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감수하고, 편견 떨치고…저마다의 벽 넘어 아시안게임으로

벌금 감수하고, 편견 떨치고…저마다의 벽 넘어 아시안게임으로

필리핀 테니스 선수 알렉산드라 이알라. AFP 연합뉴스 벌금을 감수하고 조국을 택한 스타부터 전쟁과 성차별을 딛고 나선 선수들까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는 출전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이들이 있다. 필리핀 테니스 ‘간판’ 알렉산드라 이알라는 1만달러(약 1400만원)의 벌금을 감수하고 아시안게임을 택했다...

필리핀 테니스 선수 알렉산드라 이알라. AFP 연합뉴스
필리핀 테니스 선수 알렉산드라 이알라. AFP 연합뉴스

벌금을 감수하고 조국을 택한 스타부터 전쟁과 성차별을 딛고 나선 선수들까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는 출전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이들이 있다.

필리핀 테니스 ‘간판’ 알렉산드라 이알라는 1만달러(약 1400만원)의 벌금을 감수하고 아시안게임을 택했다. 세계랭킹 18위인 그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1000시리즈 중국 오픈 의무 출전 대상이다. 하지만 30일 개막하는 중국 오픈과 27일 시작하는 아시안게임 테니스 일정이 겹쳤다. 중국 오픈에 불참하면 벌금에 랭킹 포인트 0점 처리까지 감수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지만, 이알라는 조국을 대표하는 쪽을 골랐다.

이란 여자 카바디 대표팀은 전쟁의 상흔을 안고 왔다. 올해 초 훈련 캠프가 파괴됐고, 선수들은 피란하느라 훈련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자흐라 아스테레키는 인도 매체 더프린트에 “우리가 겪어온 모든 일, 이 모든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우리는 승리가 필요하다. 조국을 위해서도 승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아시안게임 최초의 난민팀으로 출전한 태권도 선수 마무드 자심 무함마드와 탈라 하산 후나이는 요르단 아즈라크 난민 캠프 출신이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은 난민들이 머무는 곳이다. 두 선수는 세계태권도연맹이 캠프에서 진행한 교육을 통해 태권도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난민팀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난민팀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사이클 대표 파리바·위도즈 하시미 자매에게는 자전거를 타는 일부터 투쟁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남장까지 했지만, 여성의 자전거 타기를 못마땅해하는 이들은 돌과 병을 던졌다. 자매는 2021년 탈레반 집권 이후 고국을 떠나 이탈리아에 정착했다. 타지에서도 페달을 놓지 않은 파리바는 20일 여자 도로독주에서 7위에 올랐다. 그는 로이터에 경기력뿐 아니라 자국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첫 정식종목인 서핑에 나선 방글라데시의 파티마 악테르 역시 “여자에게 서핑은 안 된다”는 사회적 시선을 넘어 국제무대에 섰다.

방글라데시 남자 하키 대표 라셀 마흐무드 지미는 나이를 이유로 빼앗겼던 자리를 되찾았다. 방글라데시 하키연맹은 지난해 2월 ‘나이가 많다’며 그를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했다. 경험 많은 선수에게 실력을 증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최근 연맹 구성이 바뀐 뒤에야 복귀한 지미는 39살에 다시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았다.

누군가는 투어의 불이익을 감수했고, 누군가는 피란과 망명 속에서도 운동을 이어왔다. 성별과 나이 때문에 출발선에 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이들도 있다. 메달과 순위가 가려지기 전, 이들의 출전 자체가 각자의 삶에서 이뤄낸 성취다.

출처: 한겨레