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 비판'에 모레노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보완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4-4-2 비판'에 모레노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보완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모레노 감독이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저는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중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16계단 낮은 베네수엘라와 졸전 끝에 무승부를 거둔 한국 축구대...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모레노 감독이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모레노 감독이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저는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중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16계단 낮은 베네수엘라와 졸전 끝에 무승부를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의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새로 지휘봉을 잡아 조금씩 팀을 만들어가는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은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90분 헛심 공방 끝에 0-0으로 비겼다. 슈팅 수에서 7-12로 밀릴 정도로 경기력은 나빴다.

베네수엘라는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다. 베네수엘라의 FIFA 랭킹은 48위다. 한국은 32위다.

3-0 쾌승을 거둔 에콰도르전, 1-4로 완패한 우루과이전에서 사용한 4-4-2 포메이션을 모레노 감독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도 가동했다.

그는 '전술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취재진의 말에 "한 경기 결과가 안 좋다고 건물을 싹 갈아엎는 게 아니라 문을 한 번 다시 보고 창문도 다시 보며 나쁜 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며 조정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을 바꿔 경기력이 갑자기 나아진다면 그런 선택도 감수할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복합적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모레노 감독과의 일문일답.

# 경기 마친 소감은.

"어려운 경기였다. 팬들 앞에 승리를 가져다주고 싶었는데 아쉽다. 새 코치진으로 새 팀에 와서 새로운 컨셉을 적용한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지만, 우루과이전에 비해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많은 기회를 창출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전반에 상대가 기이한 형태로 나왔다. 전방에 6명을, 뒤에 4명을 뒀다. 전반전에는 (우리 전술을) 수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프타임에 수정하면서 후반에 눈에 띌 정도로 나은 경기력 보였지만 승리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 부임 후 세 번째 경기다. 어떤 부분이 나아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앞선 경기에 비해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수비가 나아졌다. 우루과이전에선 상대가 공격으로 전환할 때 우리가 수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어려워했는데, 오늘도 그런 상황이 나오긴 했지만 훨씬 나은 대응을 했다. 그게 우리가 준비한 콘셉트다. 11명이 같이 공격하고 11명이 같이 수비한다는 콘셉트가 잘 유지됐다. 다만 아직 분석이 더 필요하다. 경기가 방금 끝났고 영상 분석을 제대로 해야 한다. 상대가 1대1로 계속 붙으면서 나왔기 때문에 공격하는 입장에서 공간을 찾기가 쉬운 경기만은 아니었다. 지금 세 경기를 하는 동안 훈련을 여섯 번밖에 못 했다. 지금은 변화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손흥민이 계속 고립되고 있고 이강인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손흥민과 관련해서 동의하지 못하겠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자기 역할, 해야 하는 게 뭔지 잘 이해하고 들어갔고 잘 해줬다. 공간이 있을 때마다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 경기 후 김민재가 "수비수가 불쌍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어떤 배경에서 나온 반응이라고 보나.

"김민재는 대표팀에서 굉장히 상징적이고 중요한 선수다. 뒤에서 팀을 이끌고 싸워주고 팀에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런 선수에게 무승부 결과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 어제 모든 선수의 수비 가담을 강조했는데 그 부분이 잘 된 것 같나.

"잘 됐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11명 모두 뛰어줬다. 데이터가 그걸 말해준다. '선수들이 뛰었다, 안 뛰었다'보다는 전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가 흘러가지 않았고, 그게 선수들을 피로하게 만들었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건 맞다. 다만, 데이터로 볼 때 선수들이 안 뛴 건 아니다. 수비도, 공격도 다 같이 뛰어줬다."

# 4-4-2를 기본 전술로 쓰고 있다. 처음엔 좋았지만, 이어진 두 경기에서는 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도 유지할 건가. 한국 축구에 정말 잘 어울리는 전술이라 생각하나.

"팬들의 비판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다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4-4-2만 한 게 아니라, 공격할 때는 3백 빌드업을 추구했고 수비할 때는 4백을 유지하려고 계속 시도했다는 점이다. 좀더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하고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난 건물을 짓고 있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중이다. 한 경기 결과가 안 좋다고 건물을 싹 갈아엎는 게 아니라 문을 한 번 다시 보고 창문도 다시 보며 나쁜 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며 조정하는 게 낫다. 건물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시스템을 바꿔 경기력이 갑자기 나아진다면 그런 선택도 감수할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복합적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보완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출처: 스포츠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