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김민재는 분노의 축구화 패대기, 황인범은 "나설 사람도 없다" 탄식… 갈피 못 잡는 한국 축구, 신뢰마저 흔들리나

[B11 현장] 김민재는 분노의 축구화 패대기, 황인범은 "나설 사람도 없다" 탄식… 갈피 못 잡는 한국 축구, 신뢰마저 흔들리나

울산-김태석 기자갈등이 표면화됐다. 갈피를 잡지 못한다. 신뢰가 흔들린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일 저녁 8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졌던 하나은행 초청 A매치 친선 경기...

울산-김태석 기자

갈등이 표면화됐다. 갈피를 잡지 못한다. 신뢰가 흔들린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일 저녁 8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졌던 하나은행 초청 A매치 친선 경기 베네수엘라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한국은 지난 우루과이전 1-4 패배에 이어 이번 베네수엘라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며 A매치에서 다시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팀을 운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무승이라고 치부하기엔, 경기 직후 분위기가 너무도 좋지 않았다. 사실 경기 도중에도 있었다. 후반 35분 김태현과 교체 아웃되어 벤치로 향한 김민재는 모레노 임시 감독과 꽤 강한 피드백을 주고받더니 축구화를 벗어 말 그대로 '패대기'를 쳤다. 사실 김민재의 이상 징후는 우루과이전부터 있었는데, 우루과이전 교체 아웃 뒤에 눈을 감으며 현재 상황에 대해 암담하다는 반응을 보인 적도 있다. 참다 참다 터진 느낌이 커 보이는 반응이다.

김민재의 플래시인터뷰는 가히 충격이었다.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 개인이 빛나기보다는 팀 전체가 하나가 되어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 수준 높은 팀이 되려면 머리 쳐박고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팀이 전술적 측면이든 분위기적 측면이든 유기적으로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모레노 임시 감독은 피지컬 데이터가 열한 명 모두가 잘 뛰었음을 증명한다고 했으나, 정작 피치에서 뛴 선수의 반응은 달랐던 것이다. 이는 수치의 허수일 수 있고, 감독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느낌도 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감독은 선수들이 최적의 전술적 요건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역할인데, 선수들이 불만족하는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김민재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멘털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딱히 부정도 하지 않았다. 김민재는 "그렇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전술적 문제가 아니라 다 같이 싸워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감독-선수간 문제가 아니라 함께 뛰는 선수간 호흡과 신뢰에도 다소 삐걱대는 마찰음이 나오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경기 후 황인범의 멘트는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황인범은 "감독님도 임시 감독님으로 오셧다보니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네 경기를 보고 좋은 감독인지 판단하겠다는 취지였을지 모르나, 역설적으로 선수들이 모레노 임시 감독 하에서 전력을 다하기 힘든 여건이라는 취지로 읽힌다.

구조적인 문제도 거론했다. 황인범은 "선수들 입장에서 쉽지 않다. 누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많다. 분명히 문제점이 많이 보이는 상황인데, 우리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고 나설 사람도 없다"라고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망가진 팀 상황을 개탄했다.

또한, "운동장에서는 당연하고 밖에서도 어떻게든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답을 못 찾았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또 이런절너 말이 나오긴 하겠지만, 답답한 건 사실"이라고 무겁게 말을 이어갔다.

에콰도르전 대승으로 북중미 월드컵 이후 짙게 깔렸던 어둠을 날리기엔 역부족이었고, 감독이나 선수들이나 한계가 명확한 여건 내에서 전력을 다하기에는 힘든 처지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호간 신뢰까지 흔들리는 듯한 분위기인 것 같아 곁에서 보는 게 안타깝다. 2027 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 우승을 넘보는 것은 어쩌면 사치일 것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무기력했던 베네수엘라전이 끝난 후 울산의 밤을 맞이한 대표팀의 분위기는 너무도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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