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은 못 읽지만 아들 속마음은 정확히 읽죠”
K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브랜드 케왈라마니가 지난달 17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골프존 오픈 1라운드를 마치고 캐디인 어머니 베로니카 판토하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제공골프 전혀 못치는 핸디캡에도아들이 원하기에 한국행 선뜻개막전 DB손보 오픈부터 동행산악 지형·습한 날 힘들지만라운드 뒤...

골프 전혀 못치는 핸디캡에도 아들이 원하기에 한국행 선뜻 개막전 DB손보 오픈부터 동행 산악 지형·습한 날 힘들지만 라운드 뒤 메론맛 아이스크림 무더위 날리는 최고 간식이죠
“아들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와야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유일한 ‘미국인 엄마 캐디’ 베로니카 판토하는 한국에 온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판토하는 교포가 아닌 미국 국적 선수로는 유일하게 K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브랜든 케왈라마니의 어머니다. 지난 4월 한국에 와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때부터 아들의 캐디를 맡고 있다.
올해 64세인 판토하는 22세 때 볼리비아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유학을 간 뒤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곳에서 인도 출신 남편을 만나 외동 아들 케왈라마니를 낳았다.
40년 넘게 캘리포니아에서 살아온 판토하는 지금 한국에서 아들의 캐디백을 메면서 생활하고 있다. 아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 온 것도 처음이다.
한국에 오게 된 이유를 묻자 “아들이 원해서”라고 답했다.
28세인 케왈라마니는 네 살 무렵 골프를 시작했다. 판토하는 그때부터 아들의 골프백을 메기 시작했지만 횟수는 많지 않았다. 미국 주니어 골프대회에서는 반드시 캐디를 동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KPGA 투어는 캐디 동반이 의무다. 캐디를 고용할 수도 있지만 어머니를 부른 이유에 대해 케왈라마니는 “어머니는 내 기분과 감정을 읽는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판토하는 아들이 ‘아직’이라고 말해도 날씨가 더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물을 꼭 마시게 한다. 자신의 아들이어서 언제 물을 마셔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무언가 말을 해야할 때와 하지 않아야 할 때도 잘 안다. 아들의 속마음을 그보다 정확하게 읽는 사람은 없다.
아들의 백을 처음 멘 지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판토하는 골프를 전혀 못 친다. 그린도 읽을 줄 모르고, 남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할 줄도 모르고, 클럽 선택을 도와주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아들이 챔피언조로 나선 우리금융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가 특히 그랬다. 판토하는 혹시나 다른 선수의 퍼팅 라인을 밟을까 두려워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다.
판토하는 “그때 내가 그린에 올라가 더 많이 도와줬다면 아들이 우승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의 골프장을 아들 따라 걷는 일도 힘들다. 그는 강원도 춘천에 있는 골프장들이 특히 힘들었다고 했다.
한국의 무덥고 습한 여름 날씨도 견디기 쉽지 않았다. 팔토시와 흰장갑도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는데 한국에 와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라운드 후에 먹는 메론맛 아이스크림이 한국의 무더위를 잊게 만드는,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라고 그는 말했다.
숙소는 투어 일정에 따라 대회장 근처의 에어비앤비 아파트를 빌린다. 대회가 없는 주에는 연습할 곳이 있는 서울 인근 도시에 숙소를 구한다.
일과는 단순하다. 티오프 시간에 맞춰 일어나 아침을 차리고, 라운드 준비물을 챙긴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아들이 연습하는 걸 지켜보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다음 날을 준비한다.
케왈라마니는 내년에도 KPGA 투어에 전념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한국에 올 것이냐’는 질문에 판토하는 “아들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이라고 답했다.
케왈라마니의 꿈은 KPGA 투어의 많은 선수들처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면서 우승하는 것이다. 그는 “KPGA 투어는 아주 잘 운영되는 투어”라며 “내 꿈을 이루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판토하는 이런 아들에게 “지금 가고 있는 길을 열심히 가길 바란다.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