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잔잔했다" 이민규, 13년 원클럽맨 내려놓고 새 도전
한국전력에 새롭게 합류한 이민규. (한국전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오산=뉴스1) 김도용 기자"너무 잔잔했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13년간 한 팀에서 뛰었던 세터 이민규(34)가 익숙했던 OK저축은행을 떠나 한국전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무릎 부상으로 은퇴까지 고민했던 그는 변화를 통해 배구 인생의...

(오산=뉴스1) 김도용 기자
13년간 한 팀에서 뛰었던 세터 이민규(34)가 익숙했던 OK저축은행을 떠나 한국전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무릎 부상으로 은퇴까지 고민했던 그는 변화를 통해 배구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민규는 12일 경기 오산 한국전력 연습체육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금은 배구 인생에서 하프라인을 넘었다. 너무 잔잔했다. 튀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극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적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대로 끝내기 싫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시즌 실패에 대한 책임도 있다. 변화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민규는 2013년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 창단 당시 신생팀 우선 특별지명을 통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했다. 이후 줄곧 한 팀에서 뛰며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다.
프로 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팀을 떠나는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익숙한 환경에 머물기보다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민규의 프로 생활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어깨와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특히 2021-22시즌부터 2024-25시즌까지는 오른쪽 무릎 부상과 부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무릎 통증이 심했을 때는 화장실에 앉는 것조차 어려워 은퇴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힘겨운 재활 끝에 다시 코트에 선 이민규는 오히려 배구의 즐거움을 되찾았다. 결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하루하루 훈련에 집중하면서 몸 상태와 경기력도 조금씩 회복됐다.
이민규는 "20대처럼 몸이 짱짱하지 않아도 운동하는 것이 재밌었다. 부담을 내려놓고 배구를 하니 오히려 잘됐다"며 "감각과 순간 판단력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반복 훈련을 통해 조금씩 나아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두 시즌을 건강하게 풀타임으로 소화해야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에서 석진욱 감독과 재회한 것도 새로운 출발에 힘을 더했다.
과거 OK저축은행에서 함께했던 석 감독은 이민규의 장단점을 잘 아는 지도자다. 이번에는 석 감독이 먼저 영입 의사를 전했고, 두 사람은 다시 지도자와 선수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석 감독은 이민규에게 주장까지 맡기며 신뢰를 보였다. 이민규는 감독의 지도 철학을 선수단에 전달하고 베테랑들과 함께 팀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이민규는 "감독님 스타일을 잘 아니까 내가 그 스타일을 잘 전달해 주길 바라시는 것 같다"면서 "내가 앞에서 끌고 가기보다는 (신)영석이 형, (서)재덕이 형 등 고참들과 함께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배구에 대해 정립된 기준을 갖고 준비하시는 느낌"이라며 "과거에는 한 번씩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는데, 지금은 확실한 기준을 갖고 훈련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장을 맡았다고 해서 주전 세터 자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석 감독이 주전 세터 경쟁을 예고한 만큼 이민규는 기존 하승우와 경쟁하며 경기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민규는 "연습경기에서 세터를 자주 교체했는데 효과가 좋았다"며 "경기력을 보여드리는 것은 물론 성장해야 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내 몫"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팀에서 달게 된 등번호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민규는 OK저축은행에서 사용했던 6번 대신 동생 이민욱이 한국전력에서 달았던 2번을 선택했다. 팀을 옮기면서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던 데다 동생이 사용했던 번호라는 의미도 담았다.
그는 "승우가 6번을 쓰고 있어 뺏고 싶지 않았다. 동생이 마지막으로 달았던 번호가 2번이라 선택했다"며 "동생이 '2번이 부끄럽지 않도록 똑바로 하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민규의 합류를 반기는 동료들의 기대도 크다.
한국전력에서 2011년부터 활약한 서재덕은 과거 국가대표팀에서 이민규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서재덕은 "민규는 선수들도, 프런트도 원한 선수"라며 "우리는 단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에 가지 못했는데, 우승을 경험한 민규가 합류한 만큼 함께 챔피언결정전에 가고 싶다. 민규가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화를 택한 이민규는 이제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배구를 다시 펼쳐 보이려 한다. 부상을 딛고 돌아온 세터이자 주장으로서 경쟁과 책임을 동시에 마주한 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출처: 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