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갈등 폭발, 이대로는 안된다]④'알고도 모른척' 어른이 실종된 축구판, 갈등에 침묵하고 유튜브에서 살길 찾는 '잘난' 축구인들

[한국 축구 갈등 폭발, 이대로는 안된다]④'알고도 모른척' 어른이 실종된 축구판, 갈등에 침묵하고 유튜브에서 살길 찾는 '잘난' 축구인들

6일 오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우즈베키스탄의 친선경기. 한국이 2대0으로 승리했다. 김민재가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돌며 인사하고 있다. 용인=정재근 기자 [email protected]/2026.10.6/[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중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내가 맞혔다. 내가 뭐랬어'...

6일 오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우즈베키스탄의 친선경기. 한국이 2대0으로 승리했다. 김민재가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돌며 인사하고 있다. 용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6.10.6/
6일 오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우즈베키스탄의 친선경기. 한국이 2대0으로 승리했다. 김민재가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돌며 인사하고 있다. 용인=정재근 기자 [email protected]/2026.10.6/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중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내가 맞혔다. 내가 뭐랬어'라고 하며 깔깔댄다. 반대의 결과엔 '저 XX가 한국 축구를 망쳤다'라고 욕한다. 기준은 없다. 의리도 없다. 대세와 여론만 따를 뿐이다. 한때 '축구밥'을 먹고 살았던, 잘난 일부 축구인들의 행태다.

한국 축구는 위기다. 비단 2026년 북중미월드컵 실패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베네수엘라전(0대0 무)을 마치고 한 폭탄 발언 중엔 "수년째 계속되는 문제"라는 대목이 나온다. 대표팀 내부는 고름이 가득 찬 상태였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 듯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그게 이번 4연전을 통해 '펑' 터진 셈이다. 선수들은 가슴에 담아두고 끙끙 앓고 있던 말을 내뱉기 시작했고, 눈물을 쏟았다. 자연스러운 감정 배출이다.

2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평가전. 교체 아웃된 김민재가 모레노 감독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울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10.02/
2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평가전. 교체 아웃된 김민재가 모레노 감독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울산=허상욱 기자[email protected]/2026.10.02/

선수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마음을 헤아려 한국 축구를 건강하게 바꾸기 위해 진정한 노력을 해야 하는 건 소위 '선배'들이다. 선배란 지위, 나이, 덕행, 경험이 자기보다 앞선 사람을 일컫는다. 한국 사회에선 흔히 '어른'이라고도 표현한다. 이 어른들이 수년째 지속된 대표팀 내부 갈등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선배의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모르는 척했다면 더 큰 문제다. 유튜브, 예능에 출연해 과거 비화를 쏟아내고, '예능인' '유명 유튜버'로 명성을 쌓을 때, 그라운드를 누비는 후배들은 갈등의 덫에 갇혀 허우적댔다. 미드필더 황인범(포르투)은 "선수를 도울 분이 안 계신다"라고 울먹이며 꼬집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항서 축구협회 부회장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30/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항서 축구협회 부회장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email protected]/2026.06.30/

지난 월드컵에서 대표팀 선수지원단장을 맡은 '큰 어른' 박항서 칸차나부리 감독의 '도움'도 미미했다. 박 전 단장은 월드컵 직후에 한 인터뷰에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단장인 자신에게 "정식으로 보고를 하지 않아" 뒤늦게 인지했고, 협회 관계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며 불과 몇 주 전까지 동고동락한 '옛 식구'를 공개 저격했다. 반면 손흥민 이재성이 중심이 된 92라인과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의 96라인이 인터뷰 보이콧 건을 두고 견해차를 보이며 갈등을 빚은 일에 대해선 함구했다. 대신 "손흥민 이재성의 발언에 공감이 갔다"고 특정 선수들의 실명을 써가며 두둔하는 듯 말했다. '선수단장'이 봉합하지 못한 선수단 갈등은 결국 월드컵 대참사로 이어졌다. 박 감독은 이에 남아공전 직후 고개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정작 속내를 털어낸 인터뷰에선 "모든 책임은 감독과 협회에 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입국한 축구 대표팀 모레노 임시 감독 (영종도=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6.9.13
입국한 축구 대표팀 모레노 임시 감독 (영종도=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6.9.13

월드컵 후 새 사령탑 선임 작업에 돌입한 축구협회는 유명 축구스타들에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합류를 제안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누구도 직접 나서려고 하지 않고, 훈수만 두려고 하는 게 대한민국 축구판의 현실이다. 3년 전 일본 매체 '넙버웹'은 "한국은 지도자층이 얇다. 2002년 월드컵 세대들은 지도자로 성장하지 못하고 유튜버를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뼈를 때리는 지적이었다. 이번 4연전을 통해 '그들'의 타깃은 로베르트 모레노 대표팀 임시 감독에게로 옮겨간 모양새다. 여전히 비판 대상에 선수는 없다. '조회수' 때문이 아닐까.

출처: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