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허투루 보낸 2년…모레노 데뷔전이 안긴 희망과 씁쓸함

홍명보호가 허투루 보낸 2년…모레노 데뷔전이 안긴 희망과 씁쓸함

모레노 임시 감독과 손흥민. ⓒ 연합뉴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한국 축구가 모처럼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3-0이라는 스코어뿐 아니라 경기에서 확인된 변화가 살필 수 있는 90분이었다.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32위)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랭킹 25위...

모레노 임시 감독과 손흥민. ⓒ 연합뉴스
모레노 임시 감독과 손흥민. ⓒ 연합뉴스

[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한국 축구가 모처럼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3-0이라는 스코어뿐 아니라 경기에서 확인된 변화가 살필 수 있는 90분이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32위)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랭킹 25위)와의 9월 A매치 친선경기에서 후반 오현규, 손흥민, 이동경의 연속골을 앞세워 3-0으로 완승했다.

모레노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치른 첫 경기였다. 그리고 첫 경기부터 자신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예고했던 4-4-2 포메이션을 꺼냈다.

손흥민과 오현규가 최전방 투톱을 형성했고, 정승원과 송민규가 좌우 측면에 섰다. 이재성과 박진섭이 중원을 구성했으며 조현택, 김민재, 이한범, 설영우가 포백을 이뤘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기존 주축 선수들과 새로운 자원들을 적절하게 섞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구조를 경기장에서 구현했다.

모레노 감독은 스페인 대표팀과 바르셀로나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보좌한 경력을 갖고 있다. 자연스럽게 패스를 기반으로 한 점유 축구가 한국 대표팀에서도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뒤따랐다.

하지만 뚜껑을 연 모레노호의 색깔은 이와 조금 달랐다. 특히 후방에서 무작정 공을 오래 돌리지 않았다. 공간이 나오면 빠르게 전진했고, 상대 진영에서 공을 잃으면 곧바로 압박했다. 패스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공을 앞으로 보내는 속도와 선수들의 움직임에 무게를 뒀다.

한국의 첫 골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후반 9분 김민재가 중앙으로 과감하게 전진 패스를 넣었고, 송민규가 공격의 흐름을 이어 오현규에게 공을 연결했다. 오현규는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지체하지 않고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김민재에서 오현규까지 필요한 패스는 단 두 번이었다. 공을 오래 소유하며 상대 수비를 흔든 것이 아니라 빠르게 전진해 빈 공간을 공략한 것. 모레노 감독이 선수들에게 요구한 축구가 어떤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홍명보 전 축구 대표팀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홍명보 전 축구 대표팀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활동량도 눈에 띄었었다. 한국은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공격과 수비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한 선수가 압박을 시작하면 주변 선수들이 함께 전진했고, 상대가 첫 번째 압박을 벗어나면 두 번째 선수가 곧바로 달라붙었다.

단순히 많이 뛰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선수 사이의 간격을 좁혀 에콰도르가 편하게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줄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로 한국이 좋은 장면을 만들어낸 상황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에콰도르 진영에서 공격이 끊긴 뒤 곧바로 다시 압박해 소유권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공격과 수비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공수 간격도 좁아졌다. 한국 선수들이 한꺼번에 움직이자 에콰도르 역시 쉽게 전진하지 못했다.

측면 자원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했다. 오른쪽에 배치된 정승원은 부지런히 전후방을 오갔다. 오현규가 측면으로 빠져나가면 그 공간을 메우기 위해 안쪽에서 전진하는 장면도 나왔다. 왼쪽의 송민규 역시 단순히 터치라인에 머무르지 않고 중앙으로 파고들어 상대와 적극적으로 경합했다. 첫 골 역시 송민규의 이런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물론 한 경기만으로 모레노 감독의 축구가 완성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첫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적어도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지난 2년의 시간이 떠오른다. 한국은 홍명보 전 감독 체제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맞이했고, 본선 조별리그이라는 실패와 마주했다. 무엇보다 손흥민과 김민재를 비롯한 핵심 선수들의 전성기가 홍명보호의 실패와 함께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손흥민과 김민재의 전성기도 붙잡아둘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모레노호의 첫 경기는 월드컵에서 멈춰버린 한국 축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

출처: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