒤 명예회장으로 추대됐고, 여전히 타이완과 국제 야구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202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회장 선거 출마도 노린다.
야구공은 둥글고, 이변은 스포츠에서 상수다. 타이완이 지금 대표팀으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이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 변화로 장기 계획이 좌초되고 혼란으로 이어진 건 한국 야구 행정에도 반면교사가 된다.
최민규(한국야구학회 이사) [email protected]
출처: 시사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