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도, 인생도 여기 다 있었다”…LG·두산 단장·레전드가 말하는 ‘나의 잠실’
두산 베어스와 엘지(LG) 트윈스 선수들이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KBO리그 경기에 앞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문을 닫는 야구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야구장은 서울시의 ‘잠실 스포츠·MICE(기업 회의·관광·컨벤션·전시)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 사업\'에 따라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연합뉴스...

잠실야구장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40여 년 역사의 잠실야구장은 철거 수순을 밟는다. 7일에는 잠실을 ‘한 지붕 두 가족’으로 함께 써온 엘지(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2026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열렸다. 두 팀은 2013년부터 경기가 끝난 뒤 진 팀은 내부 통로로, 이긴 팀은 그라운드를 통해 이동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정겨운 풍경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잠실야구장에서 엘지는 3루측, 두산은 1루측에 라커룸과 구단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래서 엘지는 홈경기 때마다 바로 앞 3루가 아닌 1루 더그아웃을 쓰는 불편함을 감수해 왔다. 이에 대해 차명석 엘지 단장은 “잠실야구장 3루 관중석은 오후에 햇볕이 강하게 들어 더운데, 선대 회장님께서 ‘우리가 불편하더라도 홈 경기 때는 팬들이 편하게 야구를 보실 수 있도록 1루를 쓰라’고 지침을 내리셨다. 팬들을 먼저 생각하신 마음이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단장에게 잠실야구장은 35년의 개인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이다. 1992년 엘지 입단 후 은퇴, 투수코치를 거쳐 현재 단장까지 역임하고 있다. 차 단장은 “2001년 11월 팀에서 방출되고, 이듬해 1월 눈 내리는 1루 관중석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제 더 이상 야구를 못 하는 건가’ 싶어 막막했다”면서 “그래도 선수로서 우승(1994년)을 했었고, 단장으로서도 두 번(2023년, 2025년)의 우승을 경험했다. 평생을 함께한 조강지처를 떠나보내는 느낌”이라며 만감이 교차하는 회고를 전했다.
그는 1990년대 에피소드도 전했다. “1992년 프로 데뷔 첫해 성적이 너무 안 좋아 팬들을 피해 우측 펜스 쪽으로 몰래 빠져나가 탄천에 세워둔 버스를 타고 원정을 가기도 했다. 원정을 다녀오면 성난 팬들 때문에 잠실야구장 앞에 세워둔 선수단 차량이 훼손되어 있어 야구장 근처에 CCTV를 여러 대 설치했을 정도였다. 한 코치님 차는 바퀴 4개가 전부 사라져 있던 적도 있었다.”
김태룡 두산 단장에게도 잠실야구장은 각별하다. 김 단장은 1991년 오비(OB) 베어스(현 두산) 매니저로 시작해 2011년부터 현재까지 단장을 맡고 있다. 현재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참관 중인 김 단장은 전화 통화에서 “30대 초반에 팀에 들어와 어느덧 60대 후반이 됐다. 청춘을 통째로 떠나보내는 느낌이라 시즌 중에도 문득문득 울컥했다”며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바람에 땀을 흘리며 일했던 시절, 화가 난 해태(현 KIA) 타이거즈 관중들이 야구장 철문을 부수고 들어왔던 일,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로 많은 동료가 떠나갔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제 살아온 길엔 잠실야구장밖에 없었다. 진짜 내 인생의 전부”라고 고백했다.

엘지의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가 열린 이날, 시구는 엘지의 레전드 박용택 해설위원과 이병규 퓨처스(2군) 감독이 맡아 의미를 더했다. 박 해설위원은 “10대 때는 잠실야구장에서 야구하는 꿈을 꾸며 자랐고,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야구를 하며 즐겁고, 행복하고, 때로는 두렵고 힘들었던 장소였다”며 “어떨 때는 집보다 더 편안했던 곳인데 없어진다고 하니 마음이 묘하다”고 했다. 이병규 퓨처스 감독 역시 “잠실에서 야구하던 시절이 정말 행복했다. 완전히 사라진다는 게 서운하기도 하지만, 미래의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뜻깊다”고 전했다.
그들에게 잠실야구장은 단순한 일터를 넘어, 청춘과 인생이 켜켜이 쌓인 '집'이자 '고향'이었다.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질 정규리그 경기는 단 1경기(12일 롯데-두산전)밖에 없다.
출처: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