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 '인생역전' 아이콘의 영화 같은 작별인사 "13년 원클럽맨으로 떠나고 싶었다" [인터뷰]

커리어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 '인생역전' 아이콘의 영화 같은 작별인사 "13년 원클럽맨으로 떠나고 싶었다" [인터뷰]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2회초 무사 1루 KT 문상철이 선제 2점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email protected]/2024.10.05/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1차전, 3회말 KT 문상철이 솔로홈런을 치고 홈린하고 있다....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2회초 무사 1루 KT 문상철이 선제 2점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0.05/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2회초 무사 1루 KT 문상철이 선제 2점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email protected]/2024.10.05/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1차전, 3회말 KT 문상철이 솔로홈런을 치고 홈린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0.30/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1차전, 3회말 KT 문상철이 솔로홈런을 치고 홈린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email protected]/2023.10.30/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말 KT 문상철이 솔로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09/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말 KT 문상철이 솔로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email protected]/2024.10.09/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다른 팀은 생각해본적 없다. 창단멤버로 시작했으니, 원클럽맨으로 떠나고 싶었다."

2군에서만 594경기 2419타석을 뛰었다. 서른을 넘기고도 1군 무대를 향한 꿈을 버리지 않은 보람이 있었다.

밝게 빛났고, 멋지게 작별했다. 문상철(35)은 2026시즌을 끝으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KT는 최근 선수단 정리에 나섰다. 문상철은 선수 생활 연장 대신 은퇴를 택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더불어 후련함이 묻어있었다.

지난 12일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KT가 3-1로 앞선 9회초 1사에 등장한 문상철은 삼성 마무리투수 김재윤의 2구째 143㎞ 직구를 통타,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 홈런을 쏘아올렸다.

1군 통산 49호 홈런. 2014년 KT 입단 이래 13년간 원클럽맨 생활을 마무리짓는 강렬한 한방이었다.

문상철은 스포츠조선에 "은퇴를 결심한 건 9월말~10월초 쯤이다. 은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하고, 구단에서 마지막으로 1군 기회를 주셨는데, 마침 홈런이 나와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현역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올린 문상철. 사진제공=KT 위즈
현역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올린 문상철. 사진제공=KT 위즈
현역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올린 문상철. 사진제공=KT 위즈
현역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올린 문상철. 사진제공=KT 위즈

KT는 거포가 귀한 팀이다. 시즌 막판 힐리어드가 대폭발하면서 홈런 꼴찌 신세는 벗어났지만, 그래도 홈런 최하위 롯데(113개)와 별 차이 나지 않는 7위(121개)다. 힐리어드 혼자 44개를 쳤고, 그외에 두자릿수를 친 선수는 안현민 김현수(14개) 장성우(12개)가 전부다.

그래서 이강철 KT 감독은 시즌 중에도 종종 문상철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올시즌 2군 성적(타율 2할2리, OPS 0.592)이 워낙 부진해 기회를 주기가 어려웠다. 은퇴 결심을 들었을 땐 마침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된 뒤였고, 이강철 감독의 배려에 문상철은 멋진 홈런으로 답했다.

2023년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1차전에선 리그를 지배하던 에릭 페디 상대로. 3차전에선 김영규 상대로 각각 홈런을 쏘아올리며 KT의 창단 2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9회초 결승타로 데일리 MVP를 받았다.

이듬해인 2024년이 생애 최고의 해였다. 33세의 나이에 1군에서 17홈런, OPS 0.786을 기록하며 KT의 중심타자로 화려하게 빛났다. 이해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팀은 졌지만, 문상철은 디트릭 엔스(당시 LG)를 상대로 홈런 2개를 쏘아올리며 불방망이를 뽐냈다.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PO 5차전 NC와 KT의 경기, 5회말 1사 2루 KT 문상철이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05/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PO 5차전 NC와 KT의 경기, 5회말 1사 2루 KT 문상철이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email protected]/2023.11.05/

2군에서 고생하는 야구선수 동료들을 향해 "내가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좋겠다"는 눈물겨운 조언을 던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같은해 오랜 2군 생활을 딛고 22홈런을 쏘아올린 삼성 이성규가 "문상철 선수를 보며 나도 힘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구선수가 2군에서 서른을 채우면 이제 미래도 걱정되고, 어린 선수들은 계속 들어오고,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육체보다 정신이 더 힘들다. 반대로 생각해야한다. 그래도 뭔가 보여준 게 있고, 구단이 인정하니까 방출되지 않고 2군에서 살아남은 거다. 그런 선수들이 포기하지 말고, 1군 무대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문상철은 퓨처스 통산 경기수(7위) 타석수(4위)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현역 선수중엔 각각 3위, 2위다. 오랜 고치 생활을 겪고 활짝 피어난 나비. 한국 프로야구에서 보기드문 케이스다.

기세를 길게 이어가진 못했다. 2025년 부진에 빠졌고, 올시즌 1군 출전은 6경기 8타석이 전부다.

"돌아보면 좋았던 순간도 많고, 아쉬움도 남는다. 그 아쉬움이 좀더 짧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 아닐까."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KT 문상철이 타격을 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09/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KT 문상철이 타격을 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email protected]/2024.10.09/

아내 이소정씨는 오랫동안 문상철을 지켜봐온 반려자답게 '당신이 결정할 일'이라며 한발 물러섰다고. 아직 은퇴 이후의 행보는 미정이다. 문상철은 "당분간 딸(올해 6월생)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며 웃었다.

문상철의 은퇴로 이제 KT 창단 멤버는 고영표, 김민혁 2명만 남게 됐다. 문상철은 "나는 지금 그만두지만, 영표와 민혁이는 내 몫까지 오래오래 KT에서 뛰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강철 감독님과 선수생활 대부분을 함께 했는데, 절 믿어주시고 마지막까지 신경써주신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이 정말 크다. 기대해주신 만큼 더 잘하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팬들의 기억에 원클럽맨으로 남고 싶었다. KT가 신생팀, 약팀일 때, 그 열악한 시절부터 응원해준 팬들이 있는데, 올해는 100만 관중도 달성했고, 응원소리도 엄청 커졌더라. 그 KT의 창단 멤버라는 점에 자부심이 있다. 힘든 시간들을 함께 해온 팬들께 감사드린다."

사진제공=KT 위즈
사진제공=KT 위즈

출처: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