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日 여자 소프트볼 2600팀 vs 韓 23팀…‘세계 최강’과 격차, 저변부터 다르다

[포커스] 日 여자 소프트볼 2600팀 vs 韓 23팀…‘세계 최강’과 격차, 저변부터 다르다

▲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미국을 꺾고 정상에 오른 일본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스포티비뉴스=안조, 정형근 기자] 일본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경기력의 차이다. 그러나 그 격차의 뿌리를 따라가면 대표팀 훈련장보다 훨씬 아래에 닿는다.일본에는 수많은 선수가 소프트볼을 시작하고 경쟁하...

▲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미국을 꺾고 정상에 오른 일본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
▲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미국을 꺾고 정상에 오른 일본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

[스포티비뉴스=안조, 정형근 기자] 일본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경기력의 차이다. 그러나 그 격차의 뿌리를 따라가면 대표팀 훈련장보다 훨씬 아래에 닿는다.

일본에는 수많은 선수가 소프트볼을 시작하고 경쟁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 반면 한국은 소프트볼을 처음 시작할 수 있는 팀부터 많지 않다. 같은 국제무대에서 만나는 두 나라 대표선수들이 그 자리까지 올라오는 과정 자체가 크게 다르다.

한국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은 30일 일본 아이치현 안조 소프트볼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소프트볼 풀리그에서 일본에 0-8로 6회 콜드게임 패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까지 5경기에서 58점을 뽑는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2002 부산 대회부터 2023 항저우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6연패를 달성했고, 2020 도쿄 올림픽과 2024 여자 소프트볼 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일본이 오랫동안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두꺼운 저변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소프트볼협회의 2025년도 공식 등록 현황을 보면 일본 여자 소프트볼팀은 모두 2629개다. 클럽 43개, 실업단 26개, 대학 74개, 고교 1001개, 중학교 791개, 초등학교 189개와 성인 생활체육팀까지 폭넓게 존재한다.

반면 한국의 여자 소프트볼 등록팀은 실업 7개, 대학 6개, 18세 이하 5개, 15세 이하 5개 등 모두 23개다.

숫자의 차이는 선수가 소프트볼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영향을 미친다.

한국 대표팀 주장 장세진은 “학교에 소프트볼팀이 있으면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하거나, 소프트볼을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어린 선수가 자연스럽게 소프트볼을 접하고 종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장세진은 “중·고등학교 팀이 더 활성화되고 학교가 많아진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 유입이 적으면 함께 경쟁할 선수도 줄어든다. 실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일본전에 선발 등판한 박민경은 “저희는 경기 운영이 너무 적고 선수도 너무 적다”고 말했다.

▲ 한국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 한국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팀이 적으면 맞붙을 상대도 제한되고 공식 경기 수도 줄어든다. 다양한 상대와 실전을 치르며 성장해야 할 선수들이 충분한 경험을 쌓기도 어려워진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의 길도 좁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대학을 거쳐 실업팀으로 올라갈수록 선택할 수 있는 팀이 많지 않다. 어렵게 소프트볼을 시작한 선수도 다음 단계에서 진학하거나 선수 생활을 이어갈 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은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도 한일 격차의 핵심으로 선수와 팀 숫자를 꼽았다.

김 부회장은 “한국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실업팀 모두 적은 상황”이라며 “선수 수와 팀이 늘어야 그 안에서 좋은 선수를 발굴할 기회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선수 유입과 팀 부족, 적은 경기 수, 좁은 진로가 서로 연결돼 있다. 한 단계의 문제가 다음 단계의 선수 부족으로 이어지고, 다시 전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구조다.

한국이 일본처럼 수천 개의 팀을 단기간에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학교 운동부를 새로 만드는 데에는 선수 확보와 지도자, 예산, 시설 등 여러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

학교팀 확대만으로 모든 문제를 풀기도 어렵다. 지역 스포츠클럽과 생활체육을 활용해 소프트볼을 처음 접할 통로를 넓히고, 그중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학교와 대학, 실업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의 등록 현황은 이런 구조의 차이를 보여준다. 초등학교부터 학교팀이 존재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클럽과 연령별 생활체육팀에서 소프트볼을 계속 즐길 수 있다. 넓은 저변에서 선수가 유입되고 경쟁을 거쳐 상위 단계로 올라가는 구조다.

대표팀 훈련량을 늘리고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아래에서 더 많은 선수가 소프트볼을 시작하고, 충분한 경기를 경험하며 성장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 함께 넓어져야 한다.

결국 한일 격차를 줄이는 출발점은 더 많은 선수가 소프트볼을 시작하고,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 한일 격차는 과연 언제쯤 줄일 수 있을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 한일 격차는 과연 언제쯤 줄일 수 있을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출처: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