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청춘의 움켜쥔 시간…손가락 마디마다 새겨진 ‘책임’[렌즈로 본 세상]

스물넷 청춘의 움켜쥔 시간…손가락 마디마다 새겨진 ‘책임’[렌즈로 본 세상]

검은 배경 위에 두 손을 펼쳐놓았습니다. 손가락 마디마다 굵은 매듭이 맺혀 있고, 바짝 깎은 손톱 끝은 군데군데 갈라져 있습니다. 상대의 도복 깃을 움켜쥐고 끝내 놓지 않으려 버텨온 시간이 그대로 굳은 흔적입니다. 수줍게 미소 짓는 스물넷 청춘의 손이라기엔 낯설 만큼 단단합니다.이 손의 주인은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

검은 배경 위에 두 손을 펼쳐놓았습니다. 손가락 마디마다 굵은 매듭이 맺혀 있고, 바짝 깎은 손톱 끝은 군데군데 갈라져 있습니다. 상대의 도복 깃을 움켜쥐고 끝내 놓지 않으려 버텨온 시간이 그대로 굳은 흔적입니다. 수줍게 미소 짓는 스물넷 청춘의 손이라기엔 낯설 만큼 단단합니다.

이 손의 주인은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금메달리스트 허미미 선수입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입니다. 한국 대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유언을 따라 태극마크를 택했습니다. ‘애국가’는 가사의 뜻을 하나하나 새겨 가며 외웠고, 국가대표의 의미를 묻는 말에는 ‘책임감’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일본 땅에서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올렸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몇몇 금메달은 축하보다 병역 혜택을 둘러싼 셈법으로 먼저 이야기됐습니다. 같은 빛깔의 메달이 어떤 이에겐 책임이 되고, 어떤 이에겐 혜택이 되는 걸까요. 그 물음 앞에서 이 두 손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거듭 갈라지고 굳은 마디마다, 그가 말한 ‘국가대표의 책임’이 새겨져 있는 듯합니다.

출처: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