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오늘을 즐겨” 롯데 박근서…아버지 ‘라밤바’에 담긴 뭉클한 진심 [배우근의 롤리팝]
연합뉴스엄마는 눈을 질끈 감았고, 아들의 얼굴은 살풋 붉어졌다. 아버지는 마이크를 잡고 라밤바를 불렀다.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무대와 객석 모두 웃음바다가 됐다.그런데 아버지가 그 노래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선원이 아니라 선장이다”라는 노랫말 때문이다. 항구도시 부산으로 떠나는 아...

엄마는 눈을 질끈 감았고, 아들의 얼굴은 살풋 붉어졌다. 아버지는 마이크를 잡고 라밤바를 불렀다.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무대와 객석 모두 웃음바다가 됐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 노래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선원이 아니라 선장이다”라는 노랫말 때문이다. 항구도시 부산으로 떠나는 아들이 언젠가 롯데 자이언츠를 이끄는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7 KBO 신인드래프트. 롯데는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서울디자인고 좌완투수 박근서(18)를 지명했다.

박근서는 아버지 박자식(59) 씨와 함께 단상에 올랐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라밤바(La Bamba)’를 부른 것.
노래만 부른 것도 아니었다. 어깨를 들썩이고 다리를 움직이며 춤까지 곁들였다. 아들의 프로 입단을 축하하는 자리가 순식간에 아버지의 공연장으로 잠시 바뀌었다.
중계 카메라는 가족들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박근서는 고개를 숙인 채 웃었고, 객석에 앉은 어머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입을 벌린 채 남편의 무대를 바라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어머니는 이후 인터뷰에서 “멘트를 범상치 않게 할 거라는 예상은 했다. 제발 조금은 평범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노래는 정말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노래는 즉흥적인 선곡이 아니었다.
박자식 씨는 평소 노래방에서 ‘라밤바’를 즐겨 불렀다. 특히 가사에 나오는 ‘나는 선원이 아니라 선장’이라는 구절에 주목했다. 아들이 롯데 유니폼을 입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언젠가는 팀을 이끌 만큼 성장하길 바란다는 희망이 담겼다.
아버지의 무대 체질도 뒤늦게 주목받았다.
박자식 씨는 20대 시절 배우와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과거 맥주 광고와 운동기구 광고 등에 출연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이번 ‘라밤바’ 공연이 더욱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에선 아버지를 향한 반응이 쏟아졌다. “벌써 선수보다 아버님이 더 유명해지겠어요”, “근서 선수 등장곡 라밤바로 확정”, “아버님 근서 메이킹 확실하셨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러닝머신에서 라밤바 부르시며 시구하실 날이 올 것 같다”고도 적었다.
웃음 뒤에는 아버지의 걱정도 있었다. 박 씨는 무대에서 내려오던 중 아들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보고 혹시 창피해하거나 삐친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들의 반응은 달랐다. 박근서는 “아빠가 뭘 할 것 같기는 했는데 춤이라고는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그냥 아빠도 이 시간을 즐겼으면 했다”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아빠도 인생에서 한 번뿐인 날이니까 많이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들에게 이 순간은 부모와 함께 만들어온 결과이기도 했다. 박근서는 충암고 1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2학년 때는 재활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더 많은 등판 기회를 얻기 위해 서울디자인고로 전학했다.
그렇게 돌아온 마운드에서 올해 11경기 41.2이닝을 던져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14에 64탈삼진을 기록했다.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앞세워 1라운드 지명 후보로 올라섰고, 결국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이제 아들은 부산으로 간다. 아버지가 먼저 부른 ‘라밤바’가 훗날 사직구장에서도 힘차게 울려 퍼질수 있을까. 아버지가 노래로 전한 바람처럼 선장이 되어 마운드에 서는 날을 기대해본다.

출처: 스포츠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