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이강인'도 무혈입성은 없다, '모레노호 4-4-2' 이름값보다 역할에 맞는 기용 필요할 때 [모레노호 1기결산]
손흥민. 서형권 기자손흥민, 이강인의 이름도 방탄조끼가 될 수 없다. 새 전술을 도입한 만큼 이름값보다 역할에 맞는 선수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핵심 선수 역시 예외가 아니다. 팀에 누가 더 잘 어울리는지를 봐야 한다.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9·10월 통합 A매치 일정을 마무리했다. 에...

손흥민, 이강인의 이름도 방탄조끼가 될 수 없다. 새 전술을 도입한 만큼 이름값보다 역할에 맞는 선수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핵심 선수 역시 예외가 아니다. 팀에 누가 더 잘 어울리는지를 봐야 한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9·10월 통합 A매치 일정을 마무리했다. 에콰도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과 4연전에서 최종 성적은 2승 1무 1패다.

이번 4연전은 모레노호 입장에서 '실험 및 평가'가 필요한 시간이었다. 모레노 감독은 명단 발표 때 새로 도입할 4-4-2 시스템 내 적합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를 바탕으로 스쿼드를 구상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그 선수가 위 시스템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실전 검증이 필요했다. 때문에 모레노 감독은 4연전에서 기존 핵심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론과 실전 사이 적합도를 판단하고자 한 모양새였다. 자연스럽게 선발 명단은 파격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부임 이전부터 대표팀의 중심이었던 손흥민, 이강인 등을 기존 역할에 가깝게 배치하며 적합도를 확인했다.
문제는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바뀐 것이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수들이 맡아야 하는 역할과 요구되는 움직임 자체가 달라진다. 그렇다 보니 기존 대표팀에서 맡아온 포지션을 기준으로 배치된 주축 선수들은 4-4-2 내에서 이따금 삐그덕대는 모습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축 선수들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세대교체나 개인 기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꼭 선수의 능력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
누가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어울리느냐의 문제다. 4경기 중 이 논리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경기는 마지막 우즈베키스탄전이다. 앞선 3경기 동안 손흥민-오현규 투톱, 이강인 오른쪽 윙, 이재성 중앙 미드필더 등 비교적 고정된 조합을 활용했는데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전은 달랐다. 선발부터 손흥민과 오세훈 투톱으로 바꿨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는 이강인과 이재성을 각각 송민규와 황인범으로 교체했다.

한 경기만으로 일반화할 수 없지만, 이날 후반 조합은 4-4-2에서 어떤 역할과 조합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손흥민-오세훈 투톱은 두 선수 간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 호흡 측면에서 더 나았다. 오세훈이 경합과 포스트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끌어내고 공간을 만들면, 손흥민이 그 주변과 뒷공간을 활발하게 움직였다. 4경기 중 손흥민의 움직임이 가장 자연스럽고 날카로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오현규의 기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각 선수에게 잘 어울리는 조합과 역할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강인과 송민규의 차이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강인은 좁은 공간에서 공을 소유하고 패스와 킥으로 공격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강점이 있다. 반면 4-4-2의 측면 미드필더에게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 전환, 넓은 지역을 오가는 활동량, 전방 침투 등 다양한 역할이 요구된다. 우즈베키스탄전 후반 송민규가 보여준 적극적인 움직임은 이런 측면에서 현재 대표팀의 전형이 요구하는 역할과 맞아떨어지는 장면이었다. 전술 수행 능력만 본다면 4-4-2 대형의 측면 미드필더 역할은 이강인보다 송민규가 더 잘 어울렸다고 볼 수 있다. 이재성과 황인범의 차이도 같은 맥락이다.

어느 선수의 실력이 더 좋다는 말이 아니다. 4-4-2 전형 내 특정 포지션에서 어떤 선수가 더 어울리고 좋은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느냐다. 비교군이 된 이강인, 이재성도 여타 포지션 및 역할을 맡으면 더 나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이처럼 안 맞는 옷이면 역할을 바꾸거나 더 어울리는 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할 필요가 있다. 이름값으로 억지 포지션을 끼워 맞추는 건 오히려 부조화만 일으킨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공존을 위해 안 맞는 역할에 억지로 욱여넣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의 경우 20대 전성기 시절에 비해 역동성은 다소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문전에서 결정력만큼은 여전히 믿을 수 있다. 똑같은 골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오현규보다 손흥민 대신 활동량과 경합을 펼칠 수 있는 오세훈 같은 타깃형 스트라이커와 호흡이 더 낫다.
이강인은 빠른 공격 템포보다 지공에서 강점이 있는 공격 자원이다. 공수 쉬지 않고 스프린트해야 하는 4-4-2 전형의 측면 위치에서는 본연의 강점이 발휘되기 어렵다. 이강인 템포에 맞춰 전반적인 공격 전술을 수정할 게 아니라면 이강인이 더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새 포지션 혹은 같은 포지션 내 다른 역할 등을 찾아야 한다. 중앙에서 지공을 조율하거나 공격 시 안쪽으로 들어오는 역할 등 수정이 필요하다. 만약 맞는 역할이 없다면 더 잘 맞는 다른 선수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모레노 감독은 그동안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철학에 맞는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해 왔다. 손흥민과 이강인 역시 그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름값 때문에 무조건 선발 명단에 넣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어떤 역할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름값이 아니라 역할,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조합을 봐야 한다.
4경기를 치른 만큼 모레노 감독도 이제 선수 개개인의 특성과 조합에 대한 판단을 어느 정도 마쳤을 것이다. 9·10월이 기존 선수들을 새로운 4-4-2에 맞춰보는 과정이었다면, 11월부터는 어떤 역할을 우선순위에 두고 어떤 선수를 선택할지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그래서 11월 명단이 기대된다. 이제는 이름값보다 어울림을 볼 시간이다.
출처: 풋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