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지현호'의 반등, 여기에 달렸다

한화 '류지현호'의 반등, 여기에 달렸다

김경문 감독 체제를 마감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27시즌 류지현 감독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한화 구단은 지난 13일 "제15대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계약 규모는 3년 총액 20억 원으로 알려졌다. 또한 손혁 전 단장의 후임으로는 석장현 전 경영지원실장이 내정됐다....

김경문 감독 체제를 마감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27시즌 류지현 감독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한화 구단은 지난 13일 "제15대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계약 규모는 3년 총액 20억 원으로 알려졌다. 또한 손혁 전 단장의 후임으로는 석장현 전 경영지원실장이 내정됐다.

류지현 감독은 구단을 통하여 "한화라는 좋은 팀의 감독을 맡겨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면서 "최고의 팬들과 함께 승리를 자양분으로 강팀을 향해 나아가면서 구단의 비전인 명문 구단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류지현 감독은 현역 시절 대한민국 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 중 한 명이자, LG 트윈스의 전성기를 이끈 원클럽맨 출신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데뷔부터 은퇴를 모두 LG와 함께한 '로컬 보이'이자, 은퇴 후에도 코치와 감독까지 역임한 대표적인 'LG맨'이다.

5년 만의 프로감독 귀환

▲ 9월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류지현 감독이 손뼉을 치고 있다. 2026.9.25

ⓒ 연합뉴스

현역 시절 별명이 '꾀돌이'일 만큼 리그 정상급 수비와 야구 센스를 보여주며 데뷔 첫해인 1994년 팀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프로 11시즌 동안 통산 성적은 타율 .280에 64홈런 379타점 719득점의 기록을 남겼다.

LG 사령탑으로서는 2021시즌에 정규시즌 3위, 2022시즌에 정규 시즌 2위로 소속팀을 2년 연속 가을 야구 무대로 이끌었다. 2시즌간 288경기에서 159승 16무 113패, 승률 .585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2025년부터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하며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17년만의 8강 진출,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5연패의 업적을 이뤄냈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류 감독은 5년 만에 프로 감독으로 귀환하게 됐다.

한화는 전임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 3년간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냈다. 2024년 6월 시즌 중 부임한 김경문 감독은 부임 첫 해 8위에 그쳤으나, 2년 차인 2025년 정규 시즌에서 2위에 오르며 19년 만에 한국 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하고 통합 준우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6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 투수진의 붕괴 속에 다시 9위까지 추락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한화 구단은 고심 끝에 올 시즌을 끝으로 3년 계약이 만료된 김경문 감독과 결별을 선택했다.

한화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 중 하나지만, 유독 파란만장한 역사를 보유한 팀이기도 하다. 1986년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로 창단한 이래 초창기에는 꾸준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던 강팀이었던 유독 한국 시리즈에서 번번이 준우승에 그치며 '만년 2인자' 징크스를 겪어야 했다.

20세기의 끝자락이던 1999년에야 한화는 드디어 고대하던 첫 한국 시리즈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지금까지 한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 됐다. 이후 세대교체 실패로 서서히 하락세를 겪던 한화는 2000년대 후반부터 기나긴 슬럼프에 빠지며 '암흑기'를 겪었다.

한화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8년 한용덕 감독 체제에서 3위로 반등하며 오랜만에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았지만, 이듬해인 2019년부터 또다시 5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탈락했다. 암흑기 동안 한화는 꼴찌만 무려 8번이나 차지했고, 프로야구에서 8구단에서 10구단 체제로 변화할 때까지 8, 9, 10위로 꼴찌를 모두 경험해 본 유일한 구단이 됐다.

암흑기가 길어지면서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오명도 생겼다. 한화는 최근 20년간 감독 대행을 포함하여 무려 12명의 감독이 거쳐 갔다. 이 기간 한화에서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고, 경질되거나 자진 사퇴한 감독만 5명에 이른다.

알고 보면 한화만큼 다양한 유형의 감독들을 골고루 기용해 본 구단도 드물다. 한화는 프로 1세대 백전노장급 감독부터, 스타 플레이어나 구단 프랜차이즈 출신, 심지어 외국인 감독까지 그야말로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활용해 봤다. 그만큼 슬럼프가 워낙 길어지면서 구단의 방향성이 자주 변하기 일쑤였고, 모기업에서 구단 프런트의 의중과 별개로 사령탑을 낙점하는 탑다운 방식의 감독 선임이 잦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손꼽히는 역대 감독 최다승 1-4위 사령탑이 모두 거쳐 간 유일무이한 팀이기도 하다. 김인식(2005-2009), 김응용(2013-2014), 김성근(2014-2017), 김경문(2023-2025) 감독까지 '4김'이 모두 한화 지휘봉을 잡은 경력이 있다.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은 모두 이전 소속팀에서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이끈 경력이 있고,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 우승 사령탑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한화에서는 우승에 실패했고, 사실상 프로 지도자 경력의 마지막 은퇴 무대가 되었다는 공통 징크스가 있다.

한화는 2020년대 초반까지는 '리빌딩과 세대교체'로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고, 2025년 드디어 오랜만에 가을 야구와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뤄내며 마침내 암흑기를 탈출하는 듯했다. 하지만 끝내 우승의 한을 풀지는 못했고, 2026시즌에는 기대가 무색하게 오히려 성적이 몰락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퇴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 이글스의 다음 화두

이제 한화 구단의 다음 화두는, '21세기 첫 한국 시리즈 우승'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서의 안착 여부다. 한화는 1999년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 시리즈 우승 이후 올해까지 무려 27년째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는 롯데 자이언츠(34년, 1992년 마지막 우승)에 이어 리그에서 2번째로 긴 한국시리즈 무관 기록이다.

비록 올해 성적은 9위에 그쳤지만 한화의 전력은 충분히 5강 이상을 노릴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백호, 문현빈, 노시환 등 이제 본격적인 전성기에 접어든 주전 선수들이 건재하고 허인서, 문동주, 정우주, 김서현, 황준서, 오재원 등 앞으로 더 성장이 기대되는 뛰어난 유망주들도 많다. 류현진, 채은성 등 팀 분위기를 잡아줄 만한 베테랑들의 기량도 아직 노쇠하지 않았다.

한화가 코치진의 내부 승격이나 초보 감독 선임 같은 모험 대신, 류지현 전 국가대표팀 감독처럼 구단과 별 연고가 없던 외부인을 낙점한 것은, 검증된 사령탑을 통하여 기존의 '윈 나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류 감독은 프로와 국가 대표팀에서 20여 년간 꾸준히 코치와 감독으로 활동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이 최대 강점이다. LG 감독 시절에도 투수 운용과 장기 레이스 운영 능력에서는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다만 한국 시리즈 우승에는 이르지 못했다. LG에서는 단기전에 약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재계약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국가 대표팀을 통하여 WBC 8강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이뤄내며 어느 정도 재평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다음 시즌 한화 '류지현호'가 반등하기 위한 최대 관건은 투수력 재건이다. 한화의 202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라는 뛰어난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의 존재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불펜진의 전력 누수로 마운드가 붕괴됐다. 2025년 3.55로 평균 자책점 1위를 기록했던 한화 마운드는, 1년 만에 5.26으로 9위까지 추락했다.

몇 년간 'FA시장의 큰 손'이었던 한화가 류지현 감독 체제에서 다시 한번 우승 도전을 위하여 과감하게 지갑을 개방할지도 관심사다. 한화는 김경문 감독 시절 내야수 심우준(4년 총액 50억 원), 투수 엄상백(4년 총액 78억 원), 강백호(4년 총액 100억 원)를 잇달아 FA로 영입했고 간판 스타 노시환과도 11년 307억의 초대형 비다년 FA계약까지 체결하며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단 한화는 올 시즌 1선발 역할을 해줬던 대만 출신 아시아쿼터 왕옌청과 다음 시즌 1년 총액 3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20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류지현 감독에게 첫 부임 선물을 안겼다. 하지만 대표적인 취약 포지션인 불펜과 중견수 자원은 스토브리그에서 확실한 보강이 아직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FA 시장에서는 김호령(KIA), 최지훈(SSG) 등의 외야수 자원이 나오고, 투수진에는 박치국(두산), 한승혁(KT), 문승원(SSG), 내부 FA 박상원 등의 자원이 나온다. 후반기 부진했던 페라자를 대체할 외국인 타자를 중견수 자원으로 영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화가 다음 시즌 반등하기 위해서는 코치진의 경기 운영과 선수 육성 능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구단의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2년을 보낸 한화는 2027년 새로운 류지현 감독 체제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