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중8구’ 히구치가 KBO리그 당신의 팀으로 온다면···AG야구 ‘프레임’ 꺾어보기

‘10중8구’ 히구치가 KBO리그 당신의 팀으로 온다면···AG야구 ‘프레임’ 꺾어보기

일본야구 대표팀 히구치 신. 연합뉴스[스포츠경향 안승호 기자] TV 야구중계에서 시야에 잡히는 장면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기본 화면는 투수 뒤에서 포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같은 카메라 앵글에서도 보는 사람에 따라 주목하는 지점은 다르다. 박빙의 흐름으로 몰입도가 큰 경기라면 공 하나하나에 집중도가 더 커진다. 야구를 조...

일본야구 대표팀 히구치 신. 연합뉴스
일본야구 대표팀 히구치 신. 연합뉴스

[스포츠경향 안승호 기자] TV 야구중계에서 시야에 잡히는 장면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기본 화면는 투수 뒤에서 포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같은 카메라 앵글에서도 보는 사람에 따라 주목하는 지점은 다르다. 박빙의 흐름으로 몰입도가 큰 경기라면 공 하나하나에 집중도가 더 커진다. 야구를 조금 더 깊게 보려 한다면 공 하나의 결과가 나온 뒤 의식의 흐름을 타고 ‘다음 공’을 떠올린다.

‘다음 공’ 구속이 먼저 궁금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야구 보는 맛을 입히는 양념일 뿐이다. 투수가 스트라이크로 승부할 것인가, 볼로 타자 시선을 흔들어놓을지에 대한 궁금함도 또한 1차적인 관전포인트이다. 배터리가 선택한 구종과 타깃에 투수가 얼마나 정확히 던질지, 투수 의도에 가깝게 타자가 반응할지 공 하나하나마다 확인하게 된다면 야구의 속살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지난 27일 KT-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의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일본대표팀의 투수 히구치 신(오지)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그중에는 KBO리그에서 올해 처음 시행한 ‘아시아쿼터’와 연관한 대목도 있었다. 구단 한 관계자와 베테랑 선수 A는 “아시아쿼터로 데려오기는 어려운 수준 같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히구치는 내년 시즌 일본프로야구 드래프트 상위라운드 지명 가능성이 크다.

지난 27일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곽빈이 문현빈 윤동희 김주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곽빈이 문현빈 윤동희 김주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잠실구장에서 투수 전문가인 김원형 두산 감독은 ‘10중7구론’을 꺼내기도 했다. 투수라면 불펜 피칭을 할 때부터 10구 중 7구는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어야 주도권을 쥔 승부가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올시즌 뒤 두산 마운드의 훈련 방향성 예고이기도 했다.

히구치는 이번 대회 3차례 등판해 16이닝을 던지며 2승 평균자책 1.13을 기록했다. 지난 21일 조별리그 중국전 등판을 시작으로 사흘 쉬고 슈퍼라운드 한국전에 나선 뒤 하루를 쉬고 지난 27일 결승 한국전에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결승전의 히구치는 슈퍼라운드에서 한국 타자들이 만났을 때와 비교해 구위는 살짝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포수가 미트를 댄 곳으로 제구를 가져가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하이패스트볼을 요구할 때는 포수가 요구한 높이로 빠른공이 꽂혔고, 좌타자 바깥쪽 유인구를 포수가 요구하는 모습일 때는 연상했던 궤적대로 타깃으로 흘러갔다. 어림잡아 ‘10중8구’는 원하는 지점에 공을 던졌다. 지난 27일 잠실구장에서 같은 주제로 현장 및 구단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히구치 만큼 제구와 변화구 구사력이 있는 국내 좌완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관계자는 갸우뚱하는 것으로 대답을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아시안게임 야구를 두고는 ‘프레임’ 하나가 생겼다. 미국프로야구 트리플A 선수까지 나오는 대만 대표팀과 승부가 최우선 과제로 제시되는 가운데 사회인야구 선수가 출전하는 일본전은 패하면 ‘참사’가 되는 평가목록이 마련돼 있다.

그 가운데는 일본의 사회인야구를 한국의 동호인야구와 ‘동명이인’이나 ‘동명이리그’ 쯤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미디어에서는 경기 내용을 부각하기 위해 상징적 어휘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실 일본 사회인야구는 과거 아마 롯데와 한일은행, 제일은행 같은 한국 실업야구 형태로 운영된다. 일본프로야구 1군 수준과는 간격이 꽤 있지만 일본 2군리그 수준과는 실력이 겹치는 지점도 있다.

한국 야구와는 차원이 다른 일본 야구의 뎁스가 다시 확인된 대회이기도 했다. 올시즌 KBO리그 한화 아시아쿼터로 11승6패 평균자책 3.97을 기록한 대만 좌완 왕옌청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던 한국대표팀이 가장 경계한 투수 중 한명이었다. 왕옌청은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2군에서 10승5패 평균자책 3.26을 거둔 뒤 KBO리그에서는 구창모(NC), 양현종(KIA)과 함께 좌완으로는 최다승 고지에 올라 있다.

역대 아시안게임 일본전을 다시 봐도 고전한 경우가 많았다. 2022 항저우 대회 슈퍼라운드에서 2-0으로 신승했고, 2018 자카르타 팔레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는 3-0으로 이겼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명실상부 성인 대표팀이 참가한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7-10으로 패한 적도 있다.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뒤 기념촬영하는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뒤 기념촬영하는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대표팀은 병역혜택이라는 당근 때문에 금메달을 따고도 고운 시선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를 고려해 지난 항저우 대회 때부터는 리그 중단 없이 25세 이하(와일드카드 3명 제외)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하면서 금메달 가능성은 높은 최소한의 전략을 짜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놓았다.

대표팀 구성을 놓고 어떤 ‘타협안’이 다시 나올지 모르지만 야구에서는 투수력과 수비력을 갖춘 팀을 상대와 만남에서는 열 번 만나 열 번을 모두 이기기 어렵다. 양궁 같은 한국 강세의 다른 종목 금메달이 그렇듯 아시안게임 어떤 종목에서도 ‘아주 당연한 금메달’은 없다.

안승호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