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에서 수천 명 한국인이 '아파트' 열창했다

일본 소도시에서 수천 명 한국인이 '아파트' 열창했다

기자말"이랴세 나고야!", 나고야 사투리로 '어서 오세요, 나고야!'라는 뜻입니다. 1988년 올림픽 개최를 두고 서울과 경쟁했던 나고야가 38년 만에 아시아의 축제를 맞이합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의 현장, 그리고 현장으로 향하는 땀방울을 담아냅니다.▲ 21일 저녁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시민구장에서...

기자말

"이랴세 나고야!", 나고야 사투리로 '어서 오세요, 나고야!'라는 뜻입니다. 1988년 올림픽 개최를 두고 서울과 경쟁했던 나고야가 38년 만에 아시아의 축제를 맞이합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의 현장, 그리고 현장으로 향하는 땀방울을 담아냅니다.

▲ 21일 저녁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 야구 대만과의 경기에서 KBO 각 구단 유니폼을 입고 온 야구팬들이 열정적으로 응원을 펼치고 있다.

ⓒ 박장식

신칸센도 다니지 않는 인구 37만 명의 일본 소도시에 수천 명의 한국인이 찾아왔다. 오로지 이번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21일 저녁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 야구 개막일 경기. 한국은 사실상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통하는 대만과의 경기를 치르면서 야구 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멀리 오카자키까지 '직접 관람'을 결정하고 경기장에 찾아온 교민들은 물론, 관광객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아 유니폼은 물론, 삼성·한화·롯데 등 수많은 구단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3루를 꽉 채우며 마치 올스타전을 방불케 한 응원전을 펼친 야구팬들은 "이렇게 한국 팬들이 많이 올 지 몰랐다"면서 "같은 한국인으로 이렇게 응원을 보낸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입을 모았다.

오카자키에 울려퍼진 '아파트'... 팬들은 "으쌰라 으쌰" 외쳤다

야구 팬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둘도 없을 '국제대회 직관' 기회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는 거리가 멀어 가볍게 응원을 위해 경기장을 찾기가 어려웠고, 3년 전 항저우 대회 때는 중국 입국에 비자가 필요해 입국 접근성이 떨어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일본 아이치현에서, 김도영·곽빈과 같은 슈퍼스타들이 한데 모여 금메달을 놓고 겨루고 있었다.

하지만 인구 37만 명의 소도시인 오카자키시는 신칸센이 통과하지만 정차역조차 없을 정도로 교통이 편치 않았다. 또한 오카자키 시민구장은 가까운 광역전철 역에서 수km 이상 떨어져 있어 관람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 그래서 이날 오카자키에 방문한 팬들은 '설마 한국 사람이 많이 오겠어?' 하는 반신반의의 표정으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 야구 대한민국의 첫 경기가 열렸던 오카자키 시민구장의 전경.

ⓒ 박장식

그러나 경기장 풍경은 달랐다. 1만 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오카자키 시민구장의 내야석 중앙과 3루를 '국민 10번 타자'들이 그야말로 꽉 채우다시피 했기 때문. 많은 야구 팬들이 응원 팀 유니폼, 모자, 심지어는 태극기까지 완전 무장을 한 상태로 대한민국의 첫 경기 응원에 나섰다.

관중석에서도 응원을 주도하는 야구팬들이 빛났다. 김도영, 문보경, 김지찬 등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응원가를 함께 부르는가 하면, 7회 김주원과 박준순이 두 점을 뽑아냈을 때는 롯데의 '뱃놀이', 삼성의 '엘도라도' 등 모든 팬들이 즐겨 부르는 응원가를 외치며 힘을 보탰다.

특히 8회 윤동희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때려냈을 때는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전 국민의 애창곡, '아파트'가 흘러나왔다. 모든 구단이 함께 승기를 잡았을 때 열창하는 이 노래를 함께 부르자 누군가는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를 열창하고, 누군가는 "으쌰라으쌰" 추임새를 넣으며 야구장을 오카자키 노래방으로 만들었다.

선수들에게도 응원은 힘이 되었다. 대표팀 주장 노시환은 "팬 여러분의 힘을 많이 받았다. 첫 경기라서 긴장이 되긴 했는데, 응원에 힘입어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라면서, "남은 경기 찾아와 주시면 팬들도 우리도 원하는 금메달을 꼭 선물해드리고 싶고, 보답해드리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에서, 도쿄에서, 나고야에서 찾아온 팬들...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날 경기를 찾아온 야구 팬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키움 히어로즈 팬 주혜원씨는 "아시안 게임 같은 축제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가까운 일본에서 하게 되어 연차를 쓰고 왔다. 우리 팀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모여 있으니 한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어 너무나도 좋다"면서, "한국에서도 '직관'을 많이 다녔는데, 여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에서 오카자키까지 오는 길이 불편했을 법도 했다. 하지만 주씨는 "우리도 그렇지만, 다른 분들도 응원하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면서, "어렵고 말고를 따지기보다는 그냥 우리나라를 응원하고 싶어서 왔기에 교통편이나 접근성은 부차적인 문제로 생각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의 대한민국 선수단 응원을 위해 오카자키 시민구장을 방문한 성현우군이 직접 만든 김지찬 응원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박장식

성기혁씨 가족은 한 달 전 나고야로 이사를 오면서 아시안 게임 경기장에 오기로 했다고 한다. 성기혁씨는 "우리 가족이 삼성 팬이고, 한 시간 반 정도 운전해서 왔다"며 웃었다. 아내 송미경씨는 "경기장 위치가 멀어서 걱정했는데, 이렇게 한국인이 많으리라고는 예상 못했다"면서, "한국인들의 열정과 단합력을 이렇게 보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며 소감을 전했다.

아들 성현우군은 직접 삼성 김지찬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만들어 직접 들고 응원을 펼쳤다. 크레파스로 크게 쓴 김지찬의 이름, 그리고 라이온즈 앰블럼이 응원하는 마음을 잘 드러내는 듯했다. 현우군은 "김지찬 선수와 이재현 선수가 함께 힘내서 한국이 남은 경기 이겼으면 좋겠다"며 응원했다.

이일환씨 가족은 도쿄에서 다섯 시간을 운전해서 왔다. 8년째 도쿄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씨 가족은 지난해 한화 이글스의 한국 시리즈를 보기 위해 한국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열정적인 한화 팬이다. 이씨는 "오로지 야구를 위해서 보러 왔다. 도착 5분 전까지 산 중턱을 달려서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한국(에서 온) 팬들도 많이 와서 놀랐다"며 껄껄 웃었다.

아내 이지연씨도 "올해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도 직접 관람했는데, 이번 아시안 게임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 우리 가족만 응원하러 오는 게 아닌지 걱정했다. 이렇게 경기장이 꽉찰지 몰랐다"며, "딸 소원이, 아들 다원이와 함께 일본에서 애국가도 부를 수 있고, 함께 익숙한 응원가도 부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야구 대표팀은 오는 27일까지 오카자키 시민구장과 토요하시 시민구장을 오가며 경기를 치른다. 류지현 감독 역시 "야구장에서 보내는 팬들의 목소리와 기운을 선수들이 피부로 느끼면 분명히 경기장 안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결승전이 있는데,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